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 한화자산운용 글로벌주식사업본부 팀장
"연말 계절성, 중간·분기 배당 확산으로 희석돼"
"주식시장 전망 부정적이라면 배당주 투자도 하지 말아야"
"과거 배당 유지할 것이란 믿음이 '배당 쇼크' 일으키기도"
"배당이라는 게 오너 입장에서는 현금의 유출이잖아요. 대주주의 '사연'에 따라 배당 정책이 달라져요. 예를 들면 대주주가 공적 조직이면 일정 수준 이상의 주당 배당금을 유지하려고 할 거예요. 사기업도 오너의 상황에 따라서 배당을 확대하거나 축소할 수 있죠. 이 같은 사연을 따져 '고배당의 함정'을 피해야 합니다."
배당펀드를 포함해 1조원 가량의 자금을 운용하는 유비 한화자산운용 글로벌주식사업본부 팀장은 최근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배당주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 대해 "주당 배당액이 유지될 것이란 일반적인 생각에 끊임없이 의심을 가져라"고 강조했다.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 시즌 결정된 배당 규모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실망감에 주가까지 크게 하락하는 '배당 쇼크'를 우려해서다.
그에게 배당주 투자에 앞서 어떤 사연을 따져야 할지 들어봤다.
▶ 매년 이맘때쯤 되면 '찬 바람 불면 배당주'라는 말이 회자됩니다. 올해는 어떻습니까?
"연말이 다가오는 시기에 배당주 투자가 유리할 수 있다는 계절성이 여전히 작동하지만, 중간배당이나 분기배당이 늘어나면서 상당 부분 희석됐습니다. 대표적 고배당주로 꼽히는 금융주만 봐도 분기·반기 배당을 시작한 금융지주도 있지만, 특정 국책은행은 여전히 기말 배당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 올해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배당주 투자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진 것 같습니다. 내년 증시 전망이 어둡기 때문인 것도 같고요.
"향후 시장을 안 좋게 본다면 주식 투자 자체를 할 필요가 없죠. 일부 은행주 같은 경우 예상 배당 수익률이 9%로 나오는데, 연말에 주식 시장이 무너지면서 주가가 15% 빠질 수도 있는 거잖아요. 더욱이 향후 시장이 오를지 내릴지 맞추는 게 어렵죠. 금융투자업계에 있는 저도 마찬가지예요. 시장의 흐름에 맞춰서 같이 호흡한다는 측면에서 본인의 투자 여력과 시장에 대한 판단 등을 고려해 포트폴리오의 일정 비중을, 최대 30%까지 현금으로 보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지금은 어떤 상황으로 판단하시나요?
"한화자산운용의 공식적인 전망은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주식이 오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년을 부정적으로 보는 전망의 핵심은 물가가 빨리 잡히지 않는 데 따른 금리 상승, 이로 인한 경기침체와 기업실적 둔화 우려인데요, 주가는 이런 부분을 선행해 반영하죠. 지금은 내년에 주가가 얼마나 더 빠질지, 기업 실적이 얼마나 더 악화될지에 대한 전망들이 모여 컨센서스를 형성해가는 구간입니다. 이 전망치가 더 이상 하락하지 않고 옆으로 움직이는, 즉 바닥 신호가 나오면 주가는 그 이후의 좋아질 구간을 선반영하게 될 수 있습니다."
▶ 주식 투자에 나서도 된다면, 배당주 투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배당주를 세 가지 카테고리로 나눠보자면 △배당에 대한 패러다임이 변한 종목 △전통적인 고배당주 △배당 성장주가 있습니다. 제가 배당주를 운용할 때 우선 30% 정도는 전통적인 고배당주를 담고 체크합니다. 정부나 외국인이 대주주이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의 배당을 유지하려는 기업들을 말하죠. 이런 종목들은 주가가 시가 배당수익률 밴드 안에서 움직입니다. 일정한 주당배당금을 기준으로 생각했을 때 주가가 하락하면 배당수익률은 오르고, 주가가 오르면 배당수익률은 하락하는 걸 말해요. 예상 주당배당금과 주가를 비교한 배당수익률이 밴드를 벗어나지 않으려는 속성이 있어, 주가 하락으로 배당수익률이 밴드 상단에 접근하면 매수세가 유입돼 주가를 밀어 올릴 가능성이 있는 거죠."
▶ 배당에 대한 패러다임이 변하는 종목은요?
"대주주의 필요에 의해 전에 하지 않던 배당을 시작했거나, 배당 규모가 갑자기 커진 종목을 말합니다. 이런 기업들은 배당을 늘려 현금을 확보해야만 하는 대주주의 사연을 잘 따져야 해요. 현금을 확보해야 할 대주주의 사연이 주식담보대출의 이자 납입과 같이 장기적 현금 수요라면 배당 규모가 상당 기간 유지될 가능성이 크죠. 최근 떠오른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트렌드를 따른다며 향후 몇 년 동안의 배당 규모를 약속한 기업의 경우, 그 수준의 배당을 감당하도록 실적을 성장시킬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경영진이 갖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고요. 반면 특정 기업을 인수한 대주주가 인수한 기업 내부의 현금을 빼가기 위해 배당을 활용할 수도 있는데, 이런 종목은 특히 더 조심해야겠죠."
▶ 배당 규모가 감소한 사례를 많이 보진 못한 것 같습니다.
"한국 자본시장의 정서 상 과거보다 배당을 줄이지 않으려는 성향이 있어요. 배당이 줄면 그 기업이 어려운 상황에 빠진 것 아니냐는, 불필요한 우려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죠. 이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결과적으론 배당 규모가 결정되는 3월 정기주주총회 시즌에 '배당 쇼크'를 불러오기도 합니다. 기대에 못 미치는 배당이 결정된 데 따른 실망감이 그만큼 큰 거죠. 저는 이걸 '단순 고배당의 함정'이라고 부릅니다. 그냥 배당이 많은 기업이 좋은 기업이라고 접근하기보다, 배당의 사연을 따지는 습관을 기르면 그 안에서 옥석을 가릴 수 있을 겁니다."
▶ 배당 규모가 줄어도 주가가 쇼크에 빠지지 않을 수도 있나요?
"배당을 줄이는 사연을 시장이 납득하는지 여부에 달렸죠. 기업의 현금을 주주들에게 나눠 주는 것보다 투자를 통해 향후 더 큰 규모의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인정되면, 오히려 호재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죠."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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