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합의로 설정된 인도주의 통로를 이용한 민간인 대피를 러시아가 좌절시켰다고 7일(현지시간)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텔레그램에 게시한 동영상에서 "인도주의 통로에 대한 합의가 있었지만 작동했느냐"며 "러시아의 탱크, 다연장 로켓포, 지뢰가 그 자리에서 작동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군에 포위 당한 우크라이나 남부 마리우폴에서 인도주의 통로로 채택된 도로에 러시아군이 지뢰를 깔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러시아 병사들이 전투지역에서 대피하는 민간인이 탑승할 예정이던 버스 여러 대를 파괴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는 점령한 지역에 조그만 통로를 열어 수십 명에게 개방했다"며 "이는 선동가, 직접적으로는 텔레비전 카메라를 향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평화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러시아와 계속 협상하겠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앞서 2차 평화 회담에서 인도주의 통로 설치에 합의했으나 그에 따른 지난 5∼6일 민간인 대피는 정전이 지켜지지 않는 상황 악화 속에 성사되지 않았다.
러시아는 이날 오전에도 우크라이나 민간인들이 포위된 도시들에서 빠져나갈 수 있도록 인도주의 통로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제시한 통로 6개 가운데 4개의 목적지가 러시아와 러시아의 침공을 돕는 친러시아 국가 벨라루스라는 점을 들어 러시아의 제안을 거부했다.
러시아는 이날 오후에는 수도 키이우(키이우), 동북부 하르키우(하리코프), 수미, 남부 마리우폴 등에서 8일 오전 10시(러시아 모스크바 시간·한국시간 오후 4시)부터 국지적인 정전을 유지하며 민간인 대피로를 열겠다고 다시 밝혔다.
아직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이 같은 최신 제안에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미국 언론들은 서방 국가들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해외 대피를 권유하며 망명정부 지원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 발발 때부터 피신 권고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날 동영상에서도 "나는 여기 키이우에 머물고 있다"며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
이영호기자 hoya@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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