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물가 올린 고환율도 변수
햄·조미료·유제품 가격 오르면
외식물가도 덩달아 뛸 가능성
자영업자 '라면 사재기' 조짐도
“라면, 빵, 김밥, 음료수 등 안 오른 게 없습니다. 편의점 가기도 무서워요. 정부가 수개월째 물가를 잡겠다고 하는데, 잡히기나 할지….”(20대 취업준비생 김진수 씨)
가공식품을 중심으로 전방위 물가 인상 행진이 하반기에도 이어지면서 서민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9~10월 ‘물가 정점’ 가능성을 거론하지만 급등하는 환율과 유럽 에너지 대란 위기, 폭우에 따른 작황 부진 등의 변수로 물가가 정부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크다.
25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4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 선물거래소에서 밀은 t당 292달러에 거래됐다. 고점(3월 7일·475달러) 대비 38.5% 떨어졌다.
6월 650달러 언저리에서 가격을 형성했던 대두도 573달러로 가격이 소폭 하락했다. 옥수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직전인 2월 말 수준으로 내려와 26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기점으로 급등한 글로벌 곡물 가격이 정점을 찍고 최근 하락하는 추세기는 하지만 라면, 스낵, 조미료 등 가공식품은 9월 전후로 줄줄이 인상되고 있다. 농심이 ‘신라면’ ‘새우깡’ 등 주요 라면과 스낵 가격을 추석 이후에 올린다고 발표한 데 이어 동원F&B는 다음달 1일부터 유제품 일부를 인상한다. 대상은 조미료와 육가공품 일부 가격을 올릴 예정이다.
식품기업들은 6개월가량 앞서 원재료를 선구매한다. 상반기 원가 상승분이 최근 가공식품 소비자가격에 반영되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국제 곡물 가격의 국내 수입 물가 반영은 3~6개월 소요되며 수입 물가의 소비자물가 반영도 일정 기간이 걸린다”며 “1분기 국제 원재료 가격 등을 감안하면 가공식품 물가는 2.0~21.8% 상승 요인이 발생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가공식품 인상이 확산하면 외식 물가도 덩달아 상승할 공산이 크다. 라면, 국수, 조미료, 햄, 유제품 등은 식당이나 카페 등의 음식료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 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냉면, 비빔밥, 김치찌개 백반, 삼겹살, 자장면, 삼계탕, 칼국수, 김밥 8개 외식 품목의 가격은 올 1월 대비 6.6% 뛰었다. 삼계탕 가격은 지난달 1만5385원으로 전달(1만4885원)보다 오르며 처음으로 1만5000원대를 돌파했다. 서울 강동구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전체 주문의 10%가량을 차지하는 라면 공급가가 인상된다는 소식을 듣고 미리 대량 주문을 넣어놨다”며 “라면값 인상 후 식당 판매 가격을 올려야 할지 고심”이라고 했다.
시장에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외환위기 때보다 높은 7%에 육박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7월 소비자물가지수(108.74)는 외식·농축수산물 가격 상승 영향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6.3% 뛰었다.
이는 1998년 11월(6.8%) 후 23년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 예측대로 물가 상승세가 3분기에 정점에 이를 수 있겠지만, 상승 폭이 둔화한다는 것일 뿐”이라며 “고환율에 따른 수입 물가 급등과 최근 제기되고 있는 유럽 에너지 대란 위기 가능성 등 변수가 많다”고 진단했다.
하수정/한경제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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