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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한도 협상으로 바이든표 부양책 제동 걸리나 [정인설의 워싱턴나우]

기사출처
블루밍비트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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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 주범은 파·바…'워싱턴 리스크'가 최대 변수 / 美주간증시 전망
부채한도 증액안 표결과 5월 고용보고서 주목


인플레이션이 롱런가도를 달리고 있습니다. 특히 에너지와 음식료를 제외한 근원 인플레는 불사조가 돼가고 있습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중시하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에서 더욱 위력을 발휘했습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1년 간 기준금리를 5%포인트 이상 올렸는데 인플레는 여전히 맹렬한 위세를 떨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의 돈 풀기와 공급부족, 뜨거운 노동시장, 미국 가계의 잉여저축과 그로 인한 소비 등 여러 이유를 들 수 있습니다.


통제불능에 가까운 변수를 제외하고 순수한 정책 측면에서 보면 결국 완화적 통화정책과 재정부양책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벤 버냉키 전 Fed 의장도 이 부분에 100% 공감을 표시했습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워싱턴 리스크'입니다. 통화정책을 총괄하는 Fed와 재정정책의 틀을 짠 백악관이 모두 워싱턴에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주에도 워싱턴이 중대기로에 서 있습니다. 향후 기준금리를 결정할 중대변수인 고용지표가 나오고 나라 살림 규모를 판가름할 부채한도 협상의 종지부를 찍을 지 결정됩니다.


'워싱턴 리스크' 중심으로 6월 첫째주 주요 일정과 이슈를 정리하겠습니다.


전직 Fed 의장의 천기누설?


지난주 버냉키 전 의장은 워싱턴에 있는 브루킹스연구소에서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경제학자를 지낸 올리비에 블량사르와 함께 인플레이션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한 마디로 인플레 원인과 주범이 누구냐는 것입니다. 학계에선 코로나19와 부양책 가운데 어느 게 인플레의 주요 원인이냐고 논쟁이 뜨거웠습니다. 이들은 "둘 다 맞다"는 양시론에 손을 들어줬습니다.


다만 전반전과 후반전으로 나눠 설명을 했습니다. 2021년까지는 코로나19 이후 공급망 충격으로 물가가 올랐다고 판단했습니다. 이후 지난해부터는 재정부양책과 저금리 정책으로 인플레가 높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고 결론냈습니다. 현재는 저금리 시대가 끝났기 때문에 재정부양책 영향이 더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인플레가 급격히 오르 건 공급망 충격 때문이고 인플레가 떨어지지 않고 있는 건 재정부양책 때문이라는 겁니다.


상당히 돌려 얘기했지만 결국 책임자를 추궁하자면 제롬 파월 Fed 의장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으로 집약됩니다. 파월 의장은 공급망 충격이 있던 2021년에 "인플레는 일시적"이라며 제로금리를 고수했습니다. 조금만 일찍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면 인플레와 금리가 이런 상황까지는 오지 않았을 거란 얘기가 깔려 있습니다.


그리고 파월 의장이 뒤늦게 과속해서 금리를 올렸지만 재정정책과 엇박자가 났습니다. 여전히 바이든 행정부는 재정부양정책을 펼쳤기 때문에 금리 인상 효과가 반감됐습니다. 그래서 인플레는 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게 버냉키 의장의 결론입니다.


그게 뜨거운 노동시장에서 잘 나타나고 있는 겁니다. 미국 정부가 쏟아부은 보조금을 받은 고령자들과 여성들은 힘들게 일하지 않아도 됩니다. 조기은퇴와 휴직을 결정한 뒤 노동시장에 다시 나오지 않는다는 겁니다. 코로나19로 이민자들도 줄어든 상황에서 인력은 더욱더 모자라게 됩니다. 그리고 보조금을 통해 여유자금이 생긴 일반인들도 예전처럼 더 많이 일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래서 버냉키 전 의장은 "현재 인플레이션은 노동시장 과열을 반영한다"면서 "노동시장을 진정시킬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노동시장을 진정시키려면 긴축을 강화하든 재정부양책을 중단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는 더 세게 얘기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판단한 듯 수위 조절을 했습니다. 버냉키 전 의장은 "물가 목표치인 2%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현재 3.4%인 실업률이 4.3% 위로 올라갈 필요가 있을 수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실업률의 큰 상승 없이도 인플레이션이 내려갈 수 있다"고 물을 탔습니다. "하드랜딩을 피하고 소프트랜딩의 길이 열려 있다"고 주장해온 파월 의장의 기를 살려준 것입니다.


그나마 당시 패널로 참가한 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인 제이슨 퍼먼 하버드 교수가 진실을 설파합니다. 그는 "양적으로 볼 때 더 큰 죄는 재정정책이며 더 용서하기 힘든 죄는 통화정책"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판사 입장에서 보자면 바이든의 형량이 무겁지만 판사 재량으로 형량을 부과한다면 파월을 가중처벌하고 싶다는 얘기와 다를 바 없습니다.


부채한도 협상으로 부양책이 끝나나

한 달 간 워싱턴의 최대 화두는 '부채한도 협상'이었습니다. 대부분의 나라에선 세수를 중심으로 예산안을 두고 옥신각신합니다. 하지만 기축통화국이라는 이름으로 빚에 의존해 사는 미국은 다릅니다. 세금보다 미국 국채에 의존해 살림살이를 하기 때문에 빚의 크기, 부채한도가 더 중요합니다. 그래서 예산안 협의라고 하지 않고 부채한도 협상을 합니다.


1차 세계대전 이후 행정부가 돈을 마구잡이로 쓰지 않게 하기 위해 의회가 부채한도를 승인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마치 미국이 망할 것처럼 위기감이 커졌지만 어느 누구도 부채한도 때문에 미국이 무너지는 걸 용인하지 않습니다. 어디까지나 각자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책임을 상대방에게 떠넘기기 위한 고도의 '정치쇼'에 가깝습니다. 2023년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번엔 민주당과 공화당의 강경파 의원들이 끼었습니다. 양당의 중도파 세력이 권력을 잡고 있기 때문에 본인들의 힘을 보여주려면 사사건건 반대의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그래야 선거 때 공천을 받고 본인 주변 사람을 심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는 31일 부채한도 조정 합의안이 의회에서 통과될 때도 그런 모습이 연출될 가능성이 큽니다. 부채한도 협상을 지렛대 삼아 본인들의 정치적 세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할 전망입니다. 중도파 중심의 양당의 지도부가 그걸 잘 통제하지 못하면 또다시 파국으로 치닫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인플레를 놓고 보면 중요한 건 이번 부채한도 협상이 바이든 행정부의 부양책에 어떤 영향을 미쳤냐입니다. 일단 바이든 대통령과 매카시 의장의 합의안에서 주목해야할 점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 진짜 부채한도를 증액하는 대가로 미국의 예산안이 줄어드느냐입니다. 두 사람은 대선이 있는 내년까지 미국 정부부채한도를 상향하는 대신 2024 회계연도 비(非)국방 지출은 동결하기로 했습니다. 2025년엔 예산을 최대 1%까지만 증액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겉으로 보자면 감축은 아닙니다. 동결 또는 부분 증액입니다.


하지만 공화당 지도부는 그동안 민주당이 매년 5% 안팎으로 늘려왔기 때문에 사실상 감축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둘째 바이든표 보조금이 사라지느냐입니다. 공화당 지도부는 바이든 행정부의 현금살포안을 대폭 줄였다고 자평하고 있습니다. 미사용 코로나19 지원금을 거둬들이고 학자금 대출 탕감을 삭감한 게 대표적 예입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나 인프라 법안 예산은 계속 집행됩니다. 학자금 대출 관련해 재판이 진행되고 있어 이 역시 어찌될 지 미지수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예상대로만 된다면 금리 예상 또다시 출렁


인플레를 식힐 핵심 키는 노동시장이 쥐고 있습니다. 일단 노동시장이 식어야 근원 인플레가 잡힐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6월 2일에 나올 5월 고용보고서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5월 신규고용 예상치는 18만8000명입니다. 전달의 25만3000명보다 줄어든 수치입니다. 팬데믹 이전의 평균 일자리 증가폭(17만3000개)에 근접한 수준입니다.


실업률은 3.5%로 전달의 3.4%보다 소폭 오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임금 상승률은 전월보다 0.3% 오르고, 작년보다 4.4% 상승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전달의 0.5%와 4.4%와 비슷하거나 약간 낮은 수준입니다.


시장 예상대로만 나온다면 다음달 14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은 다시 커질 수 있습니다. 예상을 벗어나 뜨거운 노동시장이 계속된다면 금리 인상 확률은 더 올라갈 전망입니다.


하지만 왔다갔다하는 고용 통계의 부정확성은 두고두고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미 노동부는 지난달 2월과 3월 신규고용 통계를 대거 하향조정했습니다. 2월 신규고용은 당초 집계보다 7만8000명 적은 24만8000명, 3월 신규고용은 이전 발표에 비해 7만1000명 적은 16만5000명으로 수정했습니다.


만약에 3월에 신규고용이 23만6000명이 아니라 16만5000명이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인플레 정국 이후 처음으로 팬데믹 이전 평균보다 낮은 수치가 나온 만큼 증시와 금리선물 시장은 들썩였을 겁니다. 이번에도 4월 신규고용이 25만3000명에서 얼마로 바뀐다면 고용보고서의 신뢰도에도 흠이 날 수 있습니다.


유럽도 한국도 '닮은꼴 인플레'


유럽과 한국도 이번 주에 인플레 지표를 발표합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유로존 국가들의 5월 물가상승률을 다음달 1일 공개합니다. 현재 시장 예상치는 전년 동기대비 6.3% 상승입니다. 전달 7%에 비해 둔화된 수치입니다. 이에 비해 근원 인플레는 전달 5.6%에서 5.5%로 거의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끈적끈적한 근원물가는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의 5월 소비자물가는 한국시간으로 2일에 나옵니다. 시장 컨센서스는 전년 동기대비 3.3%입니다. 올 1월 5.2%에서 지난 4월 3.7%로 기록하면서 추세적으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 이후엔 다시 오를 수 있다고 시장에선 보고 있습니다.


결국 주요국의 인플레 관건은 근원물가 잡기입니다. 그러려면 노동시장이 식어야 하고 서비스 물가가 떨어져야 합니다.


미국에선 주택 렌트비도 하락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연착륙도 가능하겠지만 시장은 아직까지 반신반의하고 있습니다.


일단 부채한도 협상의 결말과 5월 고용보고서가 단기적인 시장 분위기를 결정할 전망입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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