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 지난해 7월 대비 26% 올라
가뭄 겹쳐 설탕값은 6년來 최고
공공요금 물가 상승 압력 커지고
상품·서비스가격 자극할 우려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따라 벌써부터 원자재 가격이 꿈틀대고 있다. 구리 등 비철금속과 철광석 가격이 작년 하반기 이후 반등세인 데다 에너지, 식품 물가도 오름세다. 자칫하면 중국발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번져 주요국 중앙은행의 긴축이 장기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과의 교역 비중이 큰 한국은 특히 '중국발 고물가'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한국은행은 27일 '중국 리오프닝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중국 경기회복 기대 등으로 지난해 말부터 구리, 알루미늄 등 산업용 비철금속 가격이 상승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세계 최대 수입국인 중국 경기가 점차 회복돼 하반기로 갈수록 유가 상승 압력이 커질 전망"이라며 "최근 원당(설탕) 가격 상승이 인도 유럽연합(EU) 등 주요 생산국의 공급차질 뿐만 아니라 중국발 수요 증대 가능성도 일부 영향을 끼쳤다"고 진단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가격정보에 따르면 구리(전기동) 가격은 런던금속거래소(LME) 기준으로 올초 t당 8390달러에서 지난 24일 8807달러로 5.0% 올랐다. 지난해 7월 연저점(t당 7000달러)과 비교하면 25.8% 뛰었다. 구리는 전선을 비롯해 자동차, 스마트폰, 배터리 등 산업 전반에 걸쳐 쓰이는 원자재로, 대표적인 경기선행지표로 꼽힌다.
철광석 가격도 상승세다. 북중국(CFR) 현물 기준 철광석(FE 62%) 가격은 올초 t당 117.65달러에서 지난 주말 126.65달러로 7.6% 상승했다. 철광석 가격은 지난해 10월 31일 t당 79.5달러로 연중 최저점을 찍은 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박성봉 하나증권 연구원은 "중국 방역 해제와 부동산 규제 완화 등 정책 효과로 철광석 가격이 큰 폭으로 반등했다"고 분석했다.
원유 가격도 불안하다. 두바이유는 지난해 12월 배럴당 71.83달러까지 내렸다가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 24일엔 82.07달러까지 올랐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올해 전 세계 석유 수요가 하루 평균 1억170만 배럴로, 사상 최고를 기록할 것"이라며 "수요 증가분의 절반 가까이는 중국에서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리오프닝에 따른 애그플레이션(농산물 가격 급등)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설탕(원당) 가격은 올초 t당 547.5달러에서 이달 24일 562.0달러로 올랐다. 국제금융센터는 "설탕 가격이 주요 생산국의 가뭄 등으로 작년 10월부터 가파르게 오르며 최근 6년 내 최고 수준"이라며 "세계 2위 수입국인 중국의 수요 증가에 따른 우려도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중국 리오프닝 영향으로 에너지·원자재 가격이 상승할 경우 공공요금 인상 압력 등을 통해 물가 오름세 둔화 흐름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소비자물가 내 여타 상품 및 서비스 가격에 대한 2차 파급 영향도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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