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계좌 신규 개설한 MZ세대
지나친 낙관주의에 올해 주식 매수 늘려
JP모건 "밈주식으로 Fed 조롱하고 있다"
기준금리를 예상보다 더 높일 수 있다는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총재의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발언에도 미국 주식시장에 투자 심리가 꺾이지 않고 있다. 2020년 주식 열풍에 유입된 MZ세대(밀레니얼+Z세대) 등 개인투자자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진다는 관측이 나온다.
8일 투자 전문매체 마켓워치는 FIRNA투자자교육재단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2020년 새로 유입된 개인투자자 48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투자 심리가 최근 확대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FINRA투자자교육재단은 시카고대와 함께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0년 증권 계좌를 개설한 개인투자자보다 투자 경력이 긴 개인투자자들이 주식 계좌에서 투자 자금을 인출했다. 신규 투자자 중 75% 가량은 주식 계좌 납입액을 인출하지 않았다. 지난해 주식 시장이 크게 위축됐지만 손절매 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들 중 40%는 올해 들어 증권 계좌 납입액을 이전보다 더 늘렸다.
FIRNA투자자교육재단은 "코로나 팬데믹에 개인투자자들이 급증한 현상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투자 인구가 지속해서 증가한 것"이라며 "지난해 약세장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난기류를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투자은행 찰스 슈왑은 이같은 현상을 '투자 세대(Generation Investor)'가 출현했다고 분석했다. 2020년 주식 열풍에 휩쓸려 생애 첫 투자를 한 세대를 뜻한다. 대다수가 MZ세대로 이뤄졌다.
2020년을 기점으로 개인투자자의 평균연령이 대폭 낮아졌다. 찰스슈왑에 따르면 2020년 증권사 계좌 개설자 나이 중앙값은 35세였다. 2020년 이전에는 48세였다. 신규 개설자 중 Z세대(1996년 이후 출생)가 16%, 밀레니얼 세대(1985~1995년 출생)가 51%를 차지했다.
새로 유입된 투자자들은 투자 경력이 짧은 탓에 시장을 낙관적으로 전망하는 게 특징이다. 약세장이 장기간 이어지는 시기를 겪지 않아서다. 투자자문사 매그니파이가 1990년대생 투자자 2000여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72%가 "주식 투자로 부자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중앙은행에 맞서지 말라는 투자 격언이 등한시되는 모습이다. 개별 종목에 확신이 들어도 시장을 움직이는 건 Fed의 정책이란 격언이다. 개인이 시장을 이길 수 없다는 논리와 통한다. 골드만삭스는 "개인투자자들이 잘못된 낙관주의에 빠져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우려 속에서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는 지난달 극에 달했다. 반다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개인투자자는 주식을 매일 15억달러씩 매수했다.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주식 거래량에서 개인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커졌다.
JP모건에 따르면 지난달 개인투자자가 전체 주식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23%에 달했다. 상승 랠리가 펼쳐졌던 2021년(22%)과 맞먹는 수준이다. 자산 가격이 대폭 하락한 지난해 말에는 하루 거래량에서 개인투자자의 비중은 15%에 불과했다.
JP모건은 지난달 투자 서한에 "(개인투자자는) 밈주식(온라인 커뮤니티서 입소문을 탄 주식), 암호화폐, 적자 기업 주식 등을 매수해 Fed를 조롱하고 있다"고 썼다.
MZ세대 대다수가 '소외 공포감(FOMO)'에 증권사 계좌를 개설했다는 분석이다. 전문 지식을 갖추고 투자를 시작한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레딧 등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투자 정보를 습득했다. 특정 주식에 쏠리는 현상이 심화했다는 분석이다.
올해 들어 밈 주식 열풍이 재현됐다. 게임스톱은 올해 들어 5.6% 상승했고, AMC엔터테인먼트는 48.6% 치솟았다. '개미들의 성지'라 불리는 로빈후드도 19%가량 올랐다. 개인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자산 가격도 상승세다. 테슬라는 올해 들어 68% 급등했고, 비트코인도 37% 뛰어올랐다.
개인투자자 여론에 기관투자가가 합류하기 시작했다. 리서치업체 브런스윅그룹이 세계 257개 기관투자가 펀드 매니저 및 애널리스트를 설문 조사한 결과 이들 중 49%가 레딧이 주식 평가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고 답했다. 응답자 중 46%는 올해 온라인 커뮤니티 활용을 더 늘릴 것이라고 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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