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더비와 함께 세계 양대 경매업체로 꼽히는 크리스티가 미술 관련 스타트업 투자를 늘리기 위해 벤처캐피털(VC)을 세웠다.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크리스티 런던 본사는 투자회사인 크리스티스 벤처스를 설립, 수집가들이 디지털로 예술작품을 사고파는 데 도움을 주는 스타트업에 향후 몇 주간 수백만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드방 타카 크리스티스 벤처스 글로벌 부문 대표는 “미술품의 진위와 관련된 분쟁을 해결하고 미술품 소유자들에게 더 큰 이익을 줄 수 있는 기술회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NFT(대체불가능토큰) 등 디지털 자산을 더 안전하게 보관하고 유통하는 기술을 넘어 더 광범위한 예술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하겠다는 뜻이다. 캐나다 스타트업 레이어제로랩스 등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테크기업에서 손을 빼고 있는 다른 투자기업들과 다른 행보여서 주목받고 있다. 올 2분기 미국의 스타트업 투자액은 1분기보다 23% 감소한 1090억달러(143조5857억원)에 그쳤다.
크리스티는 그동안 디지털 예술품 거래와 관련해 다양한 실험을 벌여 몇 차례 성공을 거뒀다. 2020년 초 아티스트 비플의 디지털 콜라주를 6900만달러(약 908억원)에 판매한 게 대표적이다. 지난 5월엔 에드가 드가의 발레리나 청동 조각 이미지를 홀로그램으로 만들어 홍콩과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쇼룸에 투사, 추정가(3000만달러)를 뛰어넘는 4200만달러(약 553억원)에 판매하기도 했다. 이는 드가 작품의 최고가 기록을 새로 쓴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현재 디지털 예술품 거래 시장은 얼어붙은 상태다. 크리스티의 디지털 NFT 관련 매출은 2021년 상반기 9320만달러에서 올 상반기 500만달러 밑으로 급감했다. 다카 대표는 “디지털 예술품 거래시장이 일시적으로 하락기에 있지만 디지털 자산을 해커와 사기꾼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안전장치를 지금 마련해둬야 할 때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라이벌인 소더비는 지난해 가상공간을 디자인하는 테크 스튜디오 모히토에 투자했다. 자동차 전문 경매업체인 RM 옥션스 지분을 사들였고, 미술품 자문회사에 8500만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소더비 측은 “초기 단계의 벤처에 적극 투자해 미술품 수집의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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