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이 대규모 업그레이드를 앞두면서 투자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그레이드 이후 약 44조원 규모의 이더리움이 시장에 풀릴 것으로 관측되면서다. 일각에서는 예상보다 충격이 덜 할 것이란 낙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12일 이더리움은 업그레이드를 하루 앞두고 소폭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업비트에 따르면 이더리움은 오후 12시 현재 전날보다 0.88% 하락한 248만4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더리움은 전날 비트코인 급등 영향으로 원화 마켓에서 250만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더리움은 한국시간으로 오는 13일 오전 7시 27분 업그레이드가 완료된다. '샤펠라 업그레이드'로 불리는 이번 작업은 이더리움이 지분 증명 (PoS) 방식으로 알고리즘을 전환한 이후 처음으로 진행되는 업데이트다.
이더리움은 지금까지 비트코인처럼 작업 증명(PoW) 방식으로 네트워크를 유지해 왔다. PoW는 채굴자가 채굴한 만큼 암호화폐를 보상하는 방식이다. 보안성은 뛰어나지만, 채굴을 위한 컴퓨터 연산을 위해 고사양의 장비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전기 소모량이 엄청나다. 중국이 채굴을 금지하고, 미국 일부 주도 채굴 금지를 추진하고 있는 이유다.
반면 PoS 방식은 암호화폐 소유자가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방식이다. 채굴이 아닌 소유자가 보유한 암호화폐 수량만큼 보상이 이뤄진다. 지금까지 PoW보다 보안성을 검증할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했지만, 컴퓨터를 계속 돌릴 필요가 없어 친환경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더리움 재단은 PoS 방식으로 전환을 추진하면서 투자자에게 보유 이더리움의 예치(스테이킹)를 제안했다. 이더리움을 32개 이상 스테이킹하면서 블록 생성 작업에 참여하면, 그 보상으로 추가 이더리움을 제공한다는 것이었다. 재단은 "이더리움을 보호하면서 보상받으라"며 "모든 사용자가 네트워크를 보호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보상받을 수 있다"고 홍보했다. 이 과정에서 1800만개에 달하는 이더리움이 예치됐다. 현 시세로 따지면 약 44조원에 이른다.
이번 샤펠라 업그레이드로 이더리움 소유자들은 스테이킹한 자산을 인출할 수 있게 된다. 자연스럽게 시장에 이더리움이 풀리게 되면서 가격이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블록체인 기반 핀테크 플랫폼을 운영하는 일리야 볼코프 "많은 양의 이더리움이 인출돼 사람들이 이를 판매할 것이기 때문에 업그레이드 후 급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반면 이더리움 매물이 예상보다 대량으로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적다는 주장도 있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코빗 리서치센터는 이날 "스테이킹된 이더리움이 모두 인출될 때까지는 약 1년 5개월 정도 걸리는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더리움 대량 매물 발생 가능성은 작고, 실제로 많은 물량이 나와도 시장에서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코빗 리서치센터가 기간별 하루 최대 출금량을 추정한 결과 인출 시작 후 3일까지는 하루 평균 30만7000개가 출금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더리움 전체 유통량의 0.25%에 불과하다는 게 코빗의 분석이다. 이후 4일 차부터 6개월까지는 4만 3000개, 6개월 이후부터는 2만9000개가 인출될 것으로 추산됐다.
여기에 분석 시점 기준으로 이더리움을 스테이킹한 투자자 가운데 40%만 수익을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익이 있는 경우에도 이더리움에 대한 강한 믿음을 가진 투자자로 스테이킹 초기부터 참여했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익 실현을 위해 이더리움을 인출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정석문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샤펠라 업그레이드로 스테이킹된 이더리움의 인출이 가능해지면 이더리움 스테이킹의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것"이라며 "이는 이더리움 펀더멘털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고 밝혔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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