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1위 기업 테슬라의 가격 인하로 전기차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테슬라 수요는 다시 살아났지만, 전기차 후발주자들은 아직 수익성이 낮은 데다 경기침체로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직격탄을 맞았다. 테슬라 협력업체들도 곧 다가올 테슬라의 가격 인하 요구에 떨고 있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전기차 기업 리비안이 전체 인력의 6% 감원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총 1만4000여명의 직원 중 자동차 공장 제조 및 운영과 관련 없는 직무 위주로 840명을 해고할 계획이다.
로이터는 RJ 스캐린지 리비안 최고경영자(CEO)가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 사본을 입수해 이같은 내용이 담겼다고 보도했다. 스캐린지 CEO는 직원들에게 사과하며 "우리는 수익성을 강화하는 데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쓴 것으로 전해졌다.
리비안의 감원은 최근 테슬라의 전기차 가격 인하를 고려한 결정이라는 분석이다. 이미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로 고가의 전기차 수요가 부진한 상황인 데다, 투자 대비 수익성도 효율성도 낮은 상황에서 적자기업인 리비안이 테슬라처럼 가격을 낮추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CFRA리서치 분석가 개럿 넬슨은 "리비안은 대규모 투자를 통해 빠르게 성장해왔지만 생산량을 늘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고, (테슬라처럼) 의미 있는 수준까지 가격을 낮출 수 없는 상황"이라며 "감원 결정은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리비안 만의 위기는 아니다. 전기차 업계 1위인 테슬라에 이어 2위인 포드까지 가격을 인하하며 전기차 스타트업들은 생존 위기에 몰렸다. 4분기 기준 자동차 총 마진율이 25.9%인 테슬라와 달리 후발주자들은 아직 효율성이 낮다. 리비안을 포함해 '역마진'을 내는 기업들도 많다. 전기차 한 대를 팔 때 오히려 손해를 입는다는 뜻이다.
앞서 현대차와 기아가 1억유로(약 1300억원)을 투자했던 영국 스타트업 어라이벌도 직원의 절반을 해고하겠다고 밝혔다.
테슬라는 가격 인하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로이터는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테슬라가 2~3월 두 달간 상하이 공장의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가격 인하로 늘어난 수요를 맞추기 위해서다.
로이터에 따르면 테슬라는 두 달 간 상하이공장에서 한 주 평균 2만대가량을 생산할 계획이다. 한 달간 모델 3와 모델 Y 총 8만2088대를 생산했던 지난해 9월 수준 생산량을 회복할 전망이다.
지난해 말 테슬라는 수요 부진으로 재고가 늘어나며 난관에 부딪혔다. 12월 테슬라 상하이공장은 생산량을 11월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였고, 올해 춘제 당시 직원들의 휴가를 연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잇단 가격 인하 이후 상황이 반전됐다는 평가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4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현재까지 받은 1월 주문은 생산량의 약 2배로 역대 최대치"라고 밝혔다. 그는 올해 공급망 등 큰 차질이 없는 한 테슬라 인도량이 총 200만대를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협력업체들은 분위기가 다르다. 머스크를 비롯해 테슬라의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경영진이 공급망을 포함한 전 부문에서의 비용 감축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있어서다. 이미 인건비 등으로 물가가 오른 상황에서 테슬라의 가격 인하 압박이 현실이 되면 타격이 클 것이라는 두려움이 퍼지고 있다.
테슬라 협력업체 중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인 파나소닉과 LG에너지솔루션, CATL 등은 이름이 알려진 대형 기업들이다. 그러나 그 외 자동차 부품 업체들 중에서는 이미 높은 원자재와 인건비로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많다는 설명이다.
테슬라 협력업체들을 대변하는 댄 샤키 변호사는 "자동차 회사들이 차량 가격을 내리면 그 압력은 결국 공급업체들에게 간다"며 "이들이 재정난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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