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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익 2.6조' 업비트 이끄는 이석우 "호기심이 최대 원동력"

기사출처
블루밍비트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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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는 두나무…'대표님' 아닌 '비노' 있었네
"CEO 눈치 안 보고 맘껏 일 벌이게 해줘야"

대표부터 별명으로 '수평 리더십' 실천
와인에 반해 사내 닉네임도 '비노'
"주도적으로 일 찾는 직원들 좋아해
고액 연봉만으론 인재 못 붙잡아"

참을 수 없는 호기심…정체된 건 질색
언론·포털·블록체인 등 다양한 경력
정부 코인규제로 직격탄 맞았을 때도
케이뱅크와 제휴 반전의 계기 삼아

압도적 1위 업비트 이끄는 주역
작년 1~3분기 매출 2.8조…영업익 2.6조
업비트, 국내 1위 코인거래소 굳혀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두나무는 요즘 정보기술(IT)업계에서 가장 핫한 기업 중 하나다. 두나무는 현재 운영 중인 국내 1위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 덕에 지난해 1~3분기 매출 2조8209억원, 영업이익 2조5939억원을 올렸다. 영업이익률이 무려 91.9%다. 업비트는 대형 암호화폐거래소 중 가장 늦은 2017년 10월 문을 열었지만 80% 안팎의 시장 점유율을 굳혔다. 900만 명을 넘어선 업비트 회원들은 하루평균 45분32초 머문다. 코인의 미래 가치에 대한 의견은 여전히 엇갈리지만 “두나무가 최전성기를 맞았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두나무를 이끌고 있는 이석우 대표도 마찬가지다. 언론사 기자와 변호사, 인터넷 대기업 최고경영자(CEO)에서 다시 스타트업 도전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종횡무진해온 그의 커리어는 두나무에서 화려한 꽃을 피웠다. 과연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새로운 것에 대한 끊임없는 호기심이 자신을 이 자리에 올 수 있게 한 최대 원동력이라고 했다.

○카톡 이어 업비트까지 ‘연타석 홈런’
이 대표는 1992년 중앙일보 기자로 사회 생활의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1997년 미국 루이스앤드클라크대에서 법학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1999년 한국IBM 고문 변호사로 영입됐다. 국내 인터넷산업이 급성장하던 2004년, 포털 운영사인 NHN(현 네이버)으로 자리를 옮겼고 이어 스마트폰 시대가 개막한 2010년엔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의기투합해 카카오톡을 ‘국민 메신저’ 반열에 올려놨다. 다음커뮤니케이션과의 인수합병(M&A)으로 탄생한 다음카카오의 공동대표를 맡았으며 통합 작업이 마무리된 이후엔 친정인 중앙일보로 복귀해 디지털 혁신을 이끌기도 했다.

두나무와 인연을 맺은 것은 바로 전 일터인 중앙일보를 떠나 ‘푹 쉬어보자’는 결심을 실행에 옮기려던 2017년 말. 개발자 출신의 공동창업자인 송치형 의장과 김형년 수석부사장은 회사가 급성장하자 “경험이 풍부한 경영자가 필요하다”며 그에게 합류를 제안했다. 하루가 다르게 새 기술이 쏟아지는 블록체인 분야가 흥미로운 도전으로 다가왔다고 한다. 이 대표는 “호기심이 많고, 정체됐다는 느낌을 견디지 못하는 게 내 장점이자 단점”이라며 웃었다. 변호사 시절 열심히 파던 분야도 세법이었다고 한다. 민법이나 상법과 달리 해마다 바뀌어서다.

두나무가 항상 지금처럼 잘나갔던 건 아니다. 비트코인 가격 못지않게 심한 부침을 겪었다. 업비트는 출범 직후 거래량 세계 1위 거래소로 뛰어오르기도 했지만 2018년 초 ‘박상기의 난’으로 상징되는 정부의 코인 규제에 직격탄을 맞았다. 은행들이 신규계좌 발급을 중단하면서 2년 동안 새 회원을 받지 못했고, 점유율도 곤두박질쳤다. 차갑다 못해 날 선 반응으로 이 대표를 대하는 당국자들을 찾아다니는 일도 힘들었다고 한다.

2020년 가을께 코인시장이 활황을 되찾고, 정부가 거래소를 제도권에 편입하기로 하면서 반전의 계기를 맞았다. ‘보릿고개’ 시절에도 업비트는 비대면으로 케이뱅크 계좌를 연결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모바일 거래의 편의성 강화에 집중했다. 이는 이후 활황을 맞아 500만 명 넘게 불어난 ‘코린이(코인 초보 투자자)’ 대다수를 업비트가 흡수한 결정적 요인이 됐다. 이 대표는 “준비를 소홀히 했다면 소중한 기회를 놓쳤을 것”이라고 했다. 두나무는 지난해 10월 국내 1호 가상자산사업자로 신고 수리를 마치면서 ‘규제 리스크’도 말끔히 씻어냈다. 그는 “위기를 잘 넘기면 수많은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확신이 있어 긍정적으로 넘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아직까지 코인 가격 등에만 관심이 집중되는 점은 아쉽다”면서도 “기술의 진화 흐름과 해외 추세를 보면, 미래에는 모든 자산이 ‘토큰’으로 유동화해 거래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서열에서 생기는 소통 장벽 없애야”
두나무는 임직원 350여 명이 이름과 직함 대신 영어 별명으로 부르는 ‘직급 파괴’에 일찌감치 동참했다. 이 대표는 사내에서 ‘비노’로 불린다. 송 의장은 ‘타오’, 김 부사장은 ‘데미안’이다. 이 대표는 “사내에 직급이 사라지면 두 가지 장점이 있다”고 했다. 의사소통이 부드러워지는 것은 물론 조직 개편도 쉬워진다는 것이다. 그는 “고속 성장을 이어가려면 프로젝트에 따라 팀장을 하던 사람이 팀원으로 옮기기도 하며 조직을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직급 파괴 자체보다 수평적으로 소통하는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걸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CEO 몫이라는 생각이다. 이 대표는 “의사 결정은 CEO가 책임을 지되, 논의 과정은 자유로워야 한다”며 “가급적 말을 줄이고 듣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어떤 직원을 가장 아끼느냐는 질문에는 ‘자신이 할 일을 주도적으로 찾는 사람’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 대표는 “IT 기업은 성장하는 과정에서 빈 구멍이 계속 생겨나게 마련”이라며 “지시만 기다린다면 적응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의 닉네임 비노는 이탈리아어로 와인을 뜻한다. 와인 서적을 번역한 경험이 있을 만큼 와인 마니아로 유명한 그가 NHN·카카오 시절부터 써온 닉네임이다. 와인에 빠진 이유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술’이어서다. “소주는 오늘과 내일의 맛이 똑같지만 와인은 매일매일이 달라요. 맛을 생각하다 보면 미생물학부터 지리학까지 이야깃거리도 무긍무진해지고요.”

○“높은 연봉만으론 인재 못 붙잡아”
실적 고공행진이 이어지면서 두나무에는 IT업계 최고 인재들이 몰려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값이 천정부지로 뛴 개발자 붙잡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이 대표는 “업계 전체 구인난은 오랫동안 풀리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좋은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높은 연봉과 좋은 복지제도 외에 ‘+α’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내가 멋진 서비스를 만들고 있고, 의미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자긍심을 줘야 합니다.”

두나무가 매년 가을 ‘업비트 개발자 컨퍼런스(UDC)’라는 대규모 행사를 여는 것도 이런 생각의 연장선에서다. 국내외 블록체인업계 ‘빅샷’들이 나와 최신 기술 흐름을 공유하는 자리다. 2018년 이후 4년 동안 600여 개 기업에서 1만5000여 명의 업계 관계자가 참석했다. 두나무는 최근 ‘업비트 투자자 보호센터’를 열고 고액 기부를 이어가는 등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이 대표는 “실무진이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시도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리더의 중요한 역할”이라며 “직원들이 CEO 눈치를 신경쓰지 않고 ‘우리 회사 참 좋다’는 만족감을 느끼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 이석우 대표는
△1966년 서울 출생
△1984년 서울대 동양사학과 학사
△1991년 하와이주립대 대학원 사학 석사
△1997년 루이스앤드클라크대 법학 박사
△1992년 중앙일보 기자
△1999년 한국IBM 고문변호사
△2010년 NHN(현 네이버) 미국법인 대표
△2011년 카카오 공동대표
△2015년 조인스 공동대표
△2017년 12월~ 두나무 대표

임현우/박진우/이인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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