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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월마트 맥도널드 실적 보니 흔들리는 미국 소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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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밍비트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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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둔화에도 미국 소비자는 버틸 수 있다"라는 월가의 믿음이 조금 흔들린 날이었습니다. 월마트가 전날 장 마감 뒤 예고 없이 가이던스를 다시 한번 큰 폭으로 낮춘 게 컸습니다. 맥도널드, 코카콜라 등은 좋은 실적을 내놓았지만, 속내를 살펴보면 소비자가 정말 건강한지 의문이 깊어졌습니다.

뉴욕 증시는 26일(미 동부 시간) 급락했습니다. 내림세로 출발한 주요 지수는 종일 하락세를 유지했습니다. 결국, 다우는 0.71%, S&P500 지수는 1.15%, 나스닥은 1.87% 내렸습니다. 어닝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빅테크 어닝 발표를 앞둔 나스닥의 하락 폭이 가장 컸습니다. 나스닥은 한때 2% 넘게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월마트 맥도널드 실적 보니 흔들리는 미국 소비자?

월마트의 주가는 7.6% 폭락했습니다. 월마트는 전날 2분기 매출이 기존 예상보다 67% 증가할 것으로 봤습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2분기에 13~14%, 연간으로는 11~13%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두 달 전 밝혔던 약 1% 감소보다 훨씬 더 큰 것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고객들이 식품과 같은 (저마진) 필수품에 더 많이 지출하고 의류, 전자제품과 같은 (고마진) 일반 상품은 덜 사고 있다"라는 겁니다. 월마트는 일반 상품을 팔기 위해 큰 폭의 할인을 함으로써 마진을 해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의류, 전자제품, 가구 등을 판매하는 콜스 타겟 메이시스 노드스트롬 로스 TJX 등 소매업체들이 동반 하락했습니다. 코스트코의 주가도 3% 넘게 떨어졌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의류 업체들에 재고가 쌓이고 할인이 만연함에 따라 의류 산업 전반에 걸쳐 수익 추정치를 낮추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월마트 맥도널드 실적 보니 흔들리는 미국 소비자?

이런 우려는 전자상거래 주식으로 번졌습니다. 이날 쇼피파이는 온라인 소비 감소와 팬데믹으로 촉발된 전자상거래 붐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잘못 판단했다며 전 세계 인력의 약 10%인 1000명을 해고하겠다고 밝힌 뒤 주가가 14% 폭락했습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은 월마트, 쇼피파이의 영향에 이날 빅테크 내림세까지 겹쳐져 5.22%나 급락했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월마트 맥도널드 실적 보니 흔들리는 미국 소비자?

이날 아침 맥도날드, 코카콜라, 3M, UPS, GM과 GE 등은 전반적으로 실적이 예상에 부합하거나 나았습니다.

맥도널드는 2분기 주당순이익(EPS)이 2.55달러 예상 2.46달러를 넘었지만, 매출은 57억 2000만 달러로 예상 58억1000만 달러보다 소폭 적었습니다. 러시아 시장 철수 등에 따른 것입니다. 글로벌 동일 매장 매출은 9.7%, 미국 동일 매장 매출은 3분기에 3.7% 증가했습니다. 맥도널드는 인플레이션에 따른 비용 상승을 가격 인상으로 이겨냈습니다. 1분기에 8% 가격을 인상했는데, 2분기에도 비슷하게 인상했다고 밝혔습니다. 크리스 캠프진스키 CEO는 "가격 인상에도 (좀 더 비싼) 음식점 등에서 멀어진 소비자를 확보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불안한 점이 있습니다. "저소득층 고객들이 더 많은 밸류 메뉴와 더 적은 세트 메뉴를 선택하고 있다"라는 것입니다.

코카콜라도 비슷했습니다. 2분기 EPS는 70센트로 월가 예상인 67센트보다 좋았습니다. 매출도 113억 달러로 예상치 106억 달러를 상회했습니다. 코카콜라는 지난 분기 평균 가격을 12% 인상했지만, 사람들이 지금까지 햄버거, 탄산음료에 더 큰 비용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제임스 퀸시 CEO는 "높은 가격이 아직 수요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라면서도 "현재 소비자에 대한 명확한 정보를 얻기가 어렵다"라고 말했습니다. 저소득 소비자가 식료품과 편의점에서 더 저렴한 식품 브랜드를 사고 있다는 초기 징후가 있지만, 야구장과 테마파크에서 여행 및 레저 수요는 매우 강하다는 것입니다.


에드워드존스의 안젤로 쿠르카파스 전략가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월마트의 실망스러운 가이던스는 기업 이익의 회복력에 의문을 제기한다”라며 "우리는 심각한 경기 침체를 예상하지는 않지만 어려운 거시 경제 환경을 고려할 때 현재의 기업 이익 추정치는 높다"라고 말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현재까지의 실적을 보면 1. 고소득층 소비는 유지되고 있으나 저소득층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2. 그런 측면에서 가격결정력이 있는 기업들은 아직은 잘 버티고 있다 3. 월마트 등의 고전은 상품에서 서비스로의 소비 지출의 변화 영향도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블룸버그는 "이번 어닝 시즌의 승자는 코카콜라 맥도널드 등 가격결정력이 있는 기업들"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날 애플 0.88%, 마이크로소프트 2.68%, 알파벳 2.56%, 메타 4.50% 등 빅테크 주식들이 줄줄이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빅테크 어닝 발표를 앞두고 불안감이 노출된 것이죠.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월마트 맥도널드 실적 보니 흔들리는 미국 소비자?

마이크로소프트는 장 마감 뒤 실적을 발표했는데, EPS는 주당 2.23달러(예상 2.29달러), 매출은 518억 달러(예상 524억 달러)로 모두 예상을 밑돌았습니다. 6년 만에 처음으로 매출, 이익 모두 예상을 밑돈 것이죠. 문제는 이미 경고했던 환율이었습니다. 회사 측은 강달러로 인해 매출이 5억9500만 달러, 주당순이익이 4센트 감소했다고 밝혔습니다. 투자자들이 주목한 클라우드 분야도 209억 달러의 매출을 올려 월가 예상 211억 달러를 밑돌았습니다. MS는 애저 등 클라우드 매출이 40% 늘어났다고 밝혔는데, 이는 전분기 46%나 월가 예상 43%보다 낮습니다. MS는 통화 영향을 빼면 46%라고 설명했습니다. MS의 주가는 정규장에서 2.68% 내렸으며, 실적 발표 이후 소폭 내림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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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벳도 EPS 1.21달러(예상 1.28달러), 매출 697억 달러(예상 699억 달러)를 기록, 예상을 소폭 하회했습니다. 역시 달러 강세에 따른 환율 변동으로 매출 성장이 3.7% 감소했다고 말했습니다. 구글 클라우드 매출은 62억8000만 달러로 월가 예상 64억1000만 달러를 밑돌았습니다. 클라우드 사업에서는 8억5800만 달러의 손실이 났는데, 전년 동기의 5억9100만 달러보다 컸습니다. 정규장에서 2.56% 내린 알파벳 주가는 실적 발표 후 시간 외 거래에서 2% 수준 상승하고 있습니다. 스냅으로 인해 며칠간 주가가 급락해왔는데, 스냅과 같은 큰 폭의 매출 부진은 없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전체 광고 매출은 전년 대비 12% 증가한 563억 달러로 월가 예상치 559억 달러를 넘었고, 유튜브 광고 매출은 73억 달러로 예상 75억 달러보다 약간 적었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월마트 맥도널드 실적 보니 흔들리는 미국 소비자?

이날 나온 경제 지표에서도 경기 둔화, 그리고 소비자에 대한 우려가 나타났습니다. 콘퍼런스보드가 발표한 7월 소비자 신뢰지수는 95.7을 기록해 전달 98.4와 월가 예상치 97.0을 모두 밑돌았습니다. 지수는 3개월 연속 하락해 2021년 2월 이후 최저치입니다. 노동 시장 상황을 많이 반영하는 콘퍼런스보드의 소비자 신뢰지수는 물가를 많이 반영하는 미시간대 소비자태도지수와 차이가 컸는데 이 차이가 좁혀지고 있는 것입니다. 6월 신규주택 판매는 전월 대비 8.1%나 감소한 연율 59만 채로 집계되어 예상 66만 채에 크게 미치지 못했습니다. 또 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가 집계한 5월 주택가격지수는 연율 19.7% 상승해 두 달 연속 상승률이 낮아졌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월마트 맥도널드 실적 보니 흔들리는 미국 소비자?

뉴욕 증시가 지난 6월 16일(3666.77) 이후 랠리를 보여온 이유는 간단합니다. 유가를 보니 인플레이션이 꺾어졌고, 이에 따라 Fed가 긴축 속도를 낮추고 올해 말(혹은 내년 초)부터 완화로 돌아설 것이라는 기대입니다. 도널드 러스킨 트렌드매크로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인플레이션이 하락하는 이유'라는 글을 싣고 "5월의 광의통화(M2) 성장률은 6.6%로 팬데믹 직전보다 낮다. 인플레이션과의 관계를 본다면 근원 인플레이션은 13개월 후인 2023년 6월 2.3%에 불과할 것"이라며 Fed가 7월에 금리를 올리면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휘발유와 식품 가격은 6월부터 지금까지 급격히 하락했고 이는 8월 중순에 발표될 7월 소비자물가(CPI) 보고서에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러스킨은 "인플레이션이 거의 없을 것이며 심지어 약간의 디플레이션도 나타날 수 있다. 8월 CPI 보고서도 순조로울 것이고 시장과 소비자 설문조사 모두에서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Fed가 27일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하지만 완전히 불필요한 75bp 인상은 마지막 인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월마트 맥도널드 실적 보니 흔들리는 미국 소비자?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지속할 것이란 시각도 많습니다. 모건스탠리는 "고점이 경신되고 있는 인플레이션과 세부의 주요 인플레이션 요인을 보면 인플레이션은 Fed가 수용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본다. 파월 의장은 최근 휘발유 가격 하락을 향후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이 낮아질 수 있다는 신호라고 밝힐 수는 있지만, 근원 물가의 강력한 상승세는 이런 안도(complacency)의 여지를 남겨놓지 않는다. 그리고 여전히 강한 노동 시장도 추가적인 긴축을 견뎌낼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주거비와 서비스업 임금 상승 등 끈적끈적한 물가 요인들을 보면 인플레이션이 쉽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란 예상입니다. 기업들의 실적 발표만 봐도 2분기에 코카콜라(12%), 도브 샴푸(11%), 하기스 기저귀(9%), 맥도날드 햄버거(8%)까지 모든 상품 가격이 오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업 경영진은 이런 접근 방식을 바꾸지 않고 있으며 일부는 "가격을 높여도 수요가 유지되고 있다"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맥도널드는 올해 미국에서 식품과 포장(종이) 비용이 12~14% 증가하고 임금은 지금까지 약 10% 올랐다고 밝혔습니다. 모건스탠리는 "Fed가 다음 미팅에서 50bp나 75bp 인상이 적절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줄 것으로 본다. 우리는 9월에는 대차대조표 감축의 상한이 두 배로 높아지고 근원 물가는 석 달 연속으로 하락할 수 있는 만큼 50bp 인상을 예상하지만, 또 다른 75bp 인상도 배제할 수 없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월마트 맥도널드 실적 보니 흔들리는 미국 소비자?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에단 해리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우리는 월가의 예측가들이 너무 추세가 된 추론(인플레이션이 금세 내려간다)에 의존하고 있고 이는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고통스러운 과정에 대해서는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인플레이션을 Fed의 목표(2%)에 가깝게 낮추는 데는 심각한 고통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유명 헤지펀드 투자자인 빌 에커먼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미국 경제에 가장 큰 위험은 연준의 금리 인상이 아니라 인플레이션"이라며 "파월 의장이 더 오랫동안 더 높은 금리를 유지할 뿐만 아니라 3.4%보다 더 높은 기준금리에 열려있다는 매파적 결의를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Fed가 방향을 바꿀 것이라고 시장이 믿을수록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있어 덜 효과적일 것이며 Fed는 금리를 더 많이 인상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날 유럽에서는 러시아가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 공급 용량을 20%로 낮추기로 하면서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했습니다. 네덜란드 TTF 천연가스 선물은 메가와트시당 19.8% 상승한 211.70유로로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어제 10% 상승에 이은 것입니다. 미국 천연가스 가격도 이날 한때 11% 이상 급등해 MMBtu당 9.75달러로 2008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갈아치웠습니다. 이달에만 약 66% 상승하여 1990년 가격이 집계되기 시작한 뒤 월간 기준으로 가장 많이 올랐습니다. 이에 5주간 하락한 블룸버그 상품 지수(Bloomberg Commodity Index)는 지난주부터 다시 오르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 출신의 트레이더인 사이먼 리는 "인플레이션은 변동성도 중요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단지 정점을 쳤다는 이유는 랠리에 충분하지 않다. 인플레이션의 변동성은 Fed의 정책과 기업들의 마진에 높은 불확실성을 유발하며 주식을 하락시킨다. 인플레이션의 변동성이 높았던 시기에는 낮은 주식의 멀티플이 수반되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시장은 지속하는 인플레이션의 압력을 과소평가하고 있을 수 있다"라면서 "이런 높은 인플레 압력은 중앙은행이 상당히 긴 시간 동안 긴축을 유지하도록 하게 만들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월마트 맥도널드 실적 보니 흔들리는 미국 소비자?

뉴욕 채권시장에서 2년물 금리는 2.3bp 올라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Fed가 기준금리를 높일 것이라는 예상이 강화된 것입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Fed워치 시장에서의 75bp 인상 확률은 75.1%로 소폭 낮아졌습니다. 25%가 100bp 인상을 점치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10년물 수익률은 월요일 2.819%에서 2.786%로 하락했습니다. 이에 따라 2년/10년물 수익률 곡선의 역전 폭은 25bp가 넘어 2000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경기 침체의 신호가 더 커진 것입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월마트 맥도널드 실적 보니 흔들리는 미국 소비자?

월가 관계자는 "내일 FOMC를 앞두고 채권에서 공매도 포지셔닝이 많이 구축되어온 것 같다. 하지만 최근 계속되는 기업들의 나쁜 실적으로 인한 증시 매도세, 포드를 시작으로 한 해고 뉴스들, 월마트의 실적 하향조정 등이 악재로 미국 경제가 경기 침체로 빠지는 게 아닌가 우려가 커지면서 금리가 올랐고 이에 숏스퀴즈가 일부 나온 게 오늘 10년물 금리 하락으로 이어졌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5년물 입찰에서는 응찰률이 2.46배로 지난 3월 이후 최고를 기록하면서 낙찰 금리가 2.86%로 발행 당시 시장 금리(WI) 2.87%보다 1bp 낮게 형성됐습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10년물 2.75% 수준은 향후 FOMC와 인플레이션을 고려했을 때 다소 과도하다는 인식이 있어 금리는 다시 올라갈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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