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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파월 "금리 인상 늦춘다" 오해, 실수, 혹은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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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밍비트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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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중앙은행(Fed)의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 발표가 예정된 27일(미 동부 시간) 아침, 뉴욕 증시는 0.3~1.6%에 이르는 큰 폭의 상승세로 출발했습니다. 전날 장 마감 뒤 나온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의 실적이 '우려보다 나았다'는 점이 컸습니다. 그 외에도 세 가지 이유가 더 있었습니다.

첫 번째, 월마트의 실적 경고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소비는 계속되고 있다'라는 게 다시 컨센서스로 굳어졌습니다. 월마트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고객들이 식품과 같은 (저마진) 필수품에 더 많이 지출하고 의류, 전자제품과 같은 (고마진) 일반 상품은 덜 사고 있다"라며 마진 축소를 경고했고요. 맥도널드는 예상보다 좋은 실적에도 불구하고 "저소득층 고객들이 더 많은 밸류 메뉴와 더 적은 세트 메뉴를 선택하고 있다"라고 우려했습니다. 하지만 전날 장 마감 뒤 실적 발표한 비자의 실적은 이런 우려를 지워냈습니다. 비자는 지난 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9% 증가했고, 주당순이익(EPS)은 1.98달러로 33% 늘어 예상 1.75달러를 상회했습니다. 결제액은 12% 증가했으며, 여행 출장 등으로 인한 해외 거래량이 40% 급증한 덕분입니다. 알 켈리 최고경영자(CEO)는 "소비 지출 성장은 2022년의 대부분, 최근 몇 주를 포함하여 어떠한 둔화의 징후도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터치다운머니의 스콧 리버먼 설립자는 "소비자가 의류에서 식료품으로 지출을 옮기면 월마트 같은 회사는 피해를 볼 수 있지만 비자는 똑같이 자기 몫을 갖는다"라면서 "사람들이 호경기에서 샴페인을 사든 경기 침체 때 맥주를 사든 소비를 하면 비자는 돈을 벌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파월 "금리 인상 늦춘다" 오해, 실수, 혹은 진심?

두 번째, 28일 발표 예정인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플러스가 나올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이날 발표된 6월 상품무역 적자는 전달보다 59억 달러 감소한 982억 달러로 발표됐습니다. 수출이 2.5% 늘어나고 수입은 0.5% 줄어든 덕분입니다. 2분기 국내총생산에 긍정적 결과이죠. 또 6월 도매 재고는 1.9% 증가했고, 소매 재고는 2.0% 늘어난 것으로 나왔습니다. 재고의 증가도 국내총생산에 이바지하는 요인입니다. 또 6월 내구재 주문도 1.9% 증가(예상 -0.4%)한 것으로 발표됐습니다. 이들 수치가 나온 뒤 골드만삭스는 "오늘 경제 데이터에 따라 2분기 GDP 추정치를 기존보다 0.6%포인트 높여 1%로 추정한다"라고 발표했습니다. 모건스탠리도 2분기 GDP 추정치를 1.0%로 높였고, JP모건은 기존(0.7% 증가)에서 0.7%포인트 높은 1.4%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기술적'이라도 침체를 피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죠. 애틀랜타 연방은행의 GDP나우는 여전히 마이너스를 가리키고 있지만 이날 -1.6% 추정치를 -1.2%로 바꿨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파월 "금리 인상 늦춘다" 오해, 실수, 혹은 진심?

세 번째, 올해 들어 FOMC가 금리를 인상한 날은 모두 증시가 폭등했었다는 리포트가 긍정적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베스포크 인베스트먼트는 S&P500 지수가 올해 들어 어제까지 17% 하락했지만, FOMC가 금리 인상을 발표한 사흘 동안만 주식을 갖고 있었다면 6.8% 수익률을 거뒀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S&P500 지수는 3월 16일(25bp 인상) 2.2% 올랐고 5월 4일(50bp 인상)에는 3%, 6월 15일(75bp 인상)에는 1.5% 올랐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파월 "금리 인상 늦춘다" 오해, 실수, 혹은 진심?

오후 2시 FOMC 결과 발표 직전 S&P500은 1.36%, 나스닥은 2.53% 오르고 있었습니다. 'FOMC 불패 신화'는 이어진 것이죠. 그리고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시장은 조용했습니다. 주가뿐 아니라 금리, 달러 등도 모두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회의 결과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① 기준금리 75bp 인상


기준금리를 75bp를 인상해 2.25~2.5%가 됐습니다. 결정은 만장일치로 이뤄졌습니다. 지난 6월 75bp 인상에 반대표를 던졌던 에스터 조지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는 이번에는 반대하지 않았습니다.

② 경제 둔화 인정했지만

성명서는 첫 줄에서 "최근 소비 지출과 생산 지표가 둔화했다"(Recent indicators of spending and production have softened)라고 밝혔습니다. 지난달 "경제활동이 1분기 살짝 하락한 뒤 회복된 것으로 보인다"라는 문구를 바꾼 것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 달 동안 고용 증가는 견조했고 실업률은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경제는 둔화하고 있지만, 긴축을 계속하겠다는 뜻입니다.



③ "인플레이션에 매우 주의"

성명서는 "인플레이션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라고 밝힌 뒤 "위원회는 인플레이션 위험에 매우 주의를 기울인다"(The Committee is highly attentive to inflation risks)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월가에서는 지난 6월 성명서에 들어간 이 문구를 수정할 경우 Fed가 (인플레이션뿐 아니라) 경제 둔화에 민감하다는 걸 인정하는 것으로 봤습니다. 그러나 문구는 유지됐습니다. "지금의 금리 인상 기조가 적절하다"(ongoing increases in the target range will be appropriate)란 문구도 유지됐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파월 "금리 인상 늦춘다" 오해, 실수, 혹은 진심?

전반적으로 예상과 같았습니다. 시장이 성명서 발표에도 조용했던 이유입니다. 하지만 오후 2시 30분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장에 서자 시장은 들썩이기 시작했습니다. 첫 번째 질문에 답변할 때쯤 나스닥의 상승률은 3%를 넘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기자회견이 끝날 즈음 나스닥은 4.4% 이상 오르고 있었습니다. 결국, 다우는 1.37%, S&P500 지수는 2.62% 상승했고 나스닥은 4.06% 오른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나스닥의 이날 상승률은 2020년 4월 이후 최대입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파월 "금리 인상 늦춘다" 오해, 실수, 혹은 진심?

파월 의장은 도대체 무슨 말을 했을까요?

① "9월에도 비정상적 큰 인상 가능"


파월 의장은 '왜 75bp를 올렸냐'는 첫 질문에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더 나빴다. 데이터에 비춰 75bp 인상이 맞다고 결정했다. 더 큰 인상이 적절했다면 주저하지 않았겠지만, 여기에서는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75bp 인상은 비정상적으로 큰 것"이라며 ”다음 회의에서 비정상적으로 큰 폭의 또 다른 인상이 적절할 수 있지만, 그것은 우리가 얻는 데이터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9월 말 FOMC까지는 8주가 남았으며 그동안 두 개의 고용 보고서(7, 8월), 물가 보고서(7, 8월)가 나온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대해 월가 관계자는 "다음 회의에서 75b 인상이 가능하다고 말하는 등 듣기로는 매파적으로 들렸다. 하지만 앞으로 지금의 물가 추세라면 앞으로 두 달 동안 인플레이션은 내려갈 것이고 그러면 데이터에 따라 기준금리 인상 폭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파월 "금리 인상 늦춘다" 오해, 실수, 혹은 진심?

② "(언젠가)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는 게 적절"

파월은 "이번 금리 인상은 규모가 크고 신속하게 이뤄졌다. 경제가 아직 그 효과를 완전히 느끼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므로 아마도 파이프라인에 상당한 추가 긴축이 있을 것 같다"라고 매파적인 발언을 했습니다. 그러나 이어 ”통화정책이 더욱 긴축되면 누적된 정책 조정이 경제와 인플레이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평가하면서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는 게 적절해질 것 같다”(LIKELY WILL BE APPROPRIATE TO SLOW PACE OF INCREASES AS RATES GET MORE RESTRICTIVE)라고 밝혔습니다.


시장은 Fed가 긴축 속도를 낮추고 올해 말(혹은 내년 초)부터 완화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해 왔습니다. 그런데 파월 의장이 투자자들이 원하는 말을 해준 것입니다. 물론 빠른 시일 내에 금리 인상을 멈추겠다는 뜻은 아닙니다. '추가 긴축으로 인플레이션이 내려오면' 그렇게 하겠다는 것이죠. 그러나 파월 의장의 이 언급이 나오자 주가는 상승 폭을 키웠고 국채 금리는 급락했습니다. 이날 기준금리를 반영하는 미 국채 2년물은 전날보다 4.9bp 내린 3.004%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파월 발언 직전(3.117%)부터 따지면 10bp 이상 내렸습니다. 10년물은 1.8bp 떨어진 2.788%에 거래됐습니다. 파월의 이 발언 직후 2.729%까지 내렸습니다. 다만 이후 파월 의장이 "미국은 경기 침체가 아니다"라고 말한 뒤 약간 회복됐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파월 "금리 인상 늦춘다" 오해, 실수, 혹은 진심?

③ 지금은 중립 금리 수준

기준금리는 이날 2.25~2.5%가 됐습니다. 이에 대해 파월은 "금리가 우리가 중립적이라고 생각하는 범위 내에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또 "올해 안에 적당히 제한적인 수준으로 높일 필요가 있으며 3.00~3.50%에 도달하고자 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대해 게리 콘 전 골드만삭스 사장은 CNBC 인터뷰에서 "앞으로 올해 세 번의 FOMC 회의가 남았는데, 기준금리를 100bp 추가로 올린다는 얘기는 더는 75bp 인상은 없다는 것처럼 들린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판테온 이코노믹스의 이안 셰퍼드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9월에는 75bp보다 50bp를 올릴 것 같고 25bp를 인상하더라도 놀라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④ 경기 침체 아니다

파월은 "잠재성장률 이하의 성장 기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노동시장의 완화가 필요할 것 같다"라면서도 "경기 침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연착륙으로 가는 길은 좁아지고 있고, 더 좁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또 "미국이 현재 경기 침체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경제의 너무 많은 부분이 잘하고 있다"라며 노동시장의 예를 들었습니다. "최근 월평균 일자리 증가가 45만 개에 이르고 고용주가 상반기에 270만 개의 일자리를 추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침체에 빠지리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GDP는 종종 상당폭 조정되는 일이 많다고 덧붙였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파월 "금리 인상 늦춘다" 오해, 실수, 혹은 진심?

UBS는 "Fed는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상해 기준금리는 대략 중립이 되었다. 이는 앞으로 FOMC가 얼마나 더 갈 수 있을지 생각하게 만든다. 앞으로 회의에서는 최종금리에 대해 논의하게 될 것이다. 만약 인상 속도는 줄인다 해도 FOMC는 당분간 계속 좀 더 '미리 재단된 방식'으로 긴축 기조를 유지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이 협조한다면 이런 전환은 진행될 수 있다. 파월 의장은 6월 점도표를 언급했는데 이는 9월 50bp 인상, 11월과 12월 각각 25bp 인상과 일치한다. 우리는 12월 이후에 FOMC가 금리 인상을 멈추고 내년에는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본다"라고 밝혔습니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인플레이션이 하락하고 경제 둔화의 징후가 증가함에 따라 우리는 Fed가 9월에 더 작은 50bp 인상으로 전환하는 등 여기에서 좀 더 신중하게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추정한다"라고 예상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파월 의장이 인플레이션을 목표인 2%로 되돌리겠다고 강조한 것은 중요하다. 그것은 Fed가 목표를 이루기 위해 높은 고통을 감내하겠다는 것을 제시한다. 이것은 파월이 '미국 경제는 침체에 빠지지 않을 것'이란 발언을 피하고 있는 것이나 "금리 인상을 더 해서 생기는 위험이 더 적게 해서 생기는 고통이 크다"라는 발언과 일맥상통한다. 파월의 인플레이션 통제에 대한 강한 집중은 올해 하반기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란 우리 예측을 지지한다. 연착륙 경로는 여전히 남아 있지만, 매우 좁다는 게 우리의 기본 시나리오다. 우리는 Fed가 9월에 50bp, 11월과 12월에는 25bp 인상할 것으로 계속 예상한다. 금리는 분명히 제한적 영역에 들어갈 것이고 경제가 침체가 빠졌다는 사인이 나올 것이다. 그리고 나면 Fed는 금리 인상을 일시 중단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사실 파월 의장은 이날 매파적 발언도 많이 했습니다. "금리 인상을 더 해서 생기는 위험보다 덜해서 생기는 고통이 더 크다", "가격 안정은 경제의 기반암이다. 우선순위는 가격 안정에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제프리스, 씨티 등 일부 투자은행(IB)에서는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이 전반적으로 매파적이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씨티는 "우리는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을 시장의 해석보다 더 매파적이라고 읽는다. 우리는 근원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Fed가 9월에 75bp 인상하고 연말까지 정책 금리가 4%에 도달할 것으로 본다. 시장이 예상하는 것보다 더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릴 것으로 계속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제프리스는 "파월 의장이 경기 둔화 위험에 집중하는 듯 보였지만, 이것은 비둘기파적인 신호가 아니다. 파월은 여전히 인플레이션 하락에 집중하고 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찰스 슈왑의 캐시 존스 채권 전략가는 "시장은 파월의 발언을 비둘기파적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의 완화는 상당한 긴축 기간 이후에만 발생한다"라면서 "파월은 희망적 시나리오의 개요를 제시하고 위험자산은 이를 좋아했다. 하지만 지난 6월 회의 때도 그러지 않았나"라고 반문했습니다. 르네상스 매크로는 "Fed가 75bp를 올렸는데 (주가가 폭등하는 등) 금융여건은 완화된 게 문제"라면서 "느슨한 금융여건은 Fed의 목표를 달성하기 더 어렵게 만든다. 기준금리를 올린 뒤 시장 가격에 금리 인하가 반영된다면 애초의 인상 효과는 사라진다"라고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파월 "금리 인상 늦춘다" 오해, 실수, 혹은 진심?

사실 골드만삭스는 FOMC 직전 "인플레이션을 낮추려면 금융여건이 긴축되는 게 필수적이기 때문에 파월 의장이 최대한 기존의 매파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모두 파월 의장이 매파적 입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 만큼 매파적 발언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지만, 비둘기파적 발언은 매우 비둘기파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졌다"라고 말했습니다. 파월 의장의 비둘기파적 발언이 크게 들린 건 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이 내려오고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플레이션이 떨어지고 Fed가 돌아선다면 증시는 반길 수 있습니다. 이 관계자는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었다지만 얼마나 빨리 내려갈 수 있을지, 그리고 Fed는 얼마나 더 금리를 올린 뒤 돌아설지에 대한 의문이 남아 있다"라면서 "주가는 오를 수 있지만, 인플레이션이 크게 내려오지 않고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다시 흔들릴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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