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슨홀 회의를 앞두고 미국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인 정크본드(투기등급 채권)를 포트폴리오에서 축소하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잭슨홀 회의에서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 발언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며 위험자산 기피 심리가 강해졌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3일 기준 미국 정크본드의 평균 스프레드(국채 금리와의 차이)가 4.54%포인트로 확대됐다고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11일(4.08%포인트)보다 0.5%포인트가량 뛴 수치다. 정크본드 스프레드 확대는 투자자 사이에서 정크본드 수요가 줄어들어 가격이 하락했다는 뜻이다.
미국 정크본드 스프레드는 7월 초 6%포인트까지 근접했다가 이후에는 축소되며 투자심리 호전을 반영해 왔다. 그러나 잭슨홀 회의를 앞두고 다시 정크본드 투자 수요가 꺾였다.
투자자들은 잭슨홀 회의를 앞두고 정크본드 투자를 꺼리고 있다. 잭슨홀 회의는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이 매년 8월 주최하는 국제경제 심포지엄으로 올해는 25~27일 열린다. 파월 Fed 의장은 잭슨홀 회의에서 26일 오전 10시(미국 동부시간 기준)에 연설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이날 파월 의장이 매파적 발언을 내놓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다음달 13일 공개되는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등 물가 관련 지표가 심상찮을 경우 다음달 20~21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또다시 0.7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런 분석 때문에 투자자들은 최근 정크본드와 주식, 암호화폐 등 위험자산 투자를 자제하고 있다. 위험자산 비중을 줄이고 현금을 확보해 두려는 경향이 짙어졌다.
WSJ는 이날 Fed가 매파 기조를 이어간다 해도 인플레이션을 잡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미·중 갈등과 대러시아 제재 등에 따른 세계화의 퇴조, 미국 근로자 부족에 따른 임금 인상 압박, 에너지와 원자재 기업들이 최근 10여 년 동안 투자를 줄여 발생한 구조적인 공급 부족 등 세 가지 요인을 들었다. 이 요인들 때문에 Fed가 기준금리를 인상해도 인플레이션을 완전히 제어하기가 어려울 것이란 얘기다.
전날 닐 캐시캐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은행 총재는 강연에서 “내 마음 한구석에 있는 가장 큰 두려움은 이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으로 경제에 자리잡았을 수 있다는 것”이라며 “물가를 낮추기 위해 아마도 더 오랫동안 더 공격적인 정책 조치를 취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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