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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삼성전자 출신 성공한 사업가’, 100억대 코인사기 혐의 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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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밍비트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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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아고브(AGOV)와 임파워(MPWR)를 발행한 재단 클럽레의 대표 정모 씨(43). 정 대표는 사기 의혹이 불거지자 지난달 12일께 투자자들과 화상회의를 열고 앞으로의 사업계획을 설명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정작 필요한 정보나 계획에 대해선 요리조리 답변을 피해갔다"고 했다.

삼성전자 출신의 성공한 창업가로 유명 셰프들과 협업했던 암호화폐 발행사(재단)의 대표 정모 씨가 100억원대 암호화폐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소됐다. 그는 자신이 발행한 암호화폐가 이른 시일 내에 거래소에 상장될 것이라고 속여 수백억원대의 투자금을 챙기고, 암호화폐 유통량을 허위로 공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소송에 참여한 인원은 소수에 불과해 피해 규모는 최대 1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서울남부지검 등에 따르면 암호화폐 아고브(AGOV)와 임파워(MPWR) 투자자 38명은 클럽레어 대표 정모 씨(43)에 대해 특정 경제범죄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의 혐의로 지난 20일 서울남부지검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검찰은 전날 해당 사건을 형사5부(부장검사 허지훈)에 배당했다.

"조만간 거래소에 상장한다" 퍼트려 110억 챙겨


정 대표는 2021년 1월께부터 수십차례에 걸쳐 투자자들에게 “여러 거래소에 연속 상장하기로 확정됐으며 구체적인 일정도 조만간 공유할 것”이라고 거짓 정보를 퍼트리고 투자금 약 110억원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는다.


아고브는 2020년 11월께 정 대표가 이끄는 클럽레어에서 발행한 암호화폐로 ‘김치코인’의 일종이다. 클레이스왑 같은 탈중앙화거래소(DEX)에서 거래된다. DEX는 빗썸이나 코인원같은 중앙화거래소(CEX)와 달리 ‘상장’개념이 없고 암호화폐별로 거래량이 적은 것이 특징이다.


암호화폐는 일반적으로 CEX에 상장되면 가격이 폭등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에겐 상장 여부가 투자 여부를 가르는 중요한 조건이다. 그러나 아고브는 2021년 3월께 딱 한 번 CEX 중 하나인 빗썸글로벌에 상장됐다 석 달만에 자진 상장 폐지하는 등 사실상 CEX 진출에 실패했다.


정 대표는 아고브의 가격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임파워의 유통량을 투자자들에게 속인 혐의도 받는다. 임파워는 아고브와 교환할 수 있어 임파워의 물량이 많아질수록 아고브와 임파워의 가격 모두 떨어지는 구조다.


정 대표는 당초 2023년 1월에서 6월까지 임파워 유통량을 약 1000만개에서 2113만개로 늘렸다고 밝혔다. 고소인들은 이 같은 정보를 바탕으로 “시장에 풀린 임파워 공급량이 여전히 적기 때문에 가격이 오를 것”고 판단해 약 15억원어치 임파워를 구입했다. 그러나 임파워 가격이 같은 기간 2000원대에서 20원대로 떨어졌고, 투자자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정 대표는 뒤늦게 실제 유통량이 약 1500만개에서 6500만개까지 늘었다고 번복했다. 고소인들은 2022년 12월 말부터 정 대표가 이 기간 임파워 4400만개를 처분하고 수익을 올렸다고 보고 있다.


정 대표는 지난해 9월부터 두 달 간 “DEX 내에서 아고브의 유동성을 늘려야 한다”며 투자자들로부터 암호화폐 이더리움을 투자받아 이를 유용한 혐의도 받는다. 거래량이 적은 DEX 특성상 안정적인 거래를 위해 유동성 풀의 공급이 중요한데, 정 대표가 “해외 파트너사들의 신뢰룰 얻기 위해 직접 암호화폐를 공급해달라”며 투자자들에게 이더리움을 2개 이상씩 예치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 대표는 이 같은 방식으로 투자자들로부터 이더리움 91개(약 1억9400만원 상당)를 모은 것으로 확인됐다. 고소인 측은 정 대표가 이를 당초 목적대로 사용하지 않고 CEX에 상장하기 위한 수수료 명목으로 유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재단이 만든 명품 경매 플랫폼에서 사용할 수 있다며 NFT를 발행해 판매한 혐의도 받는다. 일부 투자자들은 구매품을 배송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물건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클럽베닛'으로 대박..."투자자들, 화려한 이력 믿고 신뢰 거두지 않아"


정 대표는 암호화폐 업계에서 ‘삼성전자 출신의 성공한 사업가’로 통한다.


서강대 컴퓨터공학과를 나온 그는 삼성전자 신사업부서에서 일하던 중 “좀 더 유연하게 신사업을 하고싶다”는 생각에 NC소프트로 이직한 뒤 창업에 도전했다.


정 대표가 이름을 날린 계기는 2009년엔 창업한 스타트업 회사 ‘클럽베닛’이다. 클럽베닛은 한정된 회원을 대상으로 명품이나 국내에 들어오지 않은 해외 프리미엄 브랜드 제품을 할인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클럽베닛’은 싱가포르를 포함해 7개 나라에 지사를 두고 있는 ‘리본즈’에 100억원이 넘는 가격에 2013년 인수됐다.


정 대표의 핵심 작품으로는 ‘해먹남녀’가 꼽힌다. 정 대표가 뒤이어 창업한 푸드테크 스타트업 회사 바이탈힌트코리아에서 내놓은 앱으로, 출시하자마자 구글플레이 베스트 푸드테크 앱에 선정되고 동남아와 중국에도 진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정 대표는 당시 해먹남녀를 통해 확보한 데이터로 암호화폐 힌트코인을 2019년 6월 발행하기도 했다. 최현석이나 오세득, 유현수 등 유명 쉐프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암호화폐였지만 지난 3월 암호화폐거래소 코인원에서 상장폐지되면서 휴지조각이 됐다.


업계에선 이처럼 화려한 정 대표의 커리어가 피해를 키운 것으로 보고 있다. 고소인 측을 대리하는 이재환 법무법인 평안 변호사도 “다른 암호화폐 사건과 달리 비교적 오랜 기간 투자자들이 사업 주체에 대해 신뢰를 거두지 않았다”며 “과거 명품 플랫폼 사업 등 창업으로 성공을 거둔 인물이다보니 정 대표 본인도 별다른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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