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부진…1월 -45.2억弗
여행수지 적자도 3배 급증
지난 1월 경상수지가 45억2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1980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43년 만의 최대 적자다. 반도체 수출 급감, 중국으로의 수출 부진이 겹친 결과다.
연초부터 경상수지가 악화하면서 한국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월 경상수지 적자는 2020년 4월에 기록한 이전 최대 적자(40억2300만달러)를 넘어섰다. 경상수지는 지난해 11월 2억2000만달러 적자 후 12월에 26억8000만달러 흑자로 돌아섰지만 한 달 만에 다시 적자 전환했다.
상품수지가 74억6000만달러 적자를 나타냈다. 역대 최대이자 4개월 연속 적자다. 지난해 1월(15억4000만달러 흑자)과 비교하면 90억달러나 급감했다. 수출이 480억달러로 작년 1월보다 14.9% 줄어든 반면 수입은 554억6000만달러로 1.1% 늘어난 결과다. 품목별로 보면 반도체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43.4% 줄었다. 지역별로는 대중 수출이 31.4% 급감했다.
서비스수지도 32억7000만달러 적자였다. 1년 전보다 적자폭이 24억4000만달러 확대됐다. 해외 여행자가 증가하면서 여행수지 적자가 14억9000만달러로 지난해 1월(5억5000만달러 적자) 대비 세 배가량 늘었다.
배당소득 등 본원소득수지가 63억8000만달러 흑자로 1년 전보다 45억1000만달러 늘었지만 경상수지 악화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에 이날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330원에 육박하며 연중 최고치를 찍기도 했다. 종가는 전날보다 2원 오른 1324원20전을 기록했다.
여행수지 적자도 14.9억弗로 3배 ↑
올해 1월 경상수지가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하면서 한국 경제에 비상등이 켜졌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고강도 긴축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대외건전성의 핵심 지표인 경상수지마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연간으론 200억달러대 경상수지 흑자를 예상하고 있지만 당장 상반기엔 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1월부터 경상수지 적자가 커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오르는 등 시장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 들어 경상수지 적자가 커진 건 반도체 한파 영향이 크다. 반도체 수출은 글로벌 수요 감소와 가격 하락으로 지난 1월 62억4000만달러에 그쳤다. 전년 동월 대비 43.4% 급감했다. 철강 제품(-24%), 화학공업 제품(-18.6%) 등 주요 수출 품목도 부진했다. 중국(31.4%), 동남아시아(-27.9%), 미국(-6%), 유럽연합(0.3%) 등 주요 시장으로의 수출도 일제히 악화했다.
이에 따라 1월 수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4.9% 감소한 480억달러로 쪼그라들었다. 반면 수입은 1.1% 늘어난 554억6000만달러였다. 상품수지(수출-수입)는 74억6000만달러 적자였다. 사상 최대 적자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26년 만의 4개월 연속 적자이기도 하다.
서비스수지 적자가 지난해 1월 8억3000만달러에서 올해 1월 32억7000만달러로 확대된 것도 경상수지 적자를 키웠다. 운송수지 흑자가 18억9000만달러에서 1억2000만달러로 축소되고, 여행수지 적자는 5억5000만달러에서 14억9000만달러로 확대되면서다.
그나마 비과세 혜택 신설로 해외 자회사 배당금이 국내 기업으로 대거 송금되면서 임금·배당·이자 소득을 반영하는 본원소득수지가 63억8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해 경상수지가 더 악화되는 걸 막았다.
한은은 지난달 경제전망에서 경상수지가 올 상반기엔 44억달러 적자를 기록하겠지만 연간으론 260억달러 흑자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은 일단 '상저하고' 기조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당분간 경상수지가 흑자를 낼 것이라고 장담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이동원 한은 경제통계국 금융통계부장은 "2월 흐름을 보면 반도체를 제외하고 수출이 플러스로 전환했다"며 "2월 상품수지가 흑자가 나지는 않겠지만 균형 수준에 가까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워낙 대외여건이 불확실해 월별 경상수지 변동성은 커질 수 있다"고 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글로벌 경기 전망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연간 경상수지 흑자를 장담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우려하는 대로 경상수지가 악화되면 외환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 환율 상승으로 물가가 오르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대외부채가 증가하면서 원리금 상환부담이 늘어나 국가신용등급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조미현/임도원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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