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약화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들에도 불구하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고위 인사들은 신중하게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기조를 유지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연은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몇 줄기 희망이 있다"면서도 "광범위한 물가상승률 완화의 지표가 나와야 한다"고 밝혔다.
10월 미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월(8.2%)은 물론 시장 전망치(7.9%)보다 낮은 7.7% 상승한 데 이어 이날 발표된 10월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시장 전망치를 하회한 것은 물론 4개월 연속 둔화세를 이어갔다.
이에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은 게 아니냐'는 기대 속에 연준의 통화긴축 정책이 예상보다 일찍 막을 내릴 것이라는 데 베팅하는 분위기지만, 아직은 그럴 때가 아니라는 것이 연준 고위 인사들의 다수 견해다.
보스틱 총재는 "물가상승률을 우리의 목표치(2%)로 되돌릴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제약적인 수준"의 통화정책을 달성해야 한다며 "우리는 아직 그 지점에 이르지 못했다. 그래서 더 많은 금리인상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상품뿐 아니라 서비스 물가의 상승세도 둔화해야 한다며 "아직은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서비스업이 노동집약적 산업이라는 점을 거론하면서 "노동시장은 여전히 경직돼 있고 이로 인해 임금에 상방 압력이 만들어질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연준의 긴축적인 통화정책이 실제 물가상승률을 낮추는 데 걸리는 정책 시차에 대해선 일부 연구 결과를 인용하면서 "18개월에서 2년이 걸릴 수 있다"라고 전했다.
따라서 연준은 "물가상승률 외에 다른 경제 지표들도 통화정책 경로의 이정표로 삼아야 한다"라고 보스틱 총재는 밝혔다.
리사 쿡 연준 이사도 이날 한 온라인 행사에서 "물가상승률이 너무나 높다"라며 "연준의 초점은 인플레이션 대응에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다만 경기둔화로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 조절이 불가피하다는 입장도 최근 들어 강하게 대두하고 있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는 이날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통화정책이 이미 충분히 제약적인 수준에 진입한 상태라며 "향후 몇 달 안에" 금리인상의 속도를 늦출 것으로 전망했다. 전날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의 블룸버그 인터뷰와 거의 비슷한 내용이다.
하커 총재는 "신용카드 구매 데이터를 보면 미 경제 활동의 70%를 차지하는 소비자 지출이 느려지고 있다"며 "주택 투자가 감소했고 제조업 호황마저 꺾이기 시작했다"고 우려했다.
이영호기자 hoya@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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