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던 수치였는데, 참 애매한 숫자가 나왔습니다. 8일(현지시간) 아침 발표된 9월 신규고용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월가 예상이 50만 개 수준이었는데, 이를 훨씬 밑도는 19만4000개가 나왔습니다.
이번 주 나온 전주 실업급여 청구 건수(32만6000건), ADP 민간고용 데이터(56만8000명) 등이 좋았던 것에 비하면 예상외로 좋지 않은 헤드라인 수치에 월가는 깜짝 놀랐습니다. 가장 많은 게 보는 곳이 70만 개, 가장 적게 보던 곳이 25만 개였는데 가장 적었던 예상보다 더 적게 나온 겁니다.
하지만 세부내용을 보면 그리 나쁘지도 않습니다.
① 감소 원인은 공교육 분야
일자리가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은 정부 영역, 특히 공교육입니다. 지방정부 교육에서 14만4000명, 주 정부 교육 분야에서 1만7000명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 겁니다. 이는 계절 조정의 결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즉 실제 9월 미 전역에서 학교들이 개학하면서 이 분야에서 70만 명 가량 고용이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이는 예년보다 적은 수치입니다. 여기에서 구인난 때문에 고용이 예년보다 덜 발생한 것이죠. 그래서 계절조정을 거치면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공공부문을 뺀 민간 부분의 일자리는 31만7000개가 만들어졌습니다. 예상치 45만 개보다는 적지만 8월과 비슷한 수준입니다.② 기존 수치 36만 개 상향
지난 8월 신규고용은 25만5000개로 발표됐었죠. 하지만 이날 이 수치는 36만6000개로 수정됐습니다. 또 7월 수치도 105만3000 명 증가에서 109만1000 명 증가로 올라가면서 이전 두 달의 신규고용 수치가 16만9000개가 상향 조정됐습니다. 이달 고용 19만4000개에 이 수치를 더하면 35만 개를 넘습니다.
③ 4.8%까지 떨어진 실업률
월가가 예상하던 실업률은 5.1%였는데, 발표치는 4.8%까지 내려왔습니다.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2016년 수준입니다. 고용참여율이 61.7%에서 61.6%로 소폭 떨어진 가운데 실업자가 838만 명에서 767만 명으로 71만 명 감소한 덕분입니다. 전체 실업률뿐 아니라 흑인, 히스패닉 등 소수 인종의 실업률도 낮아졌습니다.
또 주당 근로시간(전달보다 0.2시간 늘어난 34.8시간), 시간당 평균 임금(0.19달러 오른 30.85달러) 등도 모두 늘어났습니다.
수치가 발표된 직후 금융시장은 크게 실망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세부내용이 흘러나오자 안정세를 되찾았습니다. 이는 금리에서 가장 크게 드러났습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이날 발표 전 '예상보다 나은 수치가 나올 것'이란 예상에 연 1.605%까지 올랐다가 수치가 발표되자 1.559%까지 급락했습니다. 하지만 다시 1.6%를 넘긴 1.61% 수준에서 거래를 마쳤습니다.
옥스포드이코노믹스는 9월 고용보고서에 대해 "고용이 여전히 제약을 받고 있지만, 어느 정도는 희망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이번 9월 고용보고서에는 델타 변이 확산세의 영향이 크게 나타났다"라면서 "특히 고용보고서 작성을 위한 조사를 매달 12일을 포함한 주에 하는데, 그 무렵인 9월 중순에 코로나 확산세가 정점에 달했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허리케인 아이다의 영향도 있었는데 이 정도면 괜찮다고 본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가장 큰 관건은 이런 숫자가 11월로 예상되는 미 중앙은행(Fed)의 테이퍼링 발표 일정에 영향을 주느냐일 겁니다. 사실 수치 자체는 예상을 충족시키지 못했습니다. 물론 제롬 파월 Fed 의장의 마음에도 들지 않겠지요. 다만 이 정도 수치라면 Fed의 11월 테이퍼링 경로를 유지시킬 것이란 관측이 강합니다.
피치는 "9월 수치는 조금 실망스러웠지만, 세부내용은 그보다 긍정적이었다. 전반적으로, Fed가 11월에 자산매입축소를 진행할 수 있도록 충분히 '양호한'(Decent) 고용보고서"라고 밝혔습니다. 파월 의장은 9월 고용이 "양호한"(decent) 수준이라면 11월 테이퍼링을 발표할 수 있다고 밝혔는데, 이번 수치는 이런 수준을 충족시킬 것이란 뜻입니다.
바클레이스는 "Fed는 9월까지의 누적적인 고용 상황이 11월 테이퍼링 발표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할 것으로 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파월 의장은 월간 고용증가 패턴보다는 누적 진행 상황을 보는데 더 관심이 있다면서 고용에 대한 '실질적 추가 진전'이 거의 충족됐다고 언급한 만큼 9월 숫자 자체의 영향은 적을 것이란 뜻입니다.
코너스톤매크로는 "Fed 관점에서 보면 매우 헷갈리는 고용보고서지만 결론적으로 Fed는 다음 달 FOMC에서 테이퍼링 일정을 기존대로 유지하되 '상황이 나빠지면 변화가 있을 수 있다'라는 수준의 언급을 부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사실 월가에서는 이번 수치가 몹시 나쁘지 않으면 Fed가 테이퍼링을 강행할 것으로 예상해왔습니다. 이는 델타 변이 확산세가 꺾어지면서 이번 수치에서 드러나듯 고용은 확실히 회복 경로에 있다는 분석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이날 미국에서는 코로나 신규 감염자의 7일 이동평균이 두 달 만에 10만 명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뉴욕타임스(NYT) 기준 확진자가 2주 전보다 22% 줄어든 9만9669명으로 집계된 겁니다. 이 수치가 10만 명 아래로 내려간 것은 8월 4일 이후 처음입니다. 지난달 13일 고용보고서 조사가 행해질 때 하루 평균 확진자가 17만5822명에 달하면서 정점을 찍었었지요.
판테온이코노믹스의 이안 셰퍼드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레저접객 업종의 고용이 9월에 7만4000명 증가했는데 8월에 3만8000명 증가에 비해선 완만히 증가했지만 6, 7월에 평균 40만3000명씩 늘어나던 것에 비하면 코로나 충격을 받은 것"이라며 "델타 변이 감염사례가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는 만큼 10월에는 레스토랑, 항공 및 호텔 부문의 고용이 훨씬 더 좋아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게다가 이날 아침 테이터링의 걸림돌이 하나 더 제거됐습니다. 상원에서 부채한도를 두 달 연장하는 문제가 표결을 통과한 겁니다. 만약 이달 중 미국 정부의 디폴트가 발생했다면 다음 달 2~3일 열리는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오히려 시장 안정 조치가 나와야 할 뻔했습니다.
이날 뉴욕 증시는 온종일 보합권을 오르락내리락하며 갈피를 잡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다우는 0.03%, S&P500 지수는 0.19% 떨어졌고 나스닥은 0.51% 내린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9월 고용 수치에 헤드라인처럼 찜찜한 구석도 꽤 있었던 탓입니다.
먼저 지난 9월 초에는 미 전역에서 학교가 개학했을 뿐 아니라 연방정부 실업급여 지급이 종료됐습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고용시장에 나오지 않아 9월 고용참여율이 오히려 61.6%로 전달보다 0.1%포인트가 낮아진 겁니다. 특히 노동적령기인 25~54세 인구의 참여율이 더 높은 0.2%포인트 감소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사람들이 이렇게 고용시장에 나오지 않고 구인란이 이어진다면 공급망 혼란은 이어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임금 상승세가 이어졌습니다. 시간당 임금상승률은 전월 대비 0.6%, 전년 대비 4.6%에 달해 7월의 전월 대비 0.4%. 전년 대비 4%에 비해 더 높게 나왔습니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지난 2월 이후 가장 높습니다. 구인공고가 1100만 개에 달하는 데도 노동시장 참여를 꺼리는 이가 늘어나 노동참여율이 줄어든 탓입니다. 이는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웁니다. 월가 관계자는 "9월 고용보고서의 세부내용은 나쁘지 않았지만 가장 찝찝했던 게 임금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임금상승은 매우 '지속적인' 물가 요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유가도 다시 오르면서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웠습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1월물 가격은 전날보다 1.05달러(1.3%) 오른 배럴당 79.35달러로 마감했습니다. 장중 한때 배럴당 80.11달러까지 오르면서 2014년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이번 주에만 4.6%가량 상승했고, 7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습니다. 이는 2013년 12월 이후 가장 오랫동안 오른 것입니다. 연초에 비해선 약 65% 상승했습니다. OPEC+가 추가 증산을 거부했고, 미국 에너지부가 전략비축유 방출 가능성을 부인한 게 계속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또 중국에서는 심각한 전력난 타개를 위해 결국 광산업체들에 석탄 채굴 확대를 지시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리커창 총리도 이날 신규 광산 개발, 석탄화력발전소 감세 혜택 등 석탄 생산 확대를 위한 일련의 정책 지원 조처들을 발표했습니다.
Fed가 테이퍼링을 할 가능성은 여전하고, 임금과 유가를 보면 인플레이션 우려는 지속하고 있습니다. 금리가 이날 1.6% 위에서 마감된 이유입니다. 또 증시에서는 에너지 업종이 3.12%나 폭등하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의 하락 폭이 상대적으로 컸습니다.
웰스파고는 "9월 고용 수치는 11월 테이퍼링을 위한 충분하다. 우리는 계속해서 울퉁불퉁한 증시 랠리와 2~4주 동안의 기술주 반등을 예상하지만, Fed가 다음 달 '테이퍼링을 시작하겠다'라는 마법 같은 말을 하면 기술주 반등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공급망 혼란, 인플레이션이 이어질 가능성이 9월 고용보고서에서 재확인된 가운데 다음 주 본격적인 3분기 어닝시즌이 시작됩니다. 13일 JP모간과 블랙록, 델타항공이 실적을 공개하며 14일 뱅크오브아메리카, 웰스파고, 모건스탠리, 씨티, 유나이티드헬스, 15일 골드만삭스, GE, 하니웰 등이 성적표를 내놓습니다. 팩트셋에 따르면 월가는 S&P500 기업들의 3분기 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27.6% 증가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는 2010년 이후 세 번째로 높은 성장률이지만, 얼마 전까지는 29% 넘게 늘어날 것으로 봤던 것에 비하면 감소한 겁니다.
공급망 혼란, 인플레이션은 경제뿐 아니라 이번 어닝시즌에는 역풍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3일 ① 공급망 혼란 ② 급등한 유가 ③ 오르는 인건비 ④ 중국 성장 둔화 등이 하방 위험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는 모든 기업에 공통으로 역풍으로 작용하지는 않습니다. 골드만삭스는 "네 가지 하방 위험을 분석하면 특정 주식이 다른 주식들보다 더 많은 위험에 직면해 있다"라면서 이런 주요 거시적 위험에 대해 '승자'와 '패자'를 식별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그 기업이 가격결정력을 가지고 있느냐 하는 것이겠지요.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코스틴 전략가는 "핵심은 기업 이익의 성장이며 밸류에이션 확장이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즉 시장 밸류에이션 확대 속에 모든 주식이 오르는 시기가 지났고, 이제는 이익을 증가시킬 수 있는 주식이 상승할 것이란 얘기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3분기 실적보다는 공급망 혼란은 언제까지 이어질지, 비용 전가가 가능할지, 매출은 어떻게 될지 등 경영진의 언급이 더욱 중요하다"라고 말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이번 주 나온 전주 실업급여 청구 건수(32만6000건), ADP 민간고용 데이터(56만8000명) 등이 좋았던 것에 비하면 예상외로 좋지 않은 헤드라인 수치에 월가는 깜짝 놀랐습니다. 가장 많은 게 보는 곳이 70만 개, 가장 적게 보던 곳이 25만 개였는데 가장 적었던 예상보다 더 적게 나온 겁니다.
하지만 세부내용을 보면 그리 나쁘지도 않습니다.
① 감소 원인은 공교육 분야
일자리가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은 정부 영역, 특히 공교육입니다. 지방정부 교육에서 14만4000명, 주 정부 교육 분야에서 1만7000명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 겁니다. 이는 계절 조정의 결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즉 실제 9월 미 전역에서 학교들이 개학하면서 이 분야에서 70만 명 가량 고용이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이는 예년보다 적은 수치입니다. 여기에서 구인난 때문에 고용이 예년보다 덜 발생한 것이죠. 그래서 계절조정을 거치면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공공부문을 뺀 민간 부분의 일자리는 31만7000개가 만들어졌습니다. 예상치 45만 개보다는 적지만 8월과 비슷한 수준입니다.② 기존 수치 36만 개 상향
지난 8월 신규고용은 25만5000개로 발표됐었죠. 하지만 이날 이 수치는 36만6000개로 수정됐습니다. 또 7월 수치도 105만3000 명 증가에서 109만1000 명 증가로 올라가면서 이전 두 달의 신규고용 수치가 16만9000개가 상향 조정됐습니다. 이달 고용 19만4000개에 이 수치를 더하면 35만 개를 넘습니다.
③ 4.8%까지 떨어진 실업률
월가가 예상하던 실업률은 5.1%였는데, 발표치는 4.8%까지 내려왔습니다.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2016년 수준입니다. 고용참여율이 61.7%에서 61.6%로 소폭 떨어진 가운데 실업자가 838만 명에서 767만 명으로 71만 명 감소한 덕분입니다. 전체 실업률뿐 아니라 흑인, 히스패닉 등 소수 인종의 실업률도 낮아졌습니다.
또 주당 근로시간(전달보다 0.2시간 늘어난 34.8시간), 시간당 평균 임금(0.19달러 오른 30.85달러) 등도 모두 늘어났습니다.
수치가 발표된 직후 금융시장은 크게 실망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세부내용이 흘러나오자 안정세를 되찾았습니다. 이는 금리에서 가장 크게 드러났습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이날 발표 전 '예상보다 나은 수치가 나올 것'이란 예상에 연 1.605%까지 올랐다가 수치가 발표되자 1.559%까지 급락했습니다. 하지만 다시 1.6%를 넘긴 1.61% 수준에서 거래를 마쳤습니다.
옥스포드이코노믹스는 9월 고용보고서에 대해 "고용이 여전히 제약을 받고 있지만, 어느 정도는 희망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이번 9월 고용보고서에는 델타 변이 확산세의 영향이 크게 나타났다"라면서 "특히 고용보고서 작성을 위한 조사를 매달 12일을 포함한 주에 하는데, 그 무렵인 9월 중순에 코로나 확산세가 정점에 달했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허리케인 아이다의 영향도 있었는데 이 정도면 괜찮다고 본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가장 큰 관건은 이런 숫자가 11월로 예상되는 미 중앙은행(Fed)의 테이퍼링 발표 일정에 영향을 주느냐일 겁니다. 사실 수치 자체는 예상을 충족시키지 못했습니다. 물론 제롬 파월 Fed 의장의 마음에도 들지 않겠지요. 다만 이 정도 수치라면 Fed의 11월 테이퍼링 경로를 유지시킬 것이란 관측이 강합니다.
피치는 "9월 수치는 조금 실망스러웠지만, 세부내용은 그보다 긍정적이었다. 전반적으로, Fed가 11월에 자산매입축소를 진행할 수 있도록 충분히 '양호한'(Decent) 고용보고서"라고 밝혔습니다. 파월 의장은 9월 고용이 "양호한"(decent) 수준이라면 11월 테이퍼링을 발표할 수 있다고 밝혔는데, 이번 수치는 이런 수준을 충족시킬 것이란 뜻입니다.
바클레이스는 "Fed는 9월까지의 누적적인 고용 상황이 11월 테이퍼링 발표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할 것으로 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파월 의장은 월간 고용증가 패턴보다는 누적 진행 상황을 보는데 더 관심이 있다면서 고용에 대한 '실질적 추가 진전'이 거의 충족됐다고 언급한 만큼 9월 숫자 자체의 영향은 적을 것이란 뜻입니다.
코너스톤매크로는 "Fed 관점에서 보면 매우 헷갈리는 고용보고서지만 결론적으로 Fed는 다음 달 FOMC에서 테이퍼링 일정을 기존대로 유지하되 '상황이 나빠지면 변화가 있을 수 있다'라는 수준의 언급을 부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사실 월가에서는 이번 수치가 몹시 나쁘지 않으면 Fed가 테이퍼링을 강행할 것으로 예상해왔습니다. 이는 델타 변이 확산세가 꺾어지면서 이번 수치에서 드러나듯 고용은 확실히 회복 경로에 있다는 분석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이날 미국에서는 코로나 신규 감염자의 7일 이동평균이 두 달 만에 10만 명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뉴욕타임스(NYT) 기준 확진자가 2주 전보다 22% 줄어든 9만9669명으로 집계된 겁니다. 이 수치가 10만 명 아래로 내려간 것은 8월 4일 이후 처음입니다. 지난달 13일 고용보고서 조사가 행해질 때 하루 평균 확진자가 17만5822명에 달하면서 정점을 찍었었지요.
판테온이코노믹스의 이안 셰퍼드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레저접객 업종의 고용이 9월에 7만4000명 증가했는데 8월에 3만8000명 증가에 비해선 완만히 증가했지만 6, 7월에 평균 40만3000명씩 늘어나던 것에 비하면 코로나 충격을 받은 것"이라며 "델타 변이 감염사례가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는 만큼 10월에는 레스토랑, 항공 및 호텔 부문의 고용이 훨씬 더 좋아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게다가 이날 아침 테이터링의 걸림돌이 하나 더 제거됐습니다. 상원에서 부채한도를 두 달 연장하는 문제가 표결을 통과한 겁니다. 만약 이달 중 미국 정부의 디폴트가 발생했다면 다음 달 2~3일 열리는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오히려 시장 안정 조치가 나와야 할 뻔했습니다.
이날 뉴욕 증시는 온종일 보합권을 오르락내리락하며 갈피를 잡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다우는 0.03%, S&P500 지수는 0.19% 떨어졌고 나스닥은 0.51% 내린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9월 고용 수치에 헤드라인처럼 찜찜한 구석도 꽤 있었던 탓입니다.
먼저 지난 9월 초에는 미 전역에서 학교가 개학했을 뿐 아니라 연방정부 실업급여 지급이 종료됐습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고용시장에 나오지 않아 9월 고용참여율이 오히려 61.6%로 전달보다 0.1%포인트가 낮아진 겁니다. 특히 노동적령기인 25~54세 인구의 참여율이 더 높은 0.2%포인트 감소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사람들이 이렇게 고용시장에 나오지 않고 구인란이 이어진다면 공급망 혼란은 이어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임금 상승세가 이어졌습니다. 시간당 임금상승률은 전월 대비 0.6%, 전년 대비 4.6%에 달해 7월의 전월 대비 0.4%. 전년 대비 4%에 비해 더 높게 나왔습니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지난 2월 이후 가장 높습니다. 구인공고가 1100만 개에 달하는 데도 노동시장 참여를 꺼리는 이가 늘어나 노동참여율이 줄어든 탓입니다. 이는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웁니다. 월가 관계자는 "9월 고용보고서의 세부내용은 나쁘지 않았지만 가장 찝찝했던 게 임금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임금상승은 매우 '지속적인' 물가 요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유가도 다시 오르면서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웠습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1월물 가격은 전날보다 1.05달러(1.3%) 오른 배럴당 79.35달러로 마감했습니다. 장중 한때 배럴당 80.11달러까지 오르면서 2014년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이번 주에만 4.6%가량 상승했고, 7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습니다. 이는 2013년 12월 이후 가장 오랫동안 오른 것입니다. 연초에 비해선 약 65% 상승했습니다. OPEC+가 추가 증산을 거부했고, 미국 에너지부가 전략비축유 방출 가능성을 부인한 게 계속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또 중국에서는 심각한 전력난 타개를 위해 결국 광산업체들에 석탄 채굴 확대를 지시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리커창 총리도 이날 신규 광산 개발, 석탄화력발전소 감세 혜택 등 석탄 생산 확대를 위한 일련의 정책 지원 조처들을 발표했습니다.
Fed가 테이퍼링을 할 가능성은 여전하고, 임금과 유가를 보면 인플레이션 우려는 지속하고 있습니다. 금리가 이날 1.6% 위에서 마감된 이유입니다. 또 증시에서는 에너지 업종이 3.12%나 폭등하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의 하락 폭이 상대적으로 컸습니다.
웰스파고는 "9월 고용 수치는 11월 테이퍼링을 위한 충분하다. 우리는 계속해서 울퉁불퉁한 증시 랠리와 2~4주 동안의 기술주 반등을 예상하지만, Fed가 다음 달 '테이퍼링을 시작하겠다'라는 마법 같은 말을 하면 기술주 반등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공급망 혼란, 인플레이션이 이어질 가능성이 9월 고용보고서에서 재확인된 가운데 다음 주 본격적인 3분기 어닝시즌이 시작됩니다. 13일 JP모간과 블랙록, 델타항공이 실적을 공개하며 14일 뱅크오브아메리카, 웰스파고, 모건스탠리, 씨티, 유나이티드헬스, 15일 골드만삭스, GE, 하니웰 등이 성적표를 내놓습니다. 팩트셋에 따르면 월가는 S&P500 기업들의 3분기 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27.6% 증가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는 2010년 이후 세 번째로 높은 성장률이지만, 얼마 전까지는 29% 넘게 늘어날 것으로 봤던 것에 비하면 감소한 겁니다.
공급망 혼란, 인플레이션은 경제뿐 아니라 이번 어닝시즌에는 역풍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3일 ① 공급망 혼란 ② 급등한 유가 ③ 오르는 인건비 ④ 중국 성장 둔화 등이 하방 위험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는 모든 기업에 공통으로 역풍으로 작용하지는 않습니다. 골드만삭스는 "네 가지 하방 위험을 분석하면 특정 주식이 다른 주식들보다 더 많은 위험에 직면해 있다"라면서 이런 주요 거시적 위험에 대해 '승자'와 '패자'를 식별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그 기업이 가격결정력을 가지고 있느냐 하는 것이겠지요.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코스틴 전략가는 "핵심은 기업 이익의 성장이며 밸류에이션 확장이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즉 시장 밸류에이션 확대 속에 모든 주식이 오르는 시기가 지났고, 이제는 이익을 증가시킬 수 있는 주식이 상승할 것이란 얘기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3분기 실적보다는 공급망 혼란은 언제까지 이어질지, 비용 전가가 가능할지, 매출은 어떻게 될지 등 경영진의 언급이 더욱 중요하다"라고 말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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