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6500억원 유입…몇 년 내 1300조원으로 늘 것"
글로벌 채권시장이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고금리 정책의 여파로 채권 수익률이 치솟자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려는 개인‧기관 투자자들 사이에서 채권의 매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 사이클이 막바지에 접어들자 높은 수익률을 향유하려는 투자자들이 '막차 투자'에 나선 모양새다.
2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글로벌 투자분석 및 데이터 제공업체인 모닝스타 자료를 인용해 작년 한 해 미국에서 액티브 전략을 통해 3320억달러(약 438조원)가 채권시장에서 빠져나갔다고 보도했다. 거듭된 금리 인상으로 채권 가격이 폭락한 결과다.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티로우 프라이스의 글로벌 다중 자산 전략 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세바스티안 페이지는 "2022년은 채권시장 대격변의 해였다"며 "어떤 측면에서 역대 최악의 해라고 해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시장의 흐름이 급격하게 뒤바뀌었다. 1~4월 채권형 펀드에 1000억달러(약 132조원)가 유입된 것이다.
긴축 정책 종료를 계기로 채권값 상승을 기대한 개인‧기관 투자자들이 국채와 회사채를 대량 매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페이지 CIO는 "채권시장이 아주 오랜만에 활기를 띠고 있다"며 "(가격과는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 수익률이 이전보다 훨씬 높은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채권 수익률이 높아지면 비교적 낮은 수준의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고수익을 내고 싶어 하는 '위험 회피' 성향의 개인 투자자들은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프랭클린 템플턴의 제니 존슨 최고경영자(CEO)는 "연금의 3분의 1만 채권에 투자해도 목표한 바를 이룰 수 있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서 주식 시장에서 펀드 매니저의 재량이 반영되는 '액티브' 펀드에서 단순하게 지수를 추종하는 형식의 '패시브' 펀드로 자금이 대거 이동한 것과 유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자산운용사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스의 이-신 헝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초 '밀컨 글로벌 컨퍼런스'에 참석해 이와 관련, "증시에서 앞서 나타났던 현상과 같다"고 언급했다.
채권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캐피털그룹의 마이크 기틀린 글로벌 채권 부문 책임자는 "고금리 환경 속에서 자사를 통해 매주 평균 5억달러(약 6586억원)가 채권시장으로 순유입됐다"며 "앞으로 몇 년 안에 이 규모는 1조달러(약 1317조원)에 달할 것이며, 유입 속도는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캐피털그룹은 세계 10대 자산운용사 중 한 곳으로, 2조달러의 자금을 굴리고 있다.
시장은 미국 중앙은행(Fed)이 연내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데 베팅하고 있다. 미국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자료에 따르면 자산운용사들은 올해 들어 2년물 국채에 대한 롱 포지션(가격 상승을 기대하고 미리 매수하는 전략)을 대폭 확대했다. 존슨 CEO는 "금리 상황이 어느 정도 진정되면 1차례 인상이 있은 후 연말까지 그 수준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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