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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기' 파월, 최후의 보루 무너지면 사표 꺼내드나 [정인설의 워싱턴나우]

기사출처
블루밍비트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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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노동시장이 파월을 지켜줄까
6월 고용보고서, FOMC 회의록 주목 / 美증시 주간전망



미국 연방의 양대 최고 존엄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하나는 연방대법원이고 다른 하나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로 불리는 미 중앙은행(Fed) 입니다. 미국의 법과 경제를 이끄는 두 축이 분열과 분노를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양대 기관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은 괴리 때문입니다. 기울어진 운동장이 된 연방대법원은 미국인의 법감정과 거리가 있는 판결을 잇따라 내리고 있습니다. 법원이 여론재판을 일삼아도 안되지만 여론조사상 60~70% 이상이 대법관들의 판결에 동의하지 않는 건 분명 문제가 있다는 신호입니다.




Fed도 마찬가지입니다. Fed의 판단과 결정이 시장과 유리돼 있습니다. 지난해 곳곳에서 인플레이션 이상 신호가 났지만 Fed는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는 말로 모든 걸 덮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나 중국의 경제봉쇄라는 천재지변이 있었다고 변명하지만 결과적으로 금리 인상 시기를 놓쳐 인플레이션 대응에 늦었습니다.


결과는 가혹합니다. 침체에 이어 짧은 회복 후 다시 침체에 빠지는 '더블딥' 아니면 침체 속 인플레이션을 겪는 '스태그플레이션'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이러나 저러나 경기침체는 운명이 돼버렸습니다.




시장의 신뢰를 잃어버린 최고 존엄이 명예 회복을 할 수 있을까요. Fed가 아직까지 믿는 구석은 노동시장입니다. 최근까지 "노동시장은 탄탄하다"거나 "고용시장은 강한 모습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말을 반복해왔습니다.


Fed의 믿음대로 최후의 보루인 고용시장이 버틸 수 있을까요. 매번 예상이 빗나간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양치기'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8일(현지시간) 금요일에 나오는 미국의 6월 고용보고서에서 파월의 명예회복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틀 전인 6일에 공개되는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서 경기 판단과 전망에 대한 Fed 위원들의 고해성사가 담겨있을 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주 '정인설의 워싱턴나우'에서는 이 두 가지를 중심으로 이번주 뉴욕증시의 주요 일정과 이슈를 살펴보겠습니다.


◇'양치기'가 된 파월




파월 의장의 입지도 흔들리고 있습니다. 파월의 예언이 번번이 빗나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통화정책의 95%가 중앙은행 수장의 말발에서 비롯되는데 파월 발언에 대한 신뢰에 많은 금이 갔습니다.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는 발언은 일시적으로 쓸 수 있었을 뿐 반년도 안돼 흘러간 옛노래가 됐습니다.


'실질적인 추가 진전'이 있기 전까지 움직이지 않겠다는 말도 허언이 됐습니다. 예상보다 인플레이션이 너무 빠르고 강해서 따라가기 바빴습니다.


'자이언트 스텝'에 해당하는 75bp(1bp=0.01%포인트) 인상은 테이블 위에 없다고 했다가 두 달만에 번복했습니다. 지난달 28년 만에 자이언트 스텝을 밟았습니다.




그리고 경기침체 없는 금리인상이 가능하다는 '연착륙론'(soft landing)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다 점점 자신감을 잃자 약간의 충격은 있지만 버틸 수 있다는 '준(準) 연착륙론'(softish landing)을 꺼내들었지만 이마저 폐기할 처지에 처했습니다.


그리고 매번 성장률 전망치는 내리고 물가상승률과 금리 전망은 올리고 있습니다.


물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거론하며 통제할 수 없는 변수 때문이라고 항변하지만 시장에선 곱게 봐주지 않습니다. 전쟁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에너지와 식품을 뺀 근원물가지수도 모두 너무 올랐습니다. 코로나19 이후 풀린 유동성의 힘을 간과하고 공급망 위기를 만만하게 본 책임에선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이것까지 예측불가였다고 하는 건 Fed의 책임방기요, 직무유기이기 때문입니다.


◇경기 후행지표인 고용을 믿어도 될까




그래도 파월의 마지막 비빌 언덕은 노동시장입니다. 실제로 고용지표는 흔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기준금리를 반년 새 1.5%포인트 올려도 노동시장은 파월의 말대로 탄탄합니다. 여전히 일자리는 넘쳐나고 사람을 못구해 안달입니다. 실업률은 완전고용에 가까운 3.6%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파월이 말하지 않는 사실이 있습니다. 고용지표는 경기후행 지표라는 사실입니다. 노동시장이 망가졌을 땐 이미 경기는 박살이 난 이후가 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말기 암에 걸린 환자에게 수술을 하고 약물 치료를 한다고 온전히 건강을 회복하기 힘든 것과 비슷한 이치입니다.


지금처럼 경기가 급변하는 시기에 경기후행 지표가 괜찮다고 "경기는 문제없어"나 "고용시장은 괜찮아"라고 얘기해도 되는 걸까요. 이건 "암에 안 걸렸으니 아주 건강한 거고 문제없어"라고 말하는 것과 다를 게 없습니다. 암에 걸리지 않아도 건강 이상 신호가 왔다면 바로 "건강에 이상 신호가 왔다"고 인정하고 치료에 전념하는 게 올바른 대응일 것입니다.




파월을 비롯한 Fed 인사들도 이런 점을 알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니 지난달 FOMC 성명서에 "노동시장이 강력할 것이라는 기대한다"는 문구를 슬그머니 뺐습니다. 그 자리는 ‘인플레이션을 목표치인 연 2%로 되돌리기 위해 전념한다’는 표현으로 대체됐습니다. 금리를 올려도 노동시장이 버텨줄 것으로 믿어선 안되고 일단 고용지표보다는 인플레이션 잡는데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재빠른 고용지표도 있다




고용지표가 경기 후행지표라고 해서 모두 똑같은 건 아닙니다. 그들 사이에서도 분명 속도의 우열이 있습니다. 경기를 좀더 일찍 반영하는 지표가 있다는 것입니다.


8일에 나오는 6월 고용보고서엔 크게 세 가지의 중요한 지표가 있습니다. 신규 일자리 수와 실업률, 그리고 시간당 임금입니다.




현재 미국 노동시장에선 경기를 좀 더 일찍 반영하는 건 신규 일자리 수입니다. 실업률이 가장 후행지표입니다. 코로나19로 조기은퇴나 육아로 노동시장을 떠난 이들이 쉽게 돌아오지 않아서입니다. 이들은 실업자가 아닌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돼 실업률에 합산되지 않습니다.


대신 신규 일자리 수가 빠르게 줄어든다는 건 그만큼 빡빡한 노동시장이 풀리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노동수요가 줄고 노동공급이 늘어 노동시장이 정상화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속도가 너무 빠르다면 불황 현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5월 신규 일자리 수는 39만개 가량이었는데요 6월엔 27만3000개(블룸버그 집계) 정도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30% 이상 줄었다면 긴축 효과가 노동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반대로 예상보다 많게 나온다면 노동시장은 탄탄하니 금리를 좀더 빨리 올릴 수 있는 근거가 됩니다.




이틀 전인 6일 수요일에 나오는 '5월 구인·이직(JOLTs) 보고서'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 달 전 지표이긴 하지만 채용공고, 즉 노동수요가 계속 줄어드는 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들쑥날쑥하긴 했지만 비교적 우상향하며 노동수요는 증가해왔습니다.


고용지표 중 가장 후행할 실업률은 넉달 째 제자리인 3.6%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 정국엔 시간당 임금이 중요했습니다. 임금발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컸기 때문입니다. 가뜩이나 물가가 올라 난린데 임금까지 더 오르면 인플레이션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인플레이션이 급격히 높아질 가능성은 줄었습니다. 조금 더 올라 가 언제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할 지가 더 큰 관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분간은 고용지표 중 신규 일자리 수를 유심히 봐야 합니다.


◇'매'를 어디다 숨겨놨을까




현재 시장의 가장 큰 관심사는 경기침체 여부입니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이나 미국 국내총생산(GDP) 전망을 실시간으로 집계하는 애틀랜타연방은행의 'GDP 나우'도 경기침체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Fed는 여전히 공식적으로 '준(準) 연착륙론'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Fed 인사들의 생각이 다 똑같을 순 없습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매파로 분류되는 인사들의 발언이 적중했습니다.




13일 수요일에 나오는 6월 FOMC 회의록에서 그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무기명 발언이긴 하지만 현재 경기와 인플레이션 판단과 향후 전망에 대한 조금 더 진솔한 얘기가 담겨있을 수 있습니다.


FOMC 회의록 공개 하루 뒤엔 연설도 예정돼 있습니다. 대표적 매파로 올해 FOMC 표결권이 있는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7일)와 파월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크리스토퍼 월러 Fed 이사(7일)의 연설을 주목할만 합니다. 비둘기파인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 연설도 6일과 8일에 있습니다.




미국보다 인플레이션 몸살에 더 심하게 걸린 유럽도 중요합니다. 5월에 이어 6월 물가상승률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는데 향후 인플레이션 전망과 긴축에 대해 유럽중앙은행(ECB) 인사들이 어떤 매파적 발언을 쏟아낼 지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시아에선 5일이 중요합니다. 미국이 자이언트 스텝을 밟기 전까지만 해도 미국 기준금리보다 더 빨리 올린 호주가 통화정책회의를 열어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합니다. 같은 날 한국에선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나옵니다. 5월 5.4%에 이어 6월엔 6%대를 기록할 전망입니다.


전체적으로 7월 첫째주는 6월 FOMC 회의록과 고용지표를 찬찬히 살펴 향후 인플레이션과 경기 전망을 확인해는 시간이 될 전망입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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