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인수에 참여하는 외국 자본이 표적될 듯
머스크 "트위터 인수하면 인력 75% 감축할 것"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트위터 인수가 순탄치 않다. 미국 정부가 이 인수 계약을 포함해 머스크가 추진 중인 사업들에 대해 국가 안보 준수 여부를 검토하는 방안을 저울질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크의 친러 행보를 탐탁치 않게 여겼던 바이든 행정부가 국익을 이유로 머스크 사업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 관료들은 머스크가 추진 중인 사업들이 국가 안보에 부합하는지를 놓고 검토 준비에 들어갔다. 440억달러(약 63조원) 규모의 트위터 인수 계약과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인 스타링크 등이 검토 대상이다. 익명을 요구한 미 행정부 관계자는 블룸버그통신에 "관료들과 정보기관이 머스크의 사업에 어떠한 도구를 사용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고 있다"며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관할 법률을 통한 검토를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CFIUS는 해외 자본의 미국 자산 투자를 검토하는 기관이다.
CFIUS가 검토에 나설 경우 트위터 인수에 참여한 외국 자본들을 면밀히 들여다 볼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머스크 주도로 꾸린 트위터 인수 컨소시엄에는 중국계 자본이 들어가 있는 가상화폐거래소 업체인 바이낸스홀딩스, 알왈리드 빈 탈랄 사우디아라비아 왕자, 카타르 국부 펀드 등이 포진해 있다. CFIUS의 검토를 통과하지 못하면 머스크는 새로운 돈줄을 찾아야 하거나 인수 자체를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미국 재무부는 "CFIUS는 검토 여부와 무관하게 어떠한 처리 과정에 대해서도 공개 의견을 내놓지 않을 것"이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머스크가 내놨던 친러 성향 발언에 거부감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정부 관료들은 머스크가 우크라이나에서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 서비스를 중단하겠다고 위협한 일에 대해 불편함을 드러냈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유리한 종전 제안을 하는 등 그의 친러 행보가 늘어났다는 점도 주시 대상"이라고 보도했다.
머스크는 지난 7일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홍콩처럼 대만을 중국의 특수 구역으로 두는 방안을 제시하며 논란을 키우기도 했다. 당시 일각에선 "머스크가 중국 시장을 의식해 내놓은 친중 발언이 미국의 국익과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머스크는 이날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대응하는 대신 트위터 인력 감축 계획을 공개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에 참여하는 투자자들에게 "트위터를 인수하면 직원 7500명 중 75%를 해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 법원의 명령에 따라 머스크는 오는 28일 인수 협상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미 트위터는 내년까지 인건비 약 8억달러(약 1조1500억원)를 절감하는 계획을 자체 추진하고 있다. 이 감축 규모를 직원 수로 환산하면 전체 인력의 25%를 줄여야 하는 수준이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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