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출처 의문…마켓메이커 탈 쓴 시장교란 의혹"
"할인된 가격에 토큰 인수…장외거래에 가까운 투자"
DWF랩스 "유동성 공급 위한 합법적 행위"
가상자산(암호화폐) 벤처 캐피털(VC) DWF랩스의 투자금이 가상자산 프로젝트의 워시트레이딩(Wash Trading, 자전거래)을 통해 벌어들인 자금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워시 트레이딩은 단기간에 동일간 자산 및 증권을 사고 팔아 가격을 인위적으로 올리고 시장 참가자를 오도하는 시제 조작 행위를 의미한다.
업계에서는 '크립토 윈터'라고 불리는 가상자산 약세장에서 지난 6개월간 2억 달러 이상을 투자한 DWF랩스의 자금 출처에 대한 의문과 함께 마켓 메이커(Market Maker, 매도와 매수의 호가를 계속 유지하고 호가차익을 추구하는 시장 조성자)의 탈을 쓴 벤처 캐피털의 시장 조작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가상자산 기업의 연쇄 파산 및 규제 불확실성으로 인해 업계가 진통을 겪은 최근 6개월간 DWF랩스는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며 급부상했다.
더블록 프로의 대시보드 따르면 DWF랩스는 해당 기간 25개의 펀드 라운드에 참여해 총 2억3200만 달러(한화 약 3000억 원)를 쏟아부었다. 그 중 18개 라운드에 단독 투자자로 나섰으며, 100개 이상의 프로젝트에 최소 1억 달러를 집행했다.
가상자산 벤처 캐피털들이 '긴축 모드'에 돌입, 허리띠를 졸라매는 동안 DWF랩스는 어떻게 다수의 가상자산 프로젝트에 막대한 금액의 투자를 진행한 것일까. 업계는 DWF랩스가 투자(Investment)로 포장한 '장외거래(OTC)'에 나선 것이라는 지적을 제기했다.
15일(현지시간) 가상자산 전문 미디어 코인데스크는 "DWF랩스가 크립토GPT, 신세틱스 등 가상자산 기업에 대한 투자로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들의 거래 중 많은 부분이 전형적인 벤처 캐피털 투자가 아님을 알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일반적으로 벤처 캐피털은 장래가 유망하다고 판단되는 프로젝트에 자본을 조달하고 그 대가로 프로젝트 지분의 일부를 받는다. 대부분 토큰을 출시하기 전 초기 단계에 투자를 집행하고, 향후 토큰의 소유권을 개발자에서 투자자로 이전하는 것을 보장하는 투자 계약인 'SAFT(Simple Agreement for Future Tokens)' 전략을 사용한다.
하지만 DWF랩스는 이미 토큰을 출시한 프로젝트를 위주로 투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체는 DWF랩스와 협력한 다수의 가상자산 프로젝트 관계자를 인용해 "DWF랩스가 시장가에서 할인된 가격으로 수백만 달러 상당의 토큰을 구매하겠다고 제안했다"고 전언했다.
그러면서 "DWF랩스는 가상자산 프로젝트에 접근해 할인된 가격의 토큰을 인수하고 마켓 메이킹 서비스, 토큰의 유동성 및 거래량 확보, 마케팅 및 미디어에 대한 추가 지원도 약속한다"고 지적했다. 즉 DWF의 투자 방식에는 자금 조달, 마켓 메이킹과 마케팅의 역할 구분이 없다는 것. 이는 DWF랩스가 워시 트레이딩에 가담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을 부추겼다.
'마켓 메이킹(Market Making, MM)'은 특정 시점에서 거래 희망자가 특정 상품의 거래를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거래 상대가 되어주어 유동성을 제공해주는 행위를 말한다.
가상자산 업계에서 마켓 메이킹 기업이 자체 벤처 캐피털을 함께 운영하는 것은 흔한 형태다. 마켓 메이킹 거물로 알려진 점프 크립토(Jump Crypto)와 윈터뮤트(Wintermute) 또한 트레이딩 기업으로 시작했다.
다만 가상자산 시장 내 마켓 메이킹은 증권 시장처럼 법적 제어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기에 '시세 조작'과 '펌프 앤 덤프'에 악용되는 불법 수익 도구라는 오명이 지속되고 있다. 이 때문에 앞서 언급한 기업들은 현재 벤처 투자를 축소하고 자체 핵심 인프라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코인데스크는 "마켓 메이커에 의해 두 분야의 경계가 흐릿해진다"라며 "업계에서는 마켓 메이킹과 벤처 캐피털의 투자 계약을 분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리서치 회사인 펀드스트랫(Fundstrat)의 디지털 자산 담당 부사장인 월터 텡(Walter Teng)은 "두 사업은 엄청난 이해 충돌이다"라며 "투자를 하면 당연히 토큰 가격이 오르기를 원한다. 마켓 메이킹을 하면 스푸핑(Spoofing)을 통해 가격이 오르도록 조작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스푸핑이란 일종의 시장 교란 행위를 의미한다.
그는 "DWF랩스의 모든 투자는 부실하게 위장된 대행사의 '장외 거래'에 불과하다"라며 "그들은 파트너십·투자로 가장해 큰 발표를 하지만 실제로는 프로젝트가 트레저리(Treasury, 금고)에서 몰래 토큰을 매도하는 방법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DWF랩스가 투자한 프로젝트의 토큰 대부분을 즉시 거래소로 이체한다는 점도 이 같은 의혹들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와 관련해 DWF랩스 측은 거래소로 토큰을 전송하는 것은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한 합법적 행위라고 항변했다.
안드레이 그라체프(Andrei Grachev) DWF랩스 매니징 파트너는 "보안상 자본 효율성을 위해 자산 대부분을 중앙화 거래소에 보관한다"라며 "온체인 월렛에는 많은 자금을 보유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한 해킹 피해 사례가 너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DWF랩스가 총 810억개의 플로키(FLOKI) 코인을 매수해 모두 거래소로 전송했지만 이를 매도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이기도 했다.
안드레이 그라체프 파트너는 "마켓 메이커는 시장을 만들고, 깊이를 제공하고 주문 실행을 개선하는 것이 임무이기 때문에 자산을 월렛에 보관하는 것이 가장 어리석은 선택"이라면서 "토큰을 거래소로 옮기는 이유는 연중무휴 24시간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도록 긴급 상황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아울러 "마켓 메이커와 벤처 캐피털은 포트폴리오 프로젝트의 가치와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모든 합법적이고 사용 가능한 솔루션을 활용해야 한다"라며 "이는 워시 트레이딩으로 간주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DWF랩스가 거래소로 이체한 토큰을 매도하는지 혹은 시장 조성 목적으로 사용하는지와 관계없이 거래소에 장기적으로 자금을 보관하는 것 자체가 우려스럽다는 의견도 나온다.
코인데스크에 익명을 요구한 전직 마켓 메이커이자 가상자산 분석 회사의 창립자는 DWF랩스의 행위가 '위험 신호(Red Flag)'라고 말했다. 그는 "그들은 투자로 마케팅한 다음, 마켓 메이킹을 명목으로 거래소에 자금을 이체한 후 언제든 토큰을 덤핑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조연우 블루밍비트 기자 told_u_so@bloomingbit.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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