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가 제조업 회복 주도
이·팔 전쟁에 유가 상승땐
소비에 찬물…경기회복 걸림돌
이달 들어 10일까지 조업일수 기준 하루평균 수출액이 반도체 등 제조업 회복세에 힘입어 13개월 만에 전년 동기 대비 증가세로 돌아섰다. 경기 ‘상저하고’(상반기 부진, 하반기 반등)의 열쇠를 쥔 수출이 바닥을 찍고 완연한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11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1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115억87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7% 줄었다. 다만 조업일수를 고려한 하루평균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9.2% 증가했다. 이 기간 조업일수는 4.5일로 작년(5.0일)보다 0.5일 적었다. 1∼10일 기준으로 하루평균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늘어난 건 작년 9월(16.0%) 이후 13개월 만에 처음이다.
품목별로는 반도체 수출이 1년 전보다 5.4% 줄었다. 반도체 수출 감소는 월간 기준으로 지난달까지 14개월째다. 다만 감소율은 지난달 1~10일(-28.2%)보다 대폭 낮아졌다. 대(對)중국 수출도 전년 동기 대비 4.2% 줄어드는 데 그치며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작년 6월부터 대중 수출액이 감소세로 전환한 후 최소 감소폭이다.
무역수지는 53억4300만달러 적자였다. 지난달 같은 기간(16억2500만달러)보다 적자 규모가 늘었다. 이달 초 황금연휴에 따른 조업일수 감소로 수출이 줄었지만 수입은 지속되면서 무역적자폭이 커졌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월간 기준으로 이달부터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플러스로 전환할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경상수지도 48억1000만달러 흑자로 5월(19억3000만달러) 이후 시작된 흑자기조를 유지했다. 4개월 연속 흑자를 낸 것은 지난해 4∼7월 후 13개월 만에 처음이다. 항목별로는 상품수지가 50억6000만달러 흑자였고 서비스수지는 16억달러 적자로 7월(-25억3000만달러) 대비 적자폭이 줄었다. 한은은 9월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반도체 업황 회복→수출 증가→경기 회복’이라는 최상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강조해온 경기 상저하고의 첫 번째 전제조건이 국내 수출을 견인하는 반도체 업황 회복이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8월 반도체 생산은 전달보다 13.4% 증가했다. 덕분에 제조업 생산도 전월 대비 5.6% 늘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날 발표한 10월 경제동향에서 “반도체 생산이 회복되면서 제조업 부진이 완화됐다”고 분석했다.
생산을 제외한 소비와 투자가 부진한 것은 걸림돌이다. 8월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3.6% 증가했지만 기저효과라는 것이 통계청의 설명이다. 1년 전과 비교하면 14.9% 줄어 전월(-11.2%)보다 감소폭을 키웠다. 소비 동향을 나타내는 소매판매액지수는 7~8월 두 달 연속 감소세였다. 특히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라는 돌발 변수가 한국 경제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국제 유가 상승이 소비자물가 상승폭을 키워 소비 여력을 제약할 수 있다는 것이 KDI의 진단이다.
강경민/박상용/강진규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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