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캐나다 호주 등에서 이어지던 중앙은행들의 긴축을 서두르는 듯한 모습은 28일(현지시간) 유럽에서 (잠시) 중단됐습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날 통화정책회의를 마친 뒤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채권매입 속도도 현재의 적당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물가상승률이 중기 목표인 2%에서 유지되는 상황이 닥치지 않는 이상 기준금리 인상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며, 이런 요건은 가까운 미래에는 충족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라가르드 총재도 인플레이션에 대해선 종전보다 약간 어조가 바뀌었습니다. 그는 "오늘 인플레이션, 인플레이션, 인플레이션이라는 세 가지만 논의했다"라면서 "현재의 더 높은 인플레이션은 애초 예상한 것보다 더 오래 지속하겠지만, 내년에는 둔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CB는 지난달 정책성명서에 들어있던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계속 증가했지만, 이는 우리의 2% 목표와는 거리가 멀다"라는 문구를 없애기도 했습니다.
이날 독일의 인플레가 4.5% 치솟으면서 각국의 국채 2년물들은 기록적으로 상승하고 있습니다. 중앙은행 기준금리를 인상한 겁니다. 이날 미 국채 20년물과 30년물의 금리는 역전되기도 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20년물 신규 물량 금리만 30년물보다 높아진 것으로 물량이 얼마 되지 않아 큰 의미는 없다"라고 설명했습니다.
ECB가 중앙은행들의 긴축 릴레이를 끊어내면서 뉴욕 증시 분위기는 조금 나아졌습니다.
우려했던 미국의 경제 지표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연율 2%로 2분기(6.7%)뿐 아니라 월가 예상(2.8%)에 크게 못 미쳤습니다. 델타 변이 확산세 및 공급망 혼란에 따른 것입니다. 2분기에 12% 급증했던 개인 소비지출이 3분기에 1.6%(연율) 증가하는 데 그친 게 컸습니다. 여행 외식 등 지출을 줄인 탓이지요. 특히 반도체 부족으로 재고가 모자란 자동차 소비가 대폭 줄어든 게 결정적 영향을 줬습니다. 자동차 및 부품 소비의 3분기 GDP 기여도는 -2.4%로 1980년 2분기 이후 두 번째로 적었습니다. 만약 자동차 및 부품에서 정상적 소비가 이뤄졌다면 3분기 GDP는 4%에 육박했을 것이란 분석입니다. 월가는 또 델타 변이 확산세가 꺾였고 연말 쇼핑시즌 소비가 늘면서 4분기 성장률은 다시 반등할 것으로 봤습니다.
실제 GDP 수치가 나온 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오히려 상승했습니다. 경기가 나쁘면 금리가 내려가야 할 텐데 2.9bp나 올라 연 1.57%까지 올랐습니다. TS롬바드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컸던 것에 비하면 실망할 게 없다. 3분기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가 전분기보다 4.5% 오른 것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2분기(6.1%)보다 낮아진 것이다. 4분기 물가 상승세도 둔화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주간 실업급여 청구 건수도 계속 감소하고 있습니다. 지난주(10월 17∼23일) 청구 건수는 전주보다 1만 건 감소한 28만1000건으로 팬데믹 이후 최저치를 다시 갈아치웠습니다. 예상치는 29만 건이었습니다.
내년 경기를 부양할 인프라 법안도 윤곽이 드러났습니다. 이날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당 주도 인프라 예산안(사회복지 패키지) 규모를 기존 3조5000억 달러에서 절반 수준인 1조7500억 달러로 줄인 새로운 프레임워크를 제시했습니다. 유급 가족 휴가와 전문대학 무상 교육 등을 백지화하고 의료 예산도 축소했습니다. 반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5550억 달러 재원은 그대로 살렸습니다.
예산 규모 감소에 맞춰 법인세 증세 방안은 폐지됐습니다. 대신 '15% 최저한세'와 1000만 달러 이상 고소득자에 대한 추가 소득세 등으로 재원을 대기로 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예산안과 함께 1조2000억 달러 규모의 초당파 인프라 법안을 함께 밀고 있습니다. 바이든은 "우리는 이 두 가지 법안에 대한 투표가 절실히 필요하다. 의회 과반수 및 내 대통령직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가 여기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는 건 과장이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1조7500억 달러 규모는 적당한 규모"라면서 "월가가 우려하던 법인세 증세 없이 경기 부양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여전히 '프레임워크'입니다. 민주당 진보파의 리더인 프리밀라 자야팔 의원(워싱턴주)는 이날 "인프라 법안을 통과시키기에 반대표가 너무 많다"라고 말했습니다.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0.3~0.5% 수준의 상승세로 출발했고 상승 폭은 점점 더 커졌습니다. 이날 다우는 0.68%, S&P500지수는 0.98% 올랐고 나스닥은 1.39% 뛴 15448.12로 마감됐습니다. 그동안 사상 최고치 행진에서 뒤처졌던 나스닥이 다시 사상 최고치에 오른 겁니다. 이날 S&P500지수의 11개 업종이 모두 다 오르는 등 무차별적 상승세가 나타났습니다.
이날 수십 개 기업이 내놓은 3분기 실적이 좋았던 것도 이날 장세를 달궜습니다. 전날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이 월가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하면서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이날 아침 포드가 주당순이익(EPS) 51센트를 기록해 월가 예상(27센트)을 훌쩍 넘었고 실적 전망치까지 높였습니다. 포드는 이날 8.6% 급등했습니다. 머크도 EPS 1.75달러로 예상치를 20센트 상회했습니다. 특히 코로나 경구용 치료제가 판매되면 내년에 50억~70억 달러 매출이 발생할 것이라며 실적 전망치도 상향 조정해 6.1% 올랐습니다. 포드, 머크 외에도 이날 좋은 실적을 바탕으로 전망치를 높인 곳이 노스럽 그루먼, WPP그룹, 소니, 캐리어, 시리우스XM 등 많습니다.
페이스북은 12월부터 사명을 메타(Meta)로 바꾸고 메타버스에 집중하기로 하면서 1.5% 상승했습니다. 테슬라는 이날도 3.8% 폭등했습니다. 주식 콜옵션 매수가 폭발하면서 감마스퀴즈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 따르면 이번 주 들어 수요일까지 테슬라 옵션 거래액이 9000억 달러에 달합니다. 미국 주식 옵션 시장에서 거래된 돈의 절반 규모입니다. 테슬라 주가가 1100달러, 1200달러에 달할 것이란 콜옵션 거래가 가장 많았고 2000달러 베팅도 상당합니다. 이 옵션은 29일 만기를 맞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3분기 실적이 흠잡을 데 없이 좋았던 데다 '빅 숏' 마이클 버리까지 두 손을 들면서 더는 테슬라 주식을 공매도할 사람이 없다는 말이 나온다. 이런 낙관론이 투기적 콜옵션 매수를 부추기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기업들 실적이 좋게 나오자 장 마감 뒤 실적 발표가 예정됐던 애플, 아마존도 장중 2% 이상 오르면서 시장 오름세를 주도했습니다. 이들은 각각 2.5%, 1.59% 오른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그러나 오후 4시 넘어 공개된 실제 실적은 실망스럽습니다. 우려했던 공급망 혼란의 여파가 애플과 아마존에서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애플은 3분기 매출이 834억 달러, EPS은 1.24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EPS는 월가 예상과 같았지만, 매출은 예상치 847억 달러에 크게 못 미쳤습니다. 반도체 품귀 등 부품난으로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등에 대한 판매량이 예상보다 적었기 때문입니다. 핵심 제품인 아이폰 매출은 예상치 415억 달러보다 훨씬 적은 388억 달러에 그쳤습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설명은 더 좋지 않았습니다. 그는 "예상보다 큰 공급 제약에도 불구하고 3분기 매우 좋은 실적을 거뒀다. 4분기에 더 심각한 공급 제약에 직면할 것이다. 하지만 전년 동기 대비해서 확실한 매출 성장을 기대한다"라고 밝혔습니다. 4분기가 어려움이 더 많다는 겁니다. 애플의 루카 마에스티르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이번 여름 프로세서 부족으로 인한 혼란이 아이폰 제품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예상보다 더 나빴다. 지난 분기 동안 공급 제약으로 인해 잠재적 매출이 60억 달러 감소했으며 지금 분기에는 더 악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마존은 수익, 매출 모두 예상을 크게 밑돌았습니다. 매출은 1108억 달러(예상 1116억 달러), EPS는 6.12달러(예상 8.92달러)에 그쳤습니다. 그러면서 4분기 매출이 1300억~1400억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4~12%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는 월가 예상치 1421억 달러보다 적습니다. 앤디 제시 CEO는 노동력 부족, 직원 임금 증가, 글로벌 공급망 제약, 화물 및 운송 비용 증가로 인해 4분기에 '수십억 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여전히 막대한 이익을 냈습니다. 지난 3분기 48억8000만 달러의 영업 이익을 창출했습니다. 전자상거래 부문의 영업 이익은 8억8000만 달러의 다섯 배가 넘습니다.
이번 어닝시즌 들어 2분기와 달라진 건 실적이 나쁘거나 전망치를 낮추면 주가가 여지없이 폭락한다는 겁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주 "예상보다 나쁜 실적을 발표한 기업들의 주가가 발표 당일 4.3% 폭락했다. 지난 5년간 최대폭"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경기 사이클이 초기일 때는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으로 모든 기업의 주가가 무차별적으로 오르지만, 경기가 정점을 지나가는 중간사이클에 접어들면 돈을 버는 기업과 못 버는 기업간 차별화가 확실히 이뤄진다"라고 설명했습니다.
CNBC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 업계의 양대산맥 GM과 포드는 지난 27일 발표한 3분기 실적이 모두 월가 예상을 넘었습니다(GM의 경우 EPS 1.52달러로 예상치 96센트를 상회). 하지만 포드는 이날 8.7% 급등해 52주 신고가를 기록했고, GM은 0.028% 보합세로 마감됐습니다. 포드가 향후 실적 전망치를 상향 조정한 데 반해 GM은 기존 전망치를 유지한 때문으로 보입니다. 포드는 3분기에 반도체 공급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지만, GM은 반도체 부족으로 하반기에 생산량이 20만 대 더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물류업계의 라이벌 페덱스와 UPS의 주가도 엇갈리고 있습니다. UPS는 3분기 EPS가 주당 2.71달러를 기록해 월가 추정치 2.55달러를 넘으면서 연일 주가가 오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페덱스는 치솟는 인플레이션과 구인난에 따른 임금 상승 등의 영향으로 EPS가 4.37달러에 그쳐 예상치 4.97달러에 미치지 못하면 주가가 급락한 상태입니다.
이날 나스닥이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지만, 실적이 나빴던 이베이(-6.76%), 트와일로(-17.57%) 등은 급락했습니다.
블랙록은 지난 9월 주식 시장이 조정 장세를 보였던 것은 기업들의 차별화된 실적에 따라 주가도 차별화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불안 요인은 금리 외에는 별 요인이 없었는데, 금리는 1.5% 미만에 머물렀었다는 겁니다. 블랙록의 러스 코스터리치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앞으로 금리가 폭등은 없이 약간 오를 것이고, 단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이 지속할 것이다. 그리고 Fed가 (마침내) 완화적 통화정책을 전환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러나 이 중 어느 것도 주식 시장에 대한 죽음의 신호는 아니다. 하지만 금융 여건이 더 완화되지 않는다면 밸류에이션보다는 기업 이익이 시장을 주도할 것이다. 이는 비용 압박이 증가하는 시대에 금리보다는 이익, 현금 흐름, 그리고 지속 가능한 마진에 더 중점을 두어야 하는 이유"라고 밝혔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날 통화정책회의를 마친 뒤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채권매입 속도도 현재의 적당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물가상승률이 중기 목표인 2%에서 유지되는 상황이 닥치지 않는 이상 기준금리 인상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며, 이런 요건은 가까운 미래에는 충족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라가르드 총재도 인플레이션에 대해선 종전보다 약간 어조가 바뀌었습니다. 그는 "오늘 인플레이션, 인플레이션, 인플레이션이라는 세 가지만 논의했다"라면서 "현재의 더 높은 인플레이션은 애초 예상한 것보다 더 오래 지속하겠지만, 내년에는 둔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CB는 지난달 정책성명서에 들어있던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계속 증가했지만, 이는 우리의 2% 목표와는 거리가 멀다"라는 문구를 없애기도 했습니다.
이날 독일의 인플레가 4.5% 치솟으면서 각국의 국채 2년물들은 기록적으로 상승하고 있습니다. 중앙은행 기준금리를 인상한 겁니다. 이날 미 국채 20년물과 30년물의 금리는 역전되기도 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20년물 신규 물량 금리만 30년물보다 높아진 것으로 물량이 얼마 되지 않아 큰 의미는 없다"라고 설명했습니다.
ECB가 중앙은행들의 긴축 릴레이를 끊어내면서 뉴욕 증시 분위기는 조금 나아졌습니다.
우려했던 미국의 경제 지표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연율 2%로 2분기(6.7%)뿐 아니라 월가 예상(2.8%)에 크게 못 미쳤습니다. 델타 변이 확산세 및 공급망 혼란에 따른 것입니다. 2분기에 12% 급증했던 개인 소비지출이 3분기에 1.6%(연율) 증가하는 데 그친 게 컸습니다. 여행 외식 등 지출을 줄인 탓이지요. 특히 반도체 부족으로 재고가 모자란 자동차 소비가 대폭 줄어든 게 결정적 영향을 줬습니다. 자동차 및 부품 소비의 3분기 GDP 기여도는 -2.4%로 1980년 2분기 이후 두 번째로 적었습니다. 만약 자동차 및 부품에서 정상적 소비가 이뤄졌다면 3분기 GDP는 4%에 육박했을 것이란 분석입니다. 월가는 또 델타 변이 확산세가 꺾였고 연말 쇼핑시즌 소비가 늘면서 4분기 성장률은 다시 반등할 것으로 봤습니다.
실제 GDP 수치가 나온 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오히려 상승했습니다. 경기가 나쁘면 금리가 내려가야 할 텐데 2.9bp나 올라 연 1.57%까지 올랐습니다. TS롬바드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컸던 것에 비하면 실망할 게 없다. 3분기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가 전분기보다 4.5% 오른 것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2분기(6.1%)보다 낮아진 것이다. 4분기 물가 상승세도 둔화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주간 실업급여 청구 건수도 계속 감소하고 있습니다. 지난주(10월 17∼23일) 청구 건수는 전주보다 1만 건 감소한 28만1000건으로 팬데믹 이후 최저치를 다시 갈아치웠습니다. 예상치는 29만 건이었습니다.
내년 경기를 부양할 인프라 법안도 윤곽이 드러났습니다. 이날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당 주도 인프라 예산안(사회복지 패키지) 규모를 기존 3조5000억 달러에서 절반 수준인 1조7500억 달러로 줄인 새로운 프레임워크를 제시했습니다. 유급 가족 휴가와 전문대학 무상 교육 등을 백지화하고 의료 예산도 축소했습니다. 반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5550억 달러 재원은 그대로 살렸습니다.
예산 규모 감소에 맞춰 법인세 증세 방안은 폐지됐습니다. 대신 '15% 최저한세'와 1000만 달러 이상 고소득자에 대한 추가 소득세 등으로 재원을 대기로 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예산안과 함께 1조2000억 달러 규모의 초당파 인프라 법안을 함께 밀고 있습니다. 바이든은 "우리는 이 두 가지 법안에 대한 투표가 절실히 필요하다. 의회 과반수 및 내 대통령직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가 여기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는 건 과장이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1조7500억 달러 규모는 적당한 규모"라면서 "월가가 우려하던 법인세 증세 없이 경기 부양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여전히 '프레임워크'입니다. 민주당 진보파의 리더인 프리밀라 자야팔 의원(워싱턴주)는 이날 "인프라 법안을 통과시키기에 반대표가 너무 많다"라고 말했습니다.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0.3~0.5% 수준의 상승세로 출발했고 상승 폭은 점점 더 커졌습니다. 이날 다우는 0.68%, S&P500지수는 0.98% 올랐고 나스닥은 1.39% 뛴 15448.12로 마감됐습니다. 그동안 사상 최고치 행진에서 뒤처졌던 나스닥이 다시 사상 최고치에 오른 겁니다. 이날 S&P500지수의 11개 업종이 모두 다 오르는 등 무차별적 상승세가 나타났습니다.
이날 수십 개 기업이 내놓은 3분기 실적이 좋았던 것도 이날 장세를 달궜습니다. 전날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이 월가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하면서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이날 아침 포드가 주당순이익(EPS) 51센트를 기록해 월가 예상(27센트)을 훌쩍 넘었고 실적 전망치까지 높였습니다. 포드는 이날 8.6% 급등했습니다. 머크도 EPS 1.75달러로 예상치를 20센트 상회했습니다. 특히 코로나 경구용 치료제가 판매되면 내년에 50억~70억 달러 매출이 발생할 것이라며 실적 전망치도 상향 조정해 6.1% 올랐습니다. 포드, 머크 외에도 이날 좋은 실적을 바탕으로 전망치를 높인 곳이 노스럽 그루먼, WPP그룹, 소니, 캐리어, 시리우스XM 등 많습니다.
페이스북은 12월부터 사명을 메타(Meta)로 바꾸고 메타버스에 집중하기로 하면서 1.5% 상승했습니다. 테슬라는 이날도 3.8% 폭등했습니다. 주식 콜옵션 매수가 폭발하면서 감마스퀴즈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 따르면 이번 주 들어 수요일까지 테슬라 옵션 거래액이 9000억 달러에 달합니다. 미국 주식 옵션 시장에서 거래된 돈의 절반 규모입니다. 테슬라 주가가 1100달러, 1200달러에 달할 것이란 콜옵션 거래가 가장 많았고 2000달러 베팅도 상당합니다. 이 옵션은 29일 만기를 맞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3분기 실적이 흠잡을 데 없이 좋았던 데다 '빅 숏' 마이클 버리까지 두 손을 들면서 더는 테슬라 주식을 공매도할 사람이 없다는 말이 나온다. 이런 낙관론이 투기적 콜옵션 매수를 부추기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기업들 실적이 좋게 나오자 장 마감 뒤 실적 발표가 예정됐던 애플, 아마존도 장중 2% 이상 오르면서 시장 오름세를 주도했습니다. 이들은 각각 2.5%, 1.59% 오른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그러나 오후 4시 넘어 공개된 실제 실적은 실망스럽습니다. 우려했던 공급망 혼란의 여파가 애플과 아마존에서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애플은 3분기 매출이 834억 달러, EPS은 1.24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EPS는 월가 예상과 같았지만, 매출은 예상치 847억 달러에 크게 못 미쳤습니다. 반도체 품귀 등 부품난으로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등에 대한 판매량이 예상보다 적었기 때문입니다. 핵심 제품인 아이폰 매출은 예상치 415억 달러보다 훨씬 적은 388억 달러에 그쳤습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설명은 더 좋지 않았습니다. 그는 "예상보다 큰 공급 제약에도 불구하고 3분기 매우 좋은 실적을 거뒀다. 4분기에 더 심각한 공급 제약에 직면할 것이다. 하지만 전년 동기 대비해서 확실한 매출 성장을 기대한다"라고 밝혔습니다. 4분기가 어려움이 더 많다는 겁니다. 애플의 루카 마에스티르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이번 여름 프로세서 부족으로 인한 혼란이 아이폰 제품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예상보다 더 나빴다. 지난 분기 동안 공급 제약으로 인해 잠재적 매출이 60억 달러 감소했으며 지금 분기에는 더 악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마존은 수익, 매출 모두 예상을 크게 밑돌았습니다. 매출은 1108억 달러(예상 1116억 달러), EPS는 6.12달러(예상 8.92달러)에 그쳤습니다. 그러면서 4분기 매출이 1300억~1400억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4~12%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는 월가 예상치 1421억 달러보다 적습니다. 앤디 제시 CEO는 노동력 부족, 직원 임금 증가, 글로벌 공급망 제약, 화물 및 운송 비용 증가로 인해 4분기에 '수십억 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여전히 막대한 이익을 냈습니다. 지난 3분기 48억8000만 달러의 영업 이익을 창출했습니다. 전자상거래 부문의 영업 이익은 8억8000만 달러의 다섯 배가 넘습니다.
이번 어닝시즌 들어 2분기와 달라진 건 실적이 나쁘거나 전망치를 낮추면 주가가 여지없이 폭락한다는 겁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주 "예상보다 나쁜 실적을 발표한 기업들의 주가가 발표 당일 4.3% 폭락했다. 지난 5년간 최대폭"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경기 사이클이 초기일 때는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으로 모든 기업의 주가가 무차별적으로 오르지만, 경기가 정점을 지나가는 중간사이클에 접어들면 돈을 버는 기업과 못 버는 기업간 차별화가 확실히 이뤄진다"라고 설명했습니다.
CNBC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 업계의 양대산맥 GM과 포드는 지난 27일 발표한 3분기 실적이 모두 월가 예상을 넘었습니다(GM의 경우 EPS 1.52달러로 예상치 96센트를 상회). 하지만 포드는 이날 8.7% 급등해 52주 신고가를 기록했고, GM은 0.028% 보합세로 마감됐습니다. 포드가 향후 실적 전망치를 상향 조정한 데 반해 GM은 기존 전망치를 유지한 때문으로 보입니다. 포드는 3분기에 반도체 공급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지만, GM은 반도체 부족으로 하반기에 생산량이 20만 대 더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물류업계의 라이벌 페덱스와 UPS의 주가도 엇갈리고 있습니다. UPS는 3분기 EPS가 주당 2.71달러를 기록해 월가 추정치 2.55달러를 넘으면서 연일 주가가 오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페덱스는 치솟는 인플레이션과 구인난에 따른 임금 상승 등의 영향으로 EPS가 4.37달러에 그쳐 예상치 4.97달러에 미치지 못하면 주가가 급락한 상태입니다.
이날 나스닥이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지만, 실적이 나빴던 이베이(-6.76%), 트와일로(-17.57%) 등은 급락했습니다.
블랙록은 지난 9월 주식 시장이 조정 장세를 보였던 것은 기업들의 차별화된 실적에 따라 주가도 차별화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불안 요인은 금리 외에는 별 요인이 없었는데, 금리는 1.5% 미만에 머물렀었다는 겁니다. 블랙록의 러스 코스터리치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앞으로 금리가 폭등은 없이 약간 오를 것이고, 단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이 지속할 것이다. 그리고 Fed가 (마침내) 완화적 통화정책을 전환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러나 이 중 어느 것도 주식 시장에 대한 죽음의 신호는 아니다. 하지만 금융 여건이 더 완화되지 않는다면 밸류에이션보다는 기업 이익이 시장을 주도할 것이다. 이는 비용 압박이 증가하는 시대에 금리보다는 이익, 현금 흐름, 그리고 지속 가능한 마진에 더 중점을 두어야 하는 이유"라고 밝혔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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