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값 12년 만에 최고
넉달새 가격 30% 이상 뛰어
'최대 생산국' 인도 작황 부진 탓
작년 이어 올해도 수출 제한나서
글로벌 식탁물가 상승 현실화
英선 초콜릿 등 식료품값 급등
국제 설탕 가격이 최근 1년 새 급등세를 거듭하며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설탕 가격 상승세는 과자, 빵, 음료 등 설탕을 원료로 하는 다양한 식료품 가격의 줄인상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막바지에 다다른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물가와의 전쟁'에 복병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1일(현지시간) 런던국제금융선물거래소(LIFFE)에서 백설탕 선물 5월 인도분은 전일보다 29.1달러(4.3%) 상승한 t당 702.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연초(1월 2일 기준 t당 534.4달러) 가격과 비교하면 4개월 새 31.4% 뛴 수준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는 2011년 11월 이후 최고치다. 같은 날 뉴욕 국제선물거래소(ICE) 원당(비정제 설탕) 5월물 가격도 전일 대비 3.5% 오르며 2016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설탕 가격이 오름세를 지속하는 건 세계적 공급 부족에 기인한다. 세계 최대 생산국이자 2위 수출국인 인도는 지난해 5~9월 단행한 수출 규제를 올해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산지브 초프라 인도 식품부 장관은 지난 6일 기자들과 만나 "지난 2주간 마하라슈트라 지역에 때아닌 폭우가 내리면서 설탕 생산량이 목표치인 3860만t보다 20만~30만t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기상 악화로 인해 마하라슈트라 내 설탕 생산 공장들은 조업 중단 시점을 평년보다 45~60일 정도 앞당겼다. 인도 설탕 생산량의 3분의 1 이상이 이 지역에서 나온다.
오랜 기간 설탕 시장 관찰자로 일해 온 소렌 젠슨은 블룸버그에 "인도산 설탕 출하량은 늘어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조만간 인도 내 설탕 정제사들은 자국산에서 외국산으로 원당 조달 방식을 바꿔야 할지도 모를 일"이라고 말했다. 네덜란드 투자은행 라보뱅크도 "시장의 관심이 아시아에서 브라질로 서서히 이동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브라질은 전 세계 설탕 수출량의 45%를 책임지고 있다. 브라질 리서치업체 잡이코노미아에 따르면 4월부터 시작되는 수확기에 브라질 설탕 생산량은 역대 2위 수준인 4030만t을 기록할 전망이다.
인도뿐 아니라 태국 중국 미국 멕시코 파키스탄 등 주요 설탕 생산국에서 모두 공급이 부족한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태국과 중국 등은 공식적으로 생산량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12위 생산국인 이집트도 국내 시장 수요 초과분을 제외한 모든 종류의 설탕 수출을 향후 3개월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국제 유가 상승세도 설탕 가격 상승세를 부채질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설탕 원료인 사탕수수는 에탄올의 원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유가가 오르면 설탕 대신 에탄올 생산으로 눈을 돌리는 공장이 늘어날 수 있다. 다만 농림축산식품부는 "브라질산 사탕수수는 에탄올보다 설탕에 더 많이 투입된다"며 가격 상승이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원당 가격 상승세가 식품 가격 전반을 끌어올리는 '슈거플레이션(설탕+인플레이션)'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매월 집계하는 식량가격지수를 보면 곡물·유지류·유제품 가격은 전월 대비 하락했지만, 설탕 가격은 1.5% 올랐다. 영국에선 초콜릿, 사탕, 탄산음료 등의 가격이 1977년 이후 최대 상승률을 나타냈다.
아쇼크 자인 뭄바이 설탕상인연합회장은 "여름철 성수기 수요 증가로 가격 상승세가 몇달간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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