7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의 시한폭탄이던 미 연방정부 부채한도 이슈는 일단 두 달 뒤로 미뤄졌습니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부채한도를 일단 4800억 달러 상향해 28조8800억 달러로 높이는 데 합의한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연방정부는 오는 12월3일까지 예산을 쓸 수 있게 됩니다. 표결은 이날 밤에 이뤄질 예정입니다. 안건이 통과되면 부채한도 이슈는 12월 초까지 수면 밑으로 가라앉게 됩니다.
이에 다우 지수는 0.98%, S&P500은 0.83% 상승했고 나스닥은 1.05% 오른 채 장을 마감했습니다.
미 의회가 미봉책을 택하면서 오는 12월 또다시 부채한도 드라마가 펼쳐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날 단기 국채(T-bill)는 10월 만기물 가격은 회복이 됐지만, 12월 만기물 가격은 떨어졌습니다.
골드만삭스는 부채한도 증액분 4800억 달러가 예상보다 많으므로 12월3일을 넘겨 12월16일까지는 연방정부가 쓸 돈이 남아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일부에선 산타 랠리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옵니다. 월가에는 S&P500 지수가 지난해 9월 2일 최고가를 찍고 10월 말까지 두 달간 조정을 받은 뒤 이후 2월까지 급등했던 것처럼 올해도 산타 랠리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올해도 공교롭게도 지난 9월 2일 사상최고가를 찍은 뒤 작년처럼 100일 이동평균선 안팎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거든요.
다만 한 월가 관계자는 "엄청난 갑부가 많은 미 의회 의원들이 부채한도 문제로 자신의 재산이 폭락하는 걸 원치 않는 데다, 다들 크리스마스 휴가를 즐기고 싶어하기 때문에 12월엔 부채한도 상향이 지금보다 쉽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만 해도 재산이 1억2000만 달러에 달하고, 남편이 수천만 달러를 주식 등에 굴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돈이 많은데도 펠로시 의장의 재산은 2020년 기준 의원들 중 6위에 그칩니다.
또 민주당이 추진하는 3조5000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예산안(사회복지 패키지)도 그때쯤이면 민주당 내 중도파와 진보파 간에 2조 달러 안팎 규모로 합의가 이뤄졌을 수 있습니다. 민주당 내부 분란이 가라앉으면 지금보다는 상황이 나아질 수 있습니다.
에너지 가격도 안정되고 있습니다. 치솟기만 하던 유럽의 벤치마크, 네덜란드의 TTF 천연가스 가격은 사흘 연속 급락세를 보이면서 조금 전 메가 와트시 당 93.5유로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지난 6일 130유로가 넘었었지요. 아직도 연초에 비하면 네 배가 넘기는 하지만 일단 한고비 넘었습니다.
다만 겨울 날씨가 관건입니다. 또 러시아가 언제든 다시 가스관을 잠글 수 있습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러시아는 에너지를 강요의 도구로 써온 역사가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아침 유가도 하락 중이었지만, 미국 에너지부가 전략비축유 방출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뒤 상승세로 돌아섰습니다. 서부텍사스원유는 87센트(1.1%) 오른 배럴당 78.30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다만 전략비축유는 큰 이슈는 아닙니다. 골드만삭스는 비축유를 방출했어도 자신들의 연말 전망치 배럴당 90달러를 3달러 정도 낮추는 영향을 주는 데 그쳤을 것으로 분석합니다.
고용시장에서도 계속 좋은 데이터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날 아침 발표된 주간 실업급여 청구 건수(~2일)는 전주보다 3만8000건 감소한 32만6000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월가 예상인 34만5000건을 밑도는 것으로 팬데믹이 터진 이후 두 번째로 낮은 기록입니다. 또 챌린저, 그레이 앤 크리스마스(CG&C)가 집계한 기업들의 9월 감원 계획은 1만7895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전월보다 14% 증가한 것이지만 전년 동월에 비해선 85% 감소한 수치입니다. 해고가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전날 고용정보업체 ADP가 집계한 미국 9월 민간 고용은 전월보다 56만8000명 증가해 시장 예상(42만5000명)을 웃돌았었습니다.
10월 경제 지표 중 가장 중요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9월 신규고용 수치가 8일 아침 8시 30분(한국시간 8일 밤 9시 30분)에 발표됩니다. 미 중앙은행(Fed)의 테이퍼링 경로를 확정할 수 있는 중요한 수치입니다.
Fed의 제롬 파월 의장은 9월 고용이 "양호한"(decent) 수준이라면 11월 테이퍼링을 발표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Fed 내 가장 비둘기파로 꼽히는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은행 총재,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은 총재도 조기 테이퍼링을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옥스포드이코노믹스의 리디아 보우소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8월 고용이 제로(0) 이상이라면 테이퍼링 기준이 충족되리라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델타 변이 확산세가 꺾어지면서 ADP 데이터 등에서 드러나듯 고용은 확실히 회복 경로에 있다는 분석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피치는 경우 "미국의 구인난은 백신 보급 확대 및 학교 개학으로 인해 개선되어야 한다. 9월 초부터 대부분 학교가 문을 열었고 이것은 부모들의 고용 참여 걸림돌을 없앴다"라고 분석했습니다.
현재 월가의 9월 신규고용 컨센서스는 45만5000개(인베스팅닷컴)입니다. 골드만삭스는 60만 개, JP모간은 57만5000개로 컨센서스보다 높은 수치를 예상하지만 뱅크오브아메리카는 32만5000개를 전망하고 있습니다.
지난 8월 신규고용은 예상(70만 개)을 훨씬 밑도는 23만5000개가 나와 월가에 충격을 줬죠. 당시 가장 근접한 전망을 했던 곳이 바로 뱅크오브아메리카입니다.
이번에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전망한 수치가 나와도 테이퍼링은 발표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날 자산매입축소의 걸림돌이 하나 더 제거됐습니다. 부채한도 문제가 일단 넘어간 것이죠. 만약 이달 중 미국 정부의 디폴트가 발생했다면 다음 달 2~3일 열리는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오히려 시장 안정 조치가 나와야 할 뻔했습니다.
여러 번 말씀드렸듯이 9월 고용은 매우 중요합니다. 테이퍼링을 결정짓는 요인이기도 하지만, 점점 커지고 있는 스태그플레이션 논란을 가라앉히거나 부추길 수도 있습니다.
전날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릿지워터의 그레그 젠슨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경고했죠. 하지만 월가 대부분은 그렇지 않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아니라 슬로우플레이션"이라고 밝혔습니다. 즉 공급망 혼란으로 인한 일시적 경기 둔화 및 물가 상승이라는 얘기입니다.
JP모간도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걱정은 시기상조라고 지적했습니다. JP모간은 "경제성장률 자체가 평균 이상을 유지하고 있으며, 경기 성장이 다시 이어지고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기 시작하는 전환점이 올 수 있다. 그리고 변화의 핵심인 공급망 혼란이 턴어라운드의 초기 조짐을 보인다"라고 밝혔습니다. 글로벌 제조업 구매관리지수(PMI)를 보면 9월에 공급업체 배송 시간이 기록적인 느린 수준에서 좀 나아지고 투입 및 산출 가격도 여름 이후 증가속도가 약간 줄었다는 것입니다. 이는 델타 변이 사례가 8월 말보다 최근 세계적으로 24% 감소한 게 원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JP모간은 "백신 접종과 자연 면역을 통해 세계 경제가 코로나바이러스에 적응함에 따라 공급망 혼란은 계속 완화되면서 성장이 다시 가속화되고 인플레이션이 완화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투자자들이 확신을 되찾고 나면, 경기순환주는 주도권을 되찾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결국 고용도, 성장도, 물가도 결국 공급망 혼란이 언제 해소되느냐가 관건입니다. 이날 두 가지 관련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하나는 중국 차이신이 보도한 것으로 한때 1만5000달러까지 치솟았던 중국 상하이에서 LA 롱비치 항으로 오는 40피트 컨테이너 운송비가 지난 며칠간 급락해 8000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겁니다. 팬데믹 이전에는 1500달러였던 겁니다. 뉴저지 항으로 오는 운송비도 이번 주 2만 달러 이상에서 1만5000 달러로 내렸습니다. 이는 9월 컨테이너 성수기가 지나면서 투기적 수요가 빠져나갔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미국의 중고차 가격이 다시 올라가고 있다는 겁니다. 만하임 중고차 도매지수는 지난 4월 정점을 찍은 뒤 내려오고 있었는데 이달 들어 다시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도체 공급난으로 차량 생산이 여전히 정상화되고 있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공급망 혼란이 풀리고 있긴 하지만 시간이 걸릴 것이란 뜻입니다. 이 때문에 월가에서는 "올해 크리스마스는 취소됐다.(Christmas is canceled) 블랙프라이데이도, 핼러윈도 취소됐다"는 말이 나돕니다. 공급망 혼란으로 살 게 없고, 할인 폭도 크지 않을 것이란 뜻입니다. 이날 CNBC는 핼러윈에 쓸 호박도 모자란다고 보도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공급망 혼란에는 확실히 시간이 더 필요하다. 다만 델타 변이 확산세가 꺾인 뒤 미국 경제가 확실히 나아지고 있는 것 확실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러다 보니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이날 크게 뛰었습니다. 전날 1.524%에 마감됐던 10년물 수익률은 1.577%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고용 관련 지표들이 좋게 나오면서 8일 나오는 9월 신규고용이 좋게 나올 것이란 기대가 있다. 테이퍼링이 시작되면 아무래도 금리는 조금 올라갈 것이다. 또 부채한도 이슈가 미뤄지고 12월이면 좀 더 쉽게 해결될 것이란 기대 속에 금리가 올랐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9월 신규고용 수치가 50만 명 이상 나온다면 금리는 연고점인 1.75% 수준을 테스트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유럽은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일본은 계속되는 침체와 정치적 리더십 부재로, 중국은 전력난과 헝다그룹 사태 등에 발목이 잡혀 있습니다.
미국 경기가 나아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달러화 강세가 점점 더 강해지고 있습니다. 이날 UBS는 "미국 금리의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고, 글로벌 성장세는 둔화하고 있다. 에너지 가격이 상승해도 에너지 수출국인 미국 경제는 괜찮다"라며 달러화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이에 다우 지수는 0.98%, S&P500은 0.83% 상승했고 나스닥은 1.05% 오른 채 장을 마감했습니다.
미 의회가 미봉책을 택하면서 오는 12월 또다시 부채한도 드라마가 펼쳐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날 단기 국채(T-bill)는 10월 만기물 가격은 회복이 됐지만, 12월 만기물 가격은 떨어졌습니다.
골드만삭스는 부채한도 증액분 4800억 달러가 예상보다 많으므로 12월3일을 넘겨 12월16일까지는 연방정부가 쓸 돈이 남아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일부에선 산타 랠리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옵니다. 월가에는 S&P500 지수가 지난해 9월 2일 최고가를 찍고 10월 말까지 두 달간 조정을 받은 뒤 이후 2월까지 급등했던 것처럼 올해도 산타 랠리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올해도 공교롭게도 지난 9월 2일 사상최고가를 찍은 뒤 작년처럼 100일 이동평균선 안팎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거든요.
다만 한 월가 관계자는 "엄청난 갑부가 많은 미 의회 의원들이 부채한도 문제로 자신의 재산이 폭락하는 걸 원치 않는 데다, 다들 크리스마스 휴가를 즐기고 싶어하기 때문에 12월엔 부채한도 상향이 지금보다 쉽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만 해도 재산이 1억2000만 달러에 달하고, 남편이 수천만 달러를 주식 등에 굴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돈이 많은데도 펠로시 의장의 재산은 2020년 기준 의원들 중 6위에 그칩니다.
또 민주당이 추진하는 3조5000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예산안(사회복지 패키지)도 그때쯤이면 민주당 내 중도파와 진보파 간에 2조 달러 안팎 규모로 합의가 이뤄졌을 수 있습니다. 민주당 내부 분란이 가라앉으면 지금보다는 상황이 나아질 수 있습니다.
에너지 가격도 안정되고 있습니다. 치솟기만 하던 유럽의 벤치마크, 네덜란드의 TTF 천연가스 가격은 사흘 연속 급락세를 보이면서 조금 전 메가 와트시 당 93.5유로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지난 6일 130유로가 넘었었지요. 아직도 연초에 비하면 네 배가 넘기는 하지만 일단 한고비 넘었습니다.
다만 겨울 날씨가 관건입니다. 또 러시아가 언제든 다시 가스관을 잠글 수 있습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러시아는 에너지를 강요의 도구로 써온 역사가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아침 유가도 하락 중이었지만, 미국 에너지부가 전략비축유 방출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뒤 상승세로 돌아섰습니다. 서부텍사스원유는 87센트(1.1%) 오른 배럴당 78.30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다만 전략비축유는 큰 이슈는 아닙니다. 골드만삭스는 비축유를 방출했어도 자신들의 연말 전망치 배럴당 90달러를 3달러 정도 낮추는 영향을 주는 데 그쳤을 것으로 분석합니다.
고용시장에서도 계속 좋은 데이터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날 아침 발표된 주간 실업급여 청구 건수(~2일)는 전주보다 3만8000건 감소한 32만6000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월가 예상인 34만5000건을 밑도는 것으로 팬데믹이 터진 이후 두 번째로 낮은 기록입니다. 또 챌린저, 그레이 앤 크리스마스(CG&C)가 집계한 기업들의 9월 감원 계획은 1만7895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전월보다 14% 증가한 것이지만 전년 동월에 비해선 85% 감소한 수치입니다. 해고가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전날 고용정보업체 ADP가 집계한 미국 9월 민간 고용은 전월보다 56만8000명 증가해 시장 예상(42만5000명)을 웃돌았었습니다.
10월 경제 지표 중 가장 중요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9월 신규고용 수치가 8일 아침 8시 30분(한국시간 8일 밤 9시 30분)에 발표됩니다. 미 중앙은행(Fed)의 테이퍼링 경로를 확정할 수 있는 중요한 수치입니다.
Fed의 제롬 파월 의장은 9월 고용이 "양호한"(decent) 수준이라면 11월 테이퍼링을 발표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Fed 내 가장 비둘기파로 꼽히는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은행 총재,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은 총재도 조기 테이퍼링을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옥스포드이코노믹스의 리디아 보우소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8월 고용이 제로(0) 이상이라면 테이퍼링 기준이 충족되리라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델타 변이 확산세가 꺾어지면서 ADP 데이터 등에서 드러나듯 고용은 확실히 회복 경로에 있다는 분석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피치는 경우 "미국의 구인난은 백신 보급 확대 및 학교 개학으로 인해 개선되어야 한다. 9월 초부터 대부분 학교가 문을 열었고 이것은 부모들의 고용 참여 걸림돌을 없앴다"라고 분석했습니다.
현재 월가의 9월 신규고용 컨센서스는 45만5000개(인베스팅닷컴)입니다. 골드만삭스는 60만 개, JP모간은 57만5000개로 컨센서스보다 높은 수치를 예상하지만 뱅크오브아메리카는 32만5000개를 전망하고 있습니다.
지난 8월 신규고용은 예상(70만 개)을 훨씬 밑도는 23만5000개가 나와 월가에 충격을 줬죠. 당시 가장 근접한 전망을 했던 곳이 바로 뱅크오브아메리카입니다.
이번에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전망한 수치가 나와도 테이퍼링은 발표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날 자산매입축소의 걸림돌이 하나 더 제거됐습니다. 부채한도 문제가 일단 넘어간 것이죠. 만약 이달 중 미국 정부의 디폴트가 발생했다면 다음 달 2~3일 열리는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오히려 시장 안정 조치가 나와야 할 뻔했습니다.
여러 번 말씀드렸듯이 9월 고용은 매우 중요합니다. 테이퍼링을 결정짓는 요인이기도 하지만, 점점 커지고 있는 스태그플레이션 논란을 가라앉히거나 부추길 수도 있습니다.
전날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릿지워터의 그레그 젠슨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경고했죠. 하지만 월가 대부분은 그렇지 않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아니라 슬로우플레이션"이라고 밝혔습니다. 즉 공급망 혼란으로 인한 일시적 경기 둔화 및 물가 상승이라는 얘기입니다.
JP모간도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걱정은 시기상조라고 지적했습니다. JP모간은 "경제성장률 자체가 평균 이상을 유지하고 있으며, 경기 성장이 다시 이어지고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기 시작하는 전환점이 올 수 있다. 그리고 변화의 핵심인 공급망 혼란이 턴어라운드의 초기 조짐을 보인다"라고 밝혔습니다. 글로벌 제조업 구매관리지수(PMI)를 보면 9월에 공급업체 배송 시간이 기록적인 느린 수준에서 좀 나아지고 투입 및 산출 가격도 여름 이후 증가속도가 약간 줄었다는 것입니다. 이는 델타 변이 사례가 8월 말보다 최근 세계적으로 24% 감소한 게 원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JP모간은 "백신 접종과 자연 면역을 통해 세계 경제가 코로나바이러스에 적응함에 따라 공급망 혼란은 계속 완화되면서 성장이 다시 가속화되고 인플레이션이 완화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투자자들이 확신을 되찾고 나면, 경기순환주는 주도권을 되찾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결국 고용도, 성장도, 물가도 결국 공급망 혼란이 언제 해소되느냐가 관건입니다. 이날 두 가지 관련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하나는 중국 차이신이 보도한 것으로 한때 1만5000달러까지 치솟았던 중국 상하이에서 LA 롱비치 항으로 오는 40피트 컨테이너 운송비가 지난 며칠간 급락해 8000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겁니다. 팬데믹 이전에는 1500달러였던 겁니다. 뉴저지 항으로 오는 운송비도 이번 주 2만 달러 이상에서 1만5000 달러로 내렸습니다. 이는 9월 컨테이너 성수기가 지나면서 투기적 수요가 빠져나갔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미국의 중고차 가격이 다시 올라가고 있다는 겁니다. 만하임 중고차 도매지수는 지난 4월 정점을 찍은 뒤 내려오고 있었는데 이달 들어 다시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도체 공급난으로 차량 생산이 여전히 정상화되고 있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공급망 혼란이 풀리고 있긴 하지만 시간이 걸릴 것이란 뜻입니다. 이 때문에 월가에서는 "올해 크리스마스는 취소됐다.(Christmas is canceled) 블랙프라이데이도, 핼러윈도 취소됐다"는 말이 나돕니다. 공급망 혼란으로 살 게 없고, 할인 폭도 크지 않을 것이란 뜻입니다. 이날 CNBC는 핼러윈에 쓸 호박도 모자란다고 보도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공급망 혼란에는 확실히 시간이 더 필요하다. 다만 델타 변이 확산세가 꺾인 뒤 미국 경제가 확실히 나아지고 있는 것 확실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러다 보니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이날 크게 뛰었습니다. 전날 1.524%에 마감됐던 10년물 수익률은 1.577%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고용 관련 지표들이 좋게 나오면서 8일 나오는 9월 신규고용이 좋게 나올 것이란 기대가 있다. 테이퍼링이 시작되면 아무래도 금리는 조금 올라갈 것이다. 또 부채한도 이슈가 미뤄지고 12월이면 좀 더 쉽게 해결될 것이란 기대 속에 금리가 올랐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9월 신규고용 수치가 50만 명 이상 나온다면 금리는 연고점인 1.75% 수준을 테스트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유럽은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일본은 계속되는 침체와 정치적 리더십 부재로, 중국은 전력난과 헝다그룹 사태 등에 발목이 잡혀 있습니다.
미국 경기가 나아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달러화 강세가 점점 더 강해지고 있습니다. 이날 UBS는 "미국 금리의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고, 글로벌 성장세는 둔화하고 있다. 에너지 가격이 상승해도 에너지 수출국인 미국 경제는 괜찮다"라며 달러화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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