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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이중 악재' 짓눌린 원화…"1400원 넘을 수도"

기사출처
블루밍비트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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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부동산·美 긴축 '겹악재'…원·달러 환율 연중 최고

10년 국고채 금리 年 4% 육박
코스피 장중 2500선 무너져


원·달러 환율이 17일 장중 1343원까지 상승하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한 달 만에 80원 넘게 뛰었다. 중국 부동산 위기에 미국의 추가 긴축 가능성까지 겹치며 원화 가치가 급락(원·달러 환율은 상승)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5원10전 오른 1342원에 마감했다. 지난 5월 2일(1342원10전) 후 최고치다. 5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나타냈다. 이날 환율은 전날보다 5원60전 오른 1342원50전으로 출발했다. 이후 곧바로 5월 17일 기록한 연중 최고치(1343원)를 찍기도 했다.


환율은 최근 가파르게 뛰고 있다. 7월 18일 1260원40전까지 내렸던 환율이 한 달 만에 81원60전 올랐다.


환율 급등은 미국과 중국의 경제 상황이 급변하고 있어서다. 중국에서는 부동산 개발업체가 줄줄이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빠지면서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가 2.4% 떨어졌다. 이에 따라 해외 투자자 사이에서 위안화의 '대리(프락시) 통화' 역할을 하는 원화도 동반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이날은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외환시장을 덮쳤다. 미국 동부시간으로 전날 공개된 7월 미 중앙은행(Fed)의 통화정책회의 의사록에 "인플레이션을 목표치인 2%로 되돌리기 위해 충분히 긴축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발언이 담긴 것으로 전해지면서다.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109%포인트 오른 연 3.976%를 기록, 연중 최고치로 뛰어올랐다.


미국과 중국발 '겹악재'로 이날 코스피지수는 3개월 만에 처음으로 장중 2500선이 붕괴됐지만 오후 들어 하락폭을 줄여 2500선을 회복했다. 코스피지수 종가는 5.79포인트 내린 2519.85를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 1342원 마감…57개국 통화중 51개 대비 '약세'


원·달러 환율은 한 달 전까지만 해도 1260원대였다. 지난해 1400원대를 넘나들던 환율이 하향 안정세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많았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중국과 미국의 상황 변화로 원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환율은 17일 달러당 1342원까지 뛰어올랐다. 시장에선 "다음 저항선은 1350원"이란 시각이 많지만 중국 부동산 위기가 심화하고 외환당국 개입이 없다면 환율이 1350원을 넘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원화 약세의 출발은 국제신용평가사 피치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이었다. 미국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면서 위기가 올 것이란 우려가 퍼지자 안전자산 선호가 강해졌다. 미국의 신용등급이 떨어졌는데 달러는 강세를 보인 것이다.


이 여파로 원화 가치는 하락(원·달러 환율 상승)했다. 게다가 신용등급 강등에도 미 경제가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이 같은 현상은 견고해지고 있다.


최근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를 더 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 퍼진 것도 달러 강세의 요인이다. 이날 공개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 따르면 Fed는 물가가 목표 수준(2%)으로 안정될 때까지 긴축을 지속할 것이란 의지를 분명히 했다. 미국이 긴축을 이어가면 달러화 강세 흐름이 지속된다. 금리 인상을 멈춘 한국과의 금리 격차가 현재 2%포인트에서 2.25%포인트 이상으로 벌어지면 외화자금 유출이 본격화할 수도 있다.


중국 경제의 위기 징후까지 강해지면서 원화 가치를 짓누르고 있다. 부동산 위기를 잠재우기 위해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금리를 인하하면서 위안화 가치가 하락한 것이 '대리(프록시) 통화'인 원화 약세를 부추겼다. 인민은행은 이날 달러당 위안화 고시환율을 0.009위안(0.13%) 올린 7.2076위안으로 고시했다. 중국이 환율 방어선으로 여기는 7위안 선은 지난 5월 이미 깨졌다. 위안화 가치가 급락한 것이다.


중국 경제위기로 한국 경제가 하반기에 기대한 만큼 반등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무역수지 적자, 수출 부진 등으로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마저 의심받는 상황이다.


현재 원화는 위안화보다 더 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20일 175원55전이던 원·위안 환율은 이날 182원83전으로 4.1% 올랐다. 원화가 위안화 대비 더 많이 떨어진 것이다.


원화 약세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시장에선 외환당국의 개입이 없으면 환율이 더 오를 수 있다고 보는 분위기다. 조윤경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원·달러 환율은 1300~1350원에서 움직일 것"이라며 "한국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커진다면 원화(가치)가 작년 3분기 전 저점 수준으로 절하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악의 경우 환율이 달러당 1400원대로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원화 대비 약세 통화는 4개뿐


원화는 미국 달러와 중국 위안화뿐 아니라 대부분 통화에 비해서도 약세다. 서울외국환중개에서 공개하는 세계 57개국 통화와 비교했을 때 원화는 이달 들어 51개국 통화 대비 가치가 떨어졌다. 현재 원화가 직접 거래되는 미 달러화와 중국 위안화를 제외한 55개국은 각국 통화와 달러 대비 가치를 통해 계산한 재정환율 기준이다.


구체적으로 원화 가치는 영국 파운드화 대비 4.2%, 유로화 대비 3.9%, 일본 엔화 대비 2.2% 하락했다. 원·파운드 환율은 이날 1703원대를 기록, 7년2개월 만에 1700원을 넘었다. 원화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인 통화는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아르헨티나 페소화(원화 대비 -17.5%), 전쟁 중인 러시아 루블화(-1.1%), 최근 기준금리를 내린 브라질 헤알화(-0.5%),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2.1%) 정도뿐이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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