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중앙은행(Fed) 인사들이 잇따라 매파(통화 긴축 선호론자)적 발언을 내놓고 있지만, JP모건은 Fed가 실제로 강력한 긴축에 나서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앙은행의 고강도 긴축이 완만한 경기침체를 넘어 경제위기로까지 번질 위험이 있어서다.
JP모건 자산운용의 수석 전략가인 데이비드 켈리는 지난 22일(현지시간) 내놓은 주간 전망 노트를 통해 "경제 환경에 대해 제대로 된 평가를 하자면, 경기 침체의 위험이 인플레이션 위험보다 높다"고 말했다. 다음달 21일 열릴 예정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Fed가 기준금리를 0.75%포인트(p)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기 어려울 것이란 말이다.
그는 "데이터를 예의주시하는 게 중요하다"며 "9월 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0%포인트만 인상할 수 있을 만큼 성장과 물가 데이터가 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제 위기의 위험이 있다는 근거로 켈리는 미국의 개인 저축률이 10.9%에서 5.2%로 감소한 걸 제시하며 "5.2%의 개인 저축률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 5년 평균에 비해 훨씬 낮다"고 설명했다.
이어 "많은 가정이 높은 식량 및 에너지 가격과 임대료를 지불하기 위해 빠르게 빚을 지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연방 학자금 대출에 대한 연장이 이달 말로 끝난다면 많은 젊은 세대에게 (빚이 늘어나는) 상황은 더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켈리는 올해 말이나 내년의 1개 분기 이상에서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그 근거로 △팬데믹 기간 동안의 급격한 주택 가격 상승과 연 5% 이상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로 인해 주택건설업 경기가 하락할 가능성이 지난주 주택착공건수에서 나타난 점 △불황에 대한 공포와 실적 성장세 둔화로 인한 자본 지출 모멘텀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 △지난 몇 달 동안 연방정부 차원에서 통과된 법안 중 어느 것도 재정 부양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 △주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무원 충원을 위해 충분히 임금을 인상하지 않으려 하는 점 등을 제시했다.
Fed가 고강도 긴축의 당위로 내세우는 인플레이션도 완화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JP모건은 분석했다.
켈리는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보고서는 전월 대비 5월에는 1% 상승, 6월에는 1.3% 상승에 이어 월별 전체 소비자물가가 전월 대비 변동이 없었던 좋은 첫걸음"이라며 "8월 CPI 전망도 좋아 보인다. 휘발유 가격이 매우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업계 보고서에는 항공 요금, 호텔 요금 및 중고 차량 가격이 낮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천연가스 가격 급등으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 높은 임금으로부터 기업들이 받는 비용 압박, 높은 집값으로 인한 임대료 압박 등 물가를 자극할 만한 요소들도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비용 압박은 소비자들의 지출을 제한해 전반적인 물가 압력을 감소시킬 것이라고 JP모건은 내다봤다.
팬데믹으로 인한 공급망 차질이 해소되는 징후가 나타나는 점,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에 대한 불안이 임금 상승률을 억제할 가능성 등으로 비용 문제도 완화될 수 있다고 켈리는 기대했다.
켈리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Fed가 위기에 몰린 AIG를 구제하기에 앞서 원칙을 내세우며 리먼브러더스를 파산시킨 걸 두고 ‘모래 위에 선을 그었다’고 언급한 뒤, 최근 Fed 인사들의 매파적 발언도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모래 위에 그은 선'이란 결국엔 어기게 될 수밖에 없는 선언을 뜻한다.
예상을 밑돈 7월 CPI가 발표된 뒤 인플레이션이 잡혔을 가능성이 제기되며 증시가 반등하자 Fed에서는 △"우리는 시급히 인플레이션을 낮출 필요가 있다"(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9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는 게 비합리적인 것은 아니다"(로레타 메스터 클리브랜드 연은 총재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3.75~4.00% 범위까지 인상하는 게 중요하다"(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 등의 발언이 나왔다.
또 25일 개최되는 잭슨홀 미팅에서도 제롬 파월 Fed 의장의 강경한 발언을 듣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켈리는 예상했다.
하지만 그는 "경기 침체를 피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목표"라며 "물가를 너무 빨리 잡으려다 경기 침체를 촉발하면 내년에는 결국 가던 길을 역주행해 최근 수십년 동안 여러 자산 거품에 기여했던 수준으로 금리를 되돌리게 된다"고 경고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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