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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서 6개월째 '루나 사태' 희생양 찾기…국내 업계는 '몰살' [이슈+]

기사출처
양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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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 사태' 이후 국내 업계 투자·상장·파트너십 올스톱
해외서도 "한국 프로젝트는 정책 불확실…투자 중단"

국내 거래소는 '해외 코인' 위주 상장…'국산 코인' 외면
"정치권 공방 길어지는 사이 국내 기업 줄도산 우려"


국내 가상자산(암호화폐) 업계가 몰살 위기에 처했다. 정치권에서 일명 '테라·루나 사태' 희생양 찾기가 6개월째 이어진 결과다. 그동안 한국 블록체인 기업 관련 투자, 상장, 파트너십은 손에 꼽는 몇곳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올스톱' 상태다.


해외 투자사들은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국내 블록체인 기업에 대한 투자를 꺼리는 분위기다. 블록체인이 미래 먹거리라고 외치던 국내 대기업들도 혹시나 정부의 눈 밖에 날까 '반(反) 블록체인' 정서로 돌아섰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빗썸에서는 거래량 위축에 더해 '국산 코인'의 신규 상장이 사실상 막혔다. 반면 해외 자본의 투자를 받은 해외 코인들은 상대적으로 활발하게 상장이 이뤄지고 있다. 


뚜렷한 대책이나 관련 법률 제정 움직임 없이 소모전이 계속되자 "이제는 그만 루나 사태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미래 산업의 성장을 위해 집중해야 할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도 상장도 '올스톱'…국내 블록체인 기업들 줄도산 우려


지난 5월 8일 시작된 테라·루나 블록체인 붕괴 사태 이후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은 가상자산 약세장, 즉 '크립토 윈터(Crypto Winter)'를 맞게 됐다. 스테이블 코인과 디파이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서 주요 가상자산 대출 플랫폼, 벤처캐피털(VC) 등이 연쇄 도산하기도 했다. 


국내 업계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테라·루나 프로젝트가 태생한 지역인 만큼 기업과 벤처캐피털 모두 더 엄격한 잣대로 평가받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국내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테라 사태에 거시경제 위기까지 겹치면서 투자사들이 투자에 신중해진 상황에 국내 가상자산 업계에 대한 시선도 안 좋아지면서 당장 다음달 사무실 월세와 임금을 걱정해야 한다"고 한탄했다.


다른 프로젝트 관계자 B씨는 "작년 시장이 좋을 때 프로젝트를 시작해서 빠르게 커뮤니티가 성장했다. 지금 이 타이밍에 다음 다운드 투자를 받아 빠르게 마케팅과 개발을 진행해 효과를 극대화해야 하는데 테라 사태 이후로 자금 유치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블록체인 프로젝트 뿐만 아니라 국내 벤처캐피털들의 자금난도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파악된다.


한때 4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40여개의 기업에 투자한 국내 1세대 블록체인 벤처캐피털인 블록워터캐피털은 최근 약 340만 달러(약 48억6000만 원)상당의 대출을 갚지 못해 결국 파산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가상자산 벤처캐피털 관계자는 "루나 사태 이후 국내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 상장이 올스톱 되면서 국내 기업에 포트폴리오 비중이 큰 투자사들이 위기에 처한 상황"이라며 "이에 투자사들은 국내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를 더욱 꺼리게 되고 해외 투자에 집중하게 되면서 국내 블록체인 기업들의 자금난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벤처캐피털 관계자는 "연일 금리가 인상되고 글로벌 금융위기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LP(출자자)들도 자금난에 빠졌다. 줄 돈을 안 주거나 미루기 시작하고 있다"라며 "현재 펀드에 자금이 거의 바닥난 상황에서 엑시트 가능성이 낮고 규제 불확실성이 있는 국내 프로젝트에 투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거래소마저 '국산 프로젝트' 상장 기피…업비트는 아예 '0건'


국내 블록체인 기업들이 위기를 맞은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돈맥경화'다. 테라·루나 사태 이후 국내 거래소들이 한국 관계자가 엮인 프로젝트의 상장을 기피하면서 토큰 유동성을 통한 자금 확보마저 어려워진 실정이다.


테라·루나 붕괴 사태가 본격화된 지난 5월 8일 이후로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의 상장 현황을 파악한 결과, 국내 거래량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업비트에서 국내 프로젝트의 상장은 단 한 건도 없었다. 2위 거래소 빗썸에서도 국내 기반 코인 상장은 단 1건 뿐이었다. 외국산 코인은 계속해서 상장이 이뤄지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가상자산 프로젝트 관계자 C씨는 "현재 운영하고 있는 플랫폼의 일일 활성 사용자, 커뮤니티 활성도 등 다수의 데이터가 거래소의 상장 기준을 넘어섰지만, 국내 거래소들은 상장을 망설이고 있다"라며 "테라 사태 이후 시장 상황과 업계에 대한 시선이 안 좋아지면서 플랫폼 가치 외적인 부분들이 상장의 걸림돌이 되는 듯 하다"라고 토로했다.


한국을 기반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프로젝트의 가상자산이 해외도 아닌 국내 거래소에 상장하는 것이 힘들어지자, 오히려 국내 프로젝트를 '역차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다른 관계자 D씨는 "만약 한국거래소가 몇몇 상장사의 일탈을 이유로 국내 모든 주식회사들의 상장을 정지하고, 해외 기업들의 상장만 받아준다면 그건 직무유기이자 자본유출 아닌가"라며 "결국 해외 기업들만 배불리고, 국내 산업은 싹을 잘라버리고 있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대기업도 "루나 사태 이후로 블록체인 사업 손대기 힘들어"


국내 대기업들, 특히 블록체인 관련 사업에 지대한 관심을 가졌던 금융권 기업들 조차 루나 사태 이후로 블록체인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면 쉬쉬하는 분위기다. 가상자산에 대한 금융당국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한 것이다. 


미래에셋금융그룹은 당초 올해 가상자산 커스터디(수탁) 법인을 설립할 예정이었지만 현재까지 관련 법인의 출범조차 진행하지 못한 상황이다. 신한금융지주 역시 국내 4대 가상자산 거래소 중 한 곳인 코빗에 수백억 원 규모의 투자를 검토하다 잠정 중단했다.


국내 10대 그룹 계열사 가운데 최초로 가상자산 발행을 준비했던 SK스퀘어 역시 올해 3분기 출시 예정이었던 SK코인(가칭)의 발행을 무기한 미뤘다. 코인 발행에 앞서 내놓기로 한 백서 공개 또한 중단했다. 


올 들어 꾸준히 블록체인 사업 진출을 모색해 온 SK플래닛 역시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내 블록체인, 가상자산 사업을 일시 보류한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증권가에서 가장 먼저 디지털자산팀을 꾸리면서 블록체인 시장에 발빠르게 진입한 한화자산운용팀은 지난 2분기 결국 전담팀을 해체하는 수순을 밟기도 했다. 


더불어 연초부터 빗썸은 SK·LG·CJ 등 국내 대기업들과 손을 잡고 메타버스·NFT 플랫폼 신설에 나선다고 밝혔으나 테라 사태 이후로 관련 소식이 뚝 끊긴 상황이다.


"희생양 찾기 그만…산업 위축으로 이어져서는 안 돼"


이에 업계와 정치권 일부 인사들 사이에서는 국내 가상자산 산업의 발전이 제한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국에서 루나 사태의 희생양을 찾는 와중 시장의 위축은 안중에도 없다는 지적이다.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블루밍비트와의 인터뷰에서 "'루나 사태' 이후 가상자산 시장이 크게 위축됐다"며 "금융당국이 거시적으로 블록체인 산업의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정책 추진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금융 소비자 보호를 위한 규제도 중요하지만, 투자자 보호 정책이 올바르게 정립돼 있고 지속가능한 발전성이 확인되는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상장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라며 "그래야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에서 우리의 파이를 키우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로 선거를 뛸 당시 디지털산업진흥청 설립, NFT 거래 활성화, 디지털자산시장 육성, 가상자산 거래소발행(IEO) 도입 후 가상자산공개(ICO) 허용 등을 공약했다"면서 "이 약속들이 결국 공약(空約)에 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교통사고가 난다고 해서 자동차 산업을 없애버리진 않지 않는가.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양한나, 이영민 블루밍비트 기자 sheep@bloomingbit.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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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ep@bloomingbit.io안녕하세요. 블루밍비트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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