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2년 전인 2020년 3월 23일은 팬데믹이 터지고 뉴욕 증시가 바닥을 쳤던 날입니다. 미국 전역의 봉쇄가 시작된 지 열흘가량 지난 그때 공포는 시장을 휘감았고 S&P500 지수는 한 때 2304.92까지 떨어졌으며 2337.40으로 마감됐습니다. 그해 2월 고점에서 34% 떨어졌었죠. 그런 뒤 지난 2년간 S&P500 지수가 두 배가량 오르는 역대급 강세장이 이어져 왔습니다. LPL파이낸셜에 따르면 이번 강세장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지수가 두 배 이상 오른 일곱 번의 강세장 중 가장 상승 속도가 빠릅니다.
이제는 강세장 3년 차에 들어갑니다. LPL파이낸셜의 라이언 디트릭 수석 시장 전략가는 "강세장 3년 차는 상승 강도가 다소 완화되는 경향이 있다"라면서 "2차 대전 이후 펼쳐진 강세장 11개 중 3개가 3년 차에 종료됐고, 끝나지 않은 강세장도 연간 상승률은 5.2%에 그쳤다"라고 밝혔습니다. 강세장 첫해의 평균 상승률은 41.8%, 2년 차는 12.8%였습니다. 올해 강세장이 이어지더라도 수익률은 지난 2년과는 차이가 날 것이란 얘기입니다.
23일(현지시간) 뉴욕 금융시장에서는 20일 가까이 치솟던 금리 상승세가 멈췄습니다.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영국의 2월 소비자물가(CPI)가 5.2%까지 치솟은 것으로 발표되면서 이날 새벽 한때 연 2.418%까지 올랐지만, 이후 하락해 오후 4시께 2.290%에 거래됐습니다. 전날보다 9.4bp나 내렸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금리가 단기적으로 너무 올라서 장기적 추세 상단에 도달했다. 어느 정도 저항을 받을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40년간 추세를 보면 10년물의 상단은 연 2.37% 수준입니다. 이런 상단을 넘어서면 여러 가지 사태가 터져 다시 추세(내림세)로 복귀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2000년 닷컴버블, 2007년 베어스턴스와 리먼브러더스 사태, 2018년 볼마게돈 사태 등이 대표적입니다.
여기에 미 재무부가 실시한 이 날 20년물 국채 입찰이 금리 내림세에 영향을 줬습니다. 단기 급등한 금리에 매력을 느낀 투자자들이 대거 응찰에 나서면서 발행 금리가 기록적 수준으로 급락한 것입니다. 응찰률은 2.72배에 달해 사상 최고를 기록했고, 낙찰 금리는 2.651%로 발행 당시 시장금리(WI) 2.665%보다 대폭 떨어졌습니다. 간접 수요 64.4%, 직접 수요 26.0%로 프라임 딜러가 가져가는 남은 물량이 사상 최저인 9.6%에 그쳤습니다.
금리 급등세가 주춤하자 주가가 멈칫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최근 경기 연착륙론 속에 금리와 주가가 함께 올랐는데, 금리가 꺾이자 주가도 약세를 보였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지난 20년간 저물가 시대에는 주가와 금리가 역상관 관계를 보였지만 최근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서 70~90년대 주가와 금리가 함께 움직이는 현상이 다시 살아났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침 9시 30분 주요 지수는 -0.4~-0.8% 수준의 내림세로 거래를 시작했고, 시간이 갈수록 하락 폭을 키웠습니다. 결국, 다우는 1.29%, S&P500 지수는 1.23% 내렸고 나스닥은 1.32% 떨어졌습니다.
이날 그동안 급등해온 주가가 당분간은 더 크게 오르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주장들이 꽤 나왔습니다.
① 월말/분기 말 리밸런싱 주식→채권
10년물 채권 금리는 이달 초 1.7%대에서 지금 2.3%대까지 급등했습니다. 채권 가격이 5% 이상 폭락했다는 뜻입니다. 올 초 1.6%대였던 것을 고려하면 이번 분기 하락 폭은 더 큽니다.
지금은 3월 말입니다. 펀드들은 월말/1분기 말 리밸런싱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가도 내렸지만, 채권이 더 하락했기 때문에 주식을 팔고 채권을 사들여야 합니다. 웰스파고에 따르면 이달 120억 달러 규모의 리로케이션(주식→채권)이 필요한데, 이는 작년 3월 말 이후 최대 규모입니다. 웰스파고는 "이번 리밸런싱이 장기 금리의 추가 상승을 막는데,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날 S&P500 지수는 4454.24로 마감했습니다. 여러 번 말씀드렸듯이 4600은 기술적으로 강한 저항선입니다. 바이탈 날리지의 애덤 크리사펄리 설립자는 "앞으로 한 달 뒤 시작되는 1분기 어닝시즌 전까지는 조용한 기간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여전히 헤드라인 뉴스를 장식하겠지만, 다음 주 금요일 나올 2월 고용보고서 외에는 별것 없다"라면서 "나는 여기에서 추가 상승을 부르기에는 별 확신이 없고, 4600선은 여전히 상한으로 남아있다고 본다. 당신은 지난주에 6%가 넘는 엄청난 랠리를 펼쳤고, 지금 우리는 4600선에 100포인트가량 떨어져 있다. 시장은 약간의 통합을 위해 후퇴할 수 있으며, 4600 수준까지 상승 여력은 2%에 불과하므로 위험 보상은 이전보다 훨씬 적다"라고 말했습니다.
② 이렇게 증시가 좋다면?
인베스코의 크리스티나 후퍼 세계 시장 전략가는 현재 상황을 재미있는 비유를 통해 설명했습니다. 즉 "아이에게 일찍 귀가하지 않으면 스마트폰을 뺏겠다고 말하지만, 속마음은 뺏는 게 목적이 아니라 빠른 귀가를 원하는 것처럼, 최근 미 중앙은행(Fed) 인사들이 거칠고 크게 긴축을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런 공격적 조치가 필요 없기를 바라고 있다"라는 것입니다.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단호하게 모든 조처를 하겠다고 밝히면, 그런 말 때문에 금융여건과 경기가 위축되면서 때로는 예상보다 적은 비용으로 그런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제롬 파월 의장 등이 공격적 언사를 하는 건 인플레이션 공포를 억제하고 실제 심각한 긴축의 필요성을 줄이기 위한 것이란 해석입니다.
후퍼 전략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폭등해 묶여있던 최근 소비자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다"라면서 이를 Fed 인사들의 공격적 발언이 나온 배경으로 지목했습니다. 그는 "Fed가 공격적 점도표를 공개하기는 쉽고, 기자회견이나 연설에서 거칠게 말하기도 쉽다. 하지만 실제로 올해 7번, 내년에 4번 금리를 인상하고 경제 활동을 질식시킬 위험을 높이는 건 훨씬 더 어렵다"라면서 "Fed가 그렇게 공격적이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밝혔습니다.
문제는 이런 공격적 언사를 퍼붓는데도 증시가 급반등해 금융여건은 개선되고 있다는 겁니다. 금융여건이 개선되면 미국 경제에 돈이 더 잘 돌고 경제 성장, 물가 상승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인플레이션 억제에 나선 미 중앙은행(Fed)이 바라는 상황이 아닙니다. 더욱더 공격적인 발언과 행동이 뒤따를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옵니다. 그리고 이런 말이 먹히지 않으면 정말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겁니다. CNBC의 밥 바사니 주식 평론가는 "주식시장의 대규모 랠리는 Fed가 더욱더 편안하게 금리를 인상할 수 있게 만든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은행 총재는 "올해 몇 차례 50bp 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도 있다. 금리 인상과 대차대조표 축소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스트레타가스는 이날 보고서에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예상했던 것보다 Fed가 훨씬 더 공격적으로 긴축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대해 점점 더 우려하고 있다. 현재 완전고용 상태이고 Fed가 선호하는 인플레이션 지표가 목표인 2.0~2.5%보다 훨씬 높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Fed가 조만간 긴축을 멈출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Fed가 불과 2주 전에 채권 매입을 중단한 만큼 장기 금리는 계속 상승할 것으로 믿는다. 현재 평평한 수익률 곡선은 경제 활동과 기업 이익의 상당한 둔화를 의미한다. 곡선이 의미 있게 역전된다면 우리가 책정한 2023년 35%의 경기 침체 가능성은 너무 낮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S&P500 기업의 올해 주당순이익(EPS) 추정치 230달러에 16~17배의 멀티플을 곱하면 S&P500 지수 수준은 3680~3910이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Fed가 정말 공격적으로 나선다면 실물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이날 2월 신규주택 판매는 전달보다 2.0% 감소한 77만2000채에 그쳤습니다. 두 달 연속 하락한 것으로 시장 예상치 82만 채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요인은 모기지 금리 상승입니다. Fed의 긴축 전환으로 시장금리가 급등하자 모기지 금리는 지난주 4.2%로 상승해 2019년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날 발표된 지난주 모기지신청 건수도 전주보다 8.1% 감소했습니다. 주택 경기는 미국 경제에 매우 중요합니다. 네드데이비스 리서치는 "모기지 금리 상승과 주택 시장 둔화는 경제 성장 전망을 둔화시킬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③ 다시 오르는 유가
이날 브렌트유는 5%가량 상승해 배럴당 121달러까지 올랐습니다. 서부텍사스원유도 4.6% 올라 배럴당 114달러에 거래됐습니다.
러시아는 전날 폭풍 피해로 카자흐스탄에서 흑해를 연결하는 송유관을 통해 수출되는 러시아산 원유가 하루 100만 배럴씩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복구에는 2개월가량 소요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24일 열리는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제재가 논의될 가능성도 원유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었습니다. 미국의 지난주 원유 재고가 251만 배럴 감소한 것도 유가 상승에 힘을 실었습니다.
이런 유가 상승은 인플레이션 상승 Fed 긴축 경기 둔화 및 기업 이익 축소로 이어지는 만큼 증시에는 부정적입니다.
물론 주가가 더 오를 수 있다는 희망도 여전합니다. 대표적 논리가 기업 이익이 계속 버텨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제 전해드렸던 나이키처럼요. 월가 관계자는 "한 월가 IB에서 기업들 1분기 실적을 미리 조사해봤는데 나쁘지 않은 것으로 나온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기업들은 대단한 이익 회복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난해 하반기 인플레이션이 치솟을 때도 강력한 가격결정력을 토대로 강력한 실적을 내놓았습니다. 올해도 그럴 것이란 전망이 많습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가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지난 한 달 동안 2022년 기업 이익 추정치를 주당 225.70달러로 1% 이상 상향 조정했습니다. 크레딧스위스의 조너선 골럽 전략가는 투자 메모에서 "환경은 기업 이익을 광범위하게 지원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일부에서 더 높은 중간재 및 기타 투입 비용이 회사 마진에 압력을 가한다고 지적하지만, 데이터를 보면 마진은 더 높은 재료 가격과 함께 움직인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는 겁니다. 이는 가격결정력과 운영 레버리지 때문이며, 최근 원자재 가격 급등은 올해 더 강력한 마진과 일치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날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위성인터넷 서비스인 스타링크의 월 사용료를 월 99달러에서 110달러로 높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또 기본 하드웨어의 가격은 499달러에서 599달러로 20% 높였습니다. 가격 인상 이유로는 "과도한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들었습니다. 테슬라도 지난 15일 전 모델을 대상으로 차량 가격을 최대 10%까지 올렸습니다. 3만 달러 대 보급용 차량으로 출시한 테슬라의 모델3는 이제 4만4990달러부터 시작합니다. 가장 싼 '깡통' 모델 가격입니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이날 "중고차 가격 등이 하락하기 시작했고 전반적으로 공급난이 해소되고 있다는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미국 항만의 컨테이너 적체도 9개월 내 최저로 떨어졌다. 인플레이션은 하반기에 급하게 떨어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월가의 여전한 컨센서스는 공급망 혼란이 계속해서 해소되면서 최소 올해 하반기에는 인플레이션이 어느 정도 잡히리라는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이 3~4%로 잡힌다고 해도 기존에 상품 가격을 올렸던 기업들은 가격을 유지할 것이기 때문에 마진은 오히려 좋아질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한 번 올라간 가격은 웬만해서는 내리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유가도 이날 발표된 댈러스 연방은행 조사를 보면 약간 희망을 품을 수 있습니다. 설문조사에 응한 텍사스 지역의 석유와 가스회사 141곳의 경영진은 올해 말 WTI 유가를 배럴당 평균 93달러로 내다봤습니다. 대답은 50~200달러 사이에 굉장히 널리 분포되어 있지만 어쨌든 평균은 100달러 미만으로 예측되었습니다. 이들은 현 유가 수준에서는 셰일오일 채굴이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우크라이나 관련 진전은 많지 않습니다. 전황이 우크라이나에 유리해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나토 등에 따르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약 한 달간 전투력의 5분의 1을 잃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습니다. 최대 4만 명의 러시아군이 사망, 부상, 포로 또는 실종됐고, 장비의 10%를 잃어버렸다는 겁니다. 이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우크라이나가 입장을 바꾸고 있다. 협상이 어렵다"라고 우크라이나 측을 비난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우크라이나가 태도를 바꾼 건 전황이 유리해지고 있기 때문으로 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러시아의 시장경제 개혁을 이끌어온 아나톨리 추바이스가 전쟁에 반대하며 최근 푸틴 대통령의 특사직을 사임하고 터키로 떠났다는 소식, 러시아 중앙은행의 엘비라 나비울리나가 사임하려 했다는 소식 등도 전해졌습니다.
최근 유럽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새로운 변이인 BA.2 감염자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영국 정부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주 양성 반응을 보인 사람의 수가 16% 증가했습니다. 영국 등 유럽과 2~3주 시차를 두고 확산하는 미국에서도 BA.2 변이 감염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월그린의 데이터에 따르면 3월 19일로 끝나는 주 동안 모든 양성 사례의 51%가 BA.2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우선 증상의 심각도가 오미크론 변이보다 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고, 미국의 경우 항체를 가진 사람이 워낙 많습니다. 미 질병예방센터(CDC)의 헌혈 표본 조사에 따르면 백신 접종과 감염으로 인해 16세 이상 미국인의 약 95%가 항체를 보유 중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이제는 강세장 3년 차에 들어갑니다. LPL파이낸셜의 라이언 디트릭 수석 시장 전략가는 "강세장 3년 차는 상승 강도가 다소 완화되는 경향이 있다"라면서 "2차 대전 이후 펼쳐진 강세장 11개 중 3개가 3년 차에 종료됐고, 끝나지 않은 강세장도 연간 상승률은 5.2%에 그쳤다"라고 밝혔습니다. 강세장 첫해의 평균 상승률은 41.8%, 2년 차는 12.8%였습니다. 올해 강세장이 이어지더라도 수익률은 지난 2년과는 차이가 날 것이란 얘기입니다.
23일(현지시간) 뉴욕 금융시장에서는 20일 가까이 치솟던 금리 상승세가 멈췄습니다.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영국의 2월 소비자물가(CPI)가 5.2%까지 치솟은 것으로 발표되면서 이날 새벽 한때 연 2.418%까지 올랐지만, 이후 하락해 오후 4시께 2.290%에 거래됐습니다. 전날보다 9.4bp나 내렸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금리가 단기적으로 너무 올라서 장기적 추세 상단에 도달했다. 어느 정도 저항을 받을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40년간 추세를 보면 10년물의 상단은 연 2.37% 수준입니다. 이런 상단을 넘어서면 여러 가지 사태가 터져 다시 추세(내림세)로 복귀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2000년 닷컴버블, 2007년 베어스턴스와 리먼브러더스 사태, 2018년 볼마게돈 사태 등이 대표적입니다.
여기에 미 재무부가 실시한 이 날 20년물 국채 입찰이 금리 내림세에 영향을 줬습니다. 단기 급등한 금리에 매력을 느낀 투자자들이 대거 응찰에 나서면서 발행 금리가 기록적 수준으로 급락한 것입니다. 응찰률은 2.72배에 달해 사상 최고를 기록했고, 낙찰 금리는 2.651%로 발행 당시 시장금리(WI) 2.665%보다 대폭 떨어졌습니다. 간접 수요 64.4%, 직접 수요 26.0%로 프라임 딜러가 가져가는 남은 물량이 사상 최저인 9.6%에 그쳤습니다.
금리 급등세가 주춤하자 주가가 멈칫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최근 경기 연착륙론 속에 금리와 주가가 함께 올랐는데, 금리가 꺾이자 주가도 약세를 보였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지난 20년간 저물가 시대에는 주가와 금리가 역상관 관계를 보였지만 최근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서 70~90년대 주가와 금리가 함께 움직이는 현상이 다시 살아났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침 9시 30분 주요 지수는 -0.4~-0.8% 수준의 내림세로 거래를 시작했고, 시간이 갈수록 하락 폭을 키웠습니다. 결국, 다우는 1.29%, S&P500 지수는 1.23% 내렸고 나스닥은 1.32% 떨어졌습니다.
이날 그동안 급등해온 주가가 당분간은 더 크게 오르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주장들이 꽤 나왔습니다.
① 월말/분기 말 리밸런싱 주식→채권
10년물 채권 금리는 이달 초 1.7%대에서 지금 2.3%대까지 급등했습니다. 채권 가격이 5% 이상 폭락했다는 뜻입니다. 올 초 1.6%대였던 것을 고려하면 이번 분기 하락 폭은 더 큽니다.
지금은 3월 말입니다. 펀드들은 월말/1분기 말 리밸런싱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가도 내렸지만, 채권이 더 하락했기 때문에 주식을 팔고 채권을 사들여야 합니다. 웰스파고에 따르면 이달 120억 달러 규모의 리로케이션(주식→채권)이 필요한데, 이는 작년 3월 말 이후 최대 규모입니다. 웰스파고는 "이번 리밸런싱이 장기 금리의 추가 상승을 막는데,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날 S&P500 지수는 4454.24로 마감했습니다. 여러 번 말씀드렸듯이 4600은 기술적으로 강한 저항선입니다. 바이탈 날리지의 애덤 크리사펄리 설립자는 "앞으로 한 달 뒤 시작되는 1분기 어닝시즌 전까지는 조용한 기간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여전히 헤드라인 뉴스를 장식하겠지만, 다음 주 금요일 나올 2월 고용보고서 외에는 별것 없다"라면서 "나는 여기에서 추가 상승을 부르기에는 별 확신이 없고, 4600선은 여전히 상한으로 남아있다고 본다. 당신은 지난주에 6%가 넘는 엄청난 랠리를 펼쳤고, 지금 우리는 4600선에 100포인트가량 떨어져 있다. 시장은 약간의 통합을 위해 후퇴할 수 있으며, 4600 수준까지 상승 여력은 2%에 불과하므로 위험 보상은 이전보다 훨씬 적다"라고 말했습니다.
② 이렇게 증시가 좋다면?
인베스코의 크리스티나 후퍼 세계 시장 전략가는 현재 상황을 재미있는 비유를 통해 설명했습니다. 즉 "아이에게 일찍 귀가하지 않으면 스마트폰을 뺏겠다고 말하지만, 속마음은 뺏는 게 목적이 아니라 빠른 귀가를 원하는 것처럼, 최근 미 중앙은행(Fed) 인사들이 거칠고 크게 긴축을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런 공격적 조치가 필요 없기를 바라고 있다"라는 것입니다.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단호하게 모든 조처를 하겠다고 밝히면, 그런 말 때문에 금융여건과 경기가 위축되면서 때로는 예상보다 적은 비용으로 그런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제롬 파월 의장 등이 공격적 언사를 하는 건 인플레이션 공포를 억제하고 실제 심각한 긴축의 필요성을 줄이기 위한 것이란 해석입니다.
후퍼 전략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폭등해 묶여있던 최근 소비자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다"라면서 이를 Fed 인사들의 공격적 발언이 나온 배경으로 지목했습니다. 그는 "Fed가 공격적 점도표를 공개하기는 쉽고, 기자회견이나 연설에서 거칠게 말하기도 쉽다. 하지만 실제로 올해 7번, 내년에 4번 금리를 인상하고 경제 활동을 질식시킬 위험을 높이는 건 훨씬 더 어렵다"라면서 "Fed가 그렇게 공격적이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밝혔습니다.
문제는 이런 공격적 언사를 퍼붓는데도 증시가 급반등해 금융여건은 개선되고 있다는 겁니다. 금융여건이 개선되면 미국 경제에 돈이 더 잘 돌고 경제 성장, 물가 상승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인플레이션 억제에 나선 미 중앙은행(Fed)이 바라는 상황이 아닙니다. 더욱더 공격적인 발언과 행동이 뒤따를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옵니다. 그리고 이런 말이 먹히지 않으면 정말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겁니다. CNBC의 밥 바사니 주식 평론가는 "주식시장의 대규모 랠리는 Fed가 더욱더 편안하게 금리를 인상할 수 있게 만든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은행 총재는 "올해 몇 차례 50bp 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도 있다. 금리 인상과 대차대조표 축소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스트레타가스는 이날 보고서에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예상했던 것보다 Fed가 훨씬 더 공격적으로 긴축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대해 점점 더 우려하고 있다. 현재 완전고용 상태이고 Fed가 선호하는 인플레이션 지표가 목표인 2.0~2.5%보다 훨씬 높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Fed가 조만간 긴축을 멈출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Fed가 불과 2주 전에 채권 매입을 중단한 만큼 장기 금리는 계속 상승할 것으로 믿는다. 현재 평평한 수익률 곡선은 경제 활동과 기업 이익의 상당한 둔화를 의미한다. 곡선이 의미 있게 역전된다면 우리가 책정한 2023년 35%의 경기 침체 가능성은 너무 낮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S&P500 기업의 올해 주당순이익(EPS) 추정치 230달러에 16~17배의 멀티플을 곱하면 S&P500 지수 수준은 3680~3910이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Fed가 정말 공격적으로 나선다면 실물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이날 2월 신규주택 판매는 전달보다 2.0% 감소한 77만2000채에 그쳤습니다. 두 달 연속 하락한 것으로 시장 예상치 82만 채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요인은 모기지 금리 상승입니다. Fed의 긴축 전환으로 시장금리가 급등하자 모기지 금리는 지난주 4.2%로 상승해 2019년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날 발표된 지난주 모기지신청 건수도 전주보다 8.1% 감소했습니다. 주택 경기는 미국 경제에 매우 중요합니다. 네드데이비스 리서치는 "모기지 금리 상승과 주택 시장 둔화는 경제 성장 전망을 둔화시킬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③ 다시 오르는 유가
이날 브렌트유는 5%가량 상승해 배럴당 121달러까지 올랐습니다. 서부텍사스원유도 4.6% 올라 배럴당 114달러에 거래됐습니다.
러시아는 전날 폭풍 피해로 카자흐스탄에서 흑해를 연결하는 송유관을 통해 수출되는 러시아산 원유가 하루 100만 배럴씩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복구에는 2개월가량 소요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24일 열리는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제재가 논의될 가능성도 원유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었습니다. 미국의 지난주 원유 재고가 251만 배럴 감소한 것도 유가 상승에 힘을 실었습니다.
이런 유가 상승은 인플레이션 상승 Fed 긴축 경기 둔화 및 기업 이익 축소로 이어지는 만큼 증시에는 부정적입니다.
물론 주가가 더 오를 수 있다는 희망도 여전합니다. 대표적 논리가 기업 이익이 계속 버텨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제 전해드렸던 나이키처럼요. 월가 관계자는 "한 월가 IB에서 기업들 1분기 실적을 미리 조사해봤는데 나쁘지 않은 것으로 나온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기업들은 대단한 이익 회복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난해 하반기 인플레이션이 치솟을 때도 강력한 가격결정력을 토대로 강력한 실적을 내놓았습니다. 올해도 그럴 것이란 전망이 많습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가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지난 한 달 동안 2022년 기업 이익 추정치를 주당 225.70달러로 1% 이상 상향 조정했습니다. 크레딧스위스의 조너선 골럽 전략가는 투자 메모에서 "환경은 기업 이익을 광범위하게 지원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일부에서 더 높은 중간재 및 기타 투입 비용이 회사 마진에 압력을 가한다고 지적하지만, 데이터를 보면 마진은 더 높은 재료 가격과 함께 움직인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는 겁니다. 이는 가격결정력과 운영 레버리지 때문이며, 최근 원자재 가격 급등은 올해 더 강력한 마진과 일치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날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위성인터넷 서비스인 스타링크의 월 사용료를 월 99달러에서 110달러로 높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또 기본 하드웨어의 가격은 499달러에서 599달러로 20% 높였습니다. 가격 인상 이유로는 "과도한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들었습니다. 테슬라도 지난 15일 전 모델을 대상으로 차량 가격을 최대 10%까지 올렸습니다. 3만 달러 대 보급용 차량으로 출시한 테슬라의 모델3는 이제 4만4990달러부터 시작합니다. 가장 싼 '깡통' 모델 가격입니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이날 "중고차 가격 등이 하락하기 시작했고 전반적으로 공급난이 해소되고 있다는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미국 항만의 컨테이너 적체도 9개월 내 최저로 떨어졌다. 인플레이션은 하반기에 급하게 떨어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월가의 여전한 컨센서스는 공급망 혼란이 계속해서 해소되면서 최소 올해 하반기에는 인플레이션이 어느 정도 잡히리라는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이 3~4%로 잡힌다고 해도 기존에 상품 가격을 올렸던 기업들은 가격을 유지할 것이기 때문에 마진은 오히려 좋아질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한 번 올라간 가격은 웬만해서는 내리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유가도 이날 발표된 댈러스 연방은행 조사를 보면 약간 희망을 품을 수 있습니다. 설문조사에 응한 텍사스 지역의 석유와 가스회사 141곳의 경영진은 올해 말 WTI 유가를 배럴당 평균 93달러로 내다봤습니다. 대답은 50~200달러 사이에 굉장히 널리 분포되어 있지만 어쨌든 평균은 100달러 미만으로 예측되었습니다. 이들은 현 유가 수준에서는 셰일오일 채굴이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우크라이나 관련 진전은 많지 않습니다. 전황이 우크라이나에 유리해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나토 등에 따르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약 한 달간 전투력의 5분의 1을 잃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습니다. 최대 4만 명의 러시아군이 사망, 부상, 포로 또는 실종됐고, 장비의 10%를 잃어버렸다는 겁니다. 이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우크라이나가 입장을 바꾸고 있다. 협상이 어렵다"라고 우크라이나 측을 비난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우크라이나가 태도를 바꾼 건 전황이 유리해지고 있기 때문으로 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러시아의 시장경제 개혁을 이끌어온 아나톨리 추바이스가 전쟁에 반대하며 최근 푸틴 대통령의 특사직을 사임하고 터키로 떠났다는 소식, 러시아 중앙은행의 엘비라 나비울리나가 사임하려 했다는 소식 등도 전해졌습니다.
최근 유럽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새로운 변이인 BA.2 감염자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영국 정부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주 양성 반응을 보인 사람의 수가 16% 증가했습니다. 영국 등 유럽과 2~3주 시차를 두고 확산하는 미국에서도 BA.2 변이 감염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월그린의 데이터에 따르면 3월 19일로 끝나는 주 동안 모든 양성 사례의 51%가 BA.2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우선 증상의 심각도가 오미크론 변이보다 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고, 미국의 경우 항체를 가진 사람이 워낙 많습니다. 미 질병예방센터(CDC)의 헌혈 표본 조사에 따르면 백신 접종과 감염으로 인해 16세 이상 미국인의 약 95%가 항체를 보유 중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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