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레버리지만 찾냐고요? 세금만 22%를 떼잖습니까."
서학개미 A씨는 최근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DIREXION DAILY SEMICONDUCTORS BULL 3X)'를 대거 사들였다. 엔비디아 등 반도체주가 날아오르자 더 높은 수익률을 쫓아 들어갔다. 이 ETF는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를 3배 추종한다. 국내 투자자들은 이 상품을 지난 22일부터 26일까지 1주일간 1억5000만달러어치 사들였다. 해외주식 중 테슬라(1억6200만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매입했다.
서학개미들이 유독 레버리지 상품을 사랑하는 이유는 양도소득세 때문이다. 국내주식은 수익에 대해 과세하지 않지만 해외주식은 다르다. 매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결제가 끝난 해외주식 수익이 250만원이 넘을 경우 22%의 양도소득세가 붙는다.
조금이라도 세금을 아끼면서 테슬라와 엔비디아에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중개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로 단일 종목 비율이 높은 ETF에 투자하는 방식을 권한다.
ISA 금융투자소득, 전액 '비과세'
ISA는 중개형·신탁형·일임형 3가지로 구분된다. 통상 국내 주식 등 다양한 곳에 투자할 수 있는 중개형 ISA가 가장 애용된다.
중개형 ISA의 가장 큰 장점으로는 손익통산이 꼽힌다. 인출 시점까지 계좌에 들어있는 모든 상품의 손익을 합쳐 세금을 부과한다. 이때 소득이 배당·이자소득이라면 200만원까지 비과세다. 200만원을 넘는 초과분에 대해서는 9.9% 분리과세한다. 금융투자소득은 전액 비과세다. 손익을 통산해서 따지다 보니 매년 세금을 내지 않는 과세이연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세제 혜택이 있다 보니 납입 한도가 있다. 중개형 ISA의 1년 납입 한도는 2000만원으로, 최대 5년 1억원까지 입금이 가능하다.
"ISA로 테슬라 ETF 투자하라"
단점도 있다. 중개형 ISA를 통해 해외 주식과 펀드 투자는 불가능하다. ISA 투자 대상은 오로지 국내에 상장된 주식 및 ETF만 해당한다.
그러나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해외투자 ETF 상품이 늘어나면서 이 단점도 가려지고 있다. ISA로 이 해외투자 ETF를 투자하면, 세제 혜택과 해외 투자를 동시에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맘에 드는 해외 종목을 많이 담고 있는 ETF를 찾아야 한다. ETF가 해당 종목과 최대한 비슷하게 움직여야 이 투자법이 유효하기 때문이다. 가령 테슬라에 투자하고 싶다면, 테슬라 비중이 가장 높은 국내 ETF인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테슬라밸류체인액티브'를 고를 수 있다. 이 ETF에는 테슬라가 단일종목 최대 투자 한도인 25%까지 채워져 있다. 또 테슬라 하루 수익률 1.5배를 추종하는 레버리지ETF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불 1.5X 셰어즈(Direxion Daily TSLA Bull 1.5X Shares)'도 23.3% 편입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이 ETF의 테슬라 실제 노출도는 무려 60%에 달한다.
"엔비디아·애플도 가능"
이제 중개형 ISA를 통해 해당 ETF를 담는 일만 남았다. 앞서 언급했듯 ISA를 통한 금융투자소득은 전액 비과세다. 수익이 발생한다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최근 급상승한 엔비디아나 꾸준히 해외주식 인기 종목에 오르는 애플, TSMC 등도 같은 방식의 투자가 가능하다. 국내 상장 ETF 중 엔비디아 비중이 가장 높은 ETF는 29.66%의 'ACE 엔비디아채권혼합블룸버그'다. 애플은 'ARIRANG Apple채권혼합Fn'(애플 비중 30%), TSMC는 'TIGER TSMC밸류체인FACTSET'(대만 상장 TSMC 비중 27%) 등 이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중개형 ISA 혜택을 누리면 22%에 달하는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며 "해외투자 ETF 내 개별종목 비중만 잘 따져본다면, 개별종목 직접 투자보다 훨씬 좋은 투자법"이라고 말했다.
배성재 기자 ship@hankyung.com
블루밍비트 뉴스룸
news@bloomingbit.io뉴스 제보는 news@bloomingbit.io뉴스에 대한 의견과 질문을 자유롭게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