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소홀한 스타트업은 벤처캐피털(VC)과 액셀러레이터(AC)의 투자를 받기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ESG 벤처투자 표준 지침을 마련하는 등 VC와 AC를 압박하고 있어서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는 최근 올 하반기 조성되는 167억원 규모 ESG 전용 펀드에 적용할 ESG 벤처투자 표준지침을 공개했다. 전용 펀드에만 적용하는 가이드라인 형태의 지침이긴 하지만 파급력이 적지 않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 VC 관계자는 “VC와 AC는 정부가 주도하는 모태펀드에서 자금을 조달한다”며 “스타트업의 ESG 경영 상황 점검 작업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지침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네거티브 스크리닝(부정 선별)’ 기준이다. 마약과 소형화기, 담배 등의 산업을 영위하거나, 도박·성 윤리 위반 엔터테인먼트산업은 투자 대상에서 빠진다. 탄소 배출량이 월등히 높거나 환경을 파괴하는 산업, 노동 조건이 열악하고 인권 유린 발생 가능성이 높은 산업도 제외된다.
다음 단계는 투자사들이 설치한 투자심의기구가 주도하는 ESG 실사다. 스타트업의 성장 단계 및 산업 특성을 고려한 ESG 점검표에 따라 점수를 부과한다.
환경(E) 분야에서는 △전력·용수 사용량 증감 △폐기물 재활용 상황 △온실가스 배출 감축 노력 여부 등을 점검한다. 사회(S) 분야는 ‘체크 포인트’가 다양하다. 근로자에 대한 처우와 고객 정보 보호 관리 시스템, 지역사회 기여 활동 여부 등의 영역을 꼼꼼하게 살핀다. 지배구조(G)와 관련해서는 독립적인 이사회 구성, 회사 정보와 주주 공개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본다.
선제적으로 ESG 기준을 도입하는 투자사도 늘고 있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최근 기술을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스타트업에 투자하기 위한 사회혁신기술 사모투자펀드(PEF)를 결성했다.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를 스타트업에 알맞게 재구성한 기준을 마련해 스타트업의 사업 내용과 운영 방향성이 목표에 부합하는지를 사업의 성장성과 함께 검토하고 있다.
또 ‘임팩트 블루프린트’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발간해 투자 이후 각 스타트업의 성장 과정 핵심 지표가 사회 문제 해결이라는 목표와 얼마나 부합하며 발전하고 있는지도 확인하고 있다.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도 투자심의위원회에 상정된 기업의 사업 내용이 환경·사회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지 평가하고 있다. 투자심의위는 투자사들이 스타트업 투자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회의다. 평가 모형은 유엔 SDG를 준용해 개발했다. 기업의 사업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가 회사의 투자 철학인 ‘지속가능한 시장과 더 나은 미래’와 부합하는 정도를 점수화한 뒤 이를 등급 체계로 만드는 것이 평가 모형의 주요 골자다.
TS인베스트먼트는 최근 투자 기업에 적용되는 ESG 운영 규정을 제정했다. 45가지 세부 규정을 통해 스타트업의 ESG 경영을 독려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조주현 중기부 차관은 “ESG 벤처투자를 점진적으로 도입해 새로운 투자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며 “민간 주도 벤처생태계 조성에도 노력해 벤처투자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말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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