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환율 수준 목표로 안 정해"
원화값, 유로·엔화보다 더 떨어져
시장선 "1400원 돌파 시간 문제"
원·달러 환율이 29일 ‘파월 쇼크’에 따른 글로벌 달러 강세와 무역수지 악화 우려로 1350원을 돌파했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지난 26일 잭슨홀 회의에서 “물가 안정을 회복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고 Fed의 정책 도구를 강력하게 사용할 필요가 있다”며 “가계와 기업에 어느 정도 고통을 가져다줄 것이지만, 이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줄이기 위한 불가피한 비용”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 거래일보다 0.3% 오른 109.08을 기록하면서 20년 만에 최고 수준을 보였다.
파월 의장의 발언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경기 둔화를 감수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이에 따라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졌다.
원·달러 환율의 오름폭은 주요국 통화 환율보다 상대적으로 더 컸다. 이날 달러당 엔화는 0.74%, 유로화는 0.26% 각각 오르는 데 그쳤다. 중국 위안화(0.55%), 영국 파운드화(0.62%) 등과 비교해도 원·달러 환율의 상승폭은 높은 수준이다. 그만큼 원화 가치가 더 떨어졌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400원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로화의 약세 흐름이 강화돼 달러화의 추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불안한 대외 여건을 고려할 때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1400원도 상단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사진)가 “특정 환율 수준을 목표로 정하지 않고 있다”고 발언한 것도 원화의 추가적 약세 요인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총재는 이날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환율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예의 주시하겠다”면서도 “시장 수급에 따라 환율이 정해지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그러나 “미국 정책금리가 높아질수록 원화는 평가절하된다”며 “한·미 정책금리 폭이 지나치게 벌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현재 연 2.5%로 같은 한국과 미국(상단 기준) 기준금리는 다음달께 역전돼 연말에는 1%포인트 격차까지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시장에서 과도한 쏠림현상이 나타날 경우에 대비해 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서울 여의도 수출입은행에서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고 “각별한 경계심을 갖고 금융·외환·채권시장 반응에 유의하면서 관계기관 간 긴밀한 공조·대응체계를 유지하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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