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기간 파트너십 이어온 테이팩스도 수혜 기대
2차전지용 생산시설 신규투자…"성장세 뚜렷"
하지만 주가 저평가…비교업체 대비 낮은 밸류
크게 부각되진 않았지만 테이프 품질 경쟁력을 바탕으로 전기차용 2차전지 성장에 따른 수혜를 입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기업이 있다. 이 업체에 대해선 '숨은 보석'이란 평가도 있다. 정작 회사는 언론 노출을 꺼린다는 후문이다. 조용히 돈 잘 버는 기업 '테이팩스' 얘기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테이팩스의 종가는 5만5500원이었다. 공모가(2만3000원) 대비 2배를 웃돌고 있지만, 상장한 지 6년 다 돼 가는 업체임을 고려하면 만족할 만한 수익률은 아니다. 한창 잘나갈 땐 주가가 9만원대까지도 올라갔지만 지난해 전반적인 증시 침체 속 고점 대비 절반 수준이 됐다.
테이팩스는 회사명처럼 테이프를 파는 업체다. 2017년 10월 상장했다. 흔히 쓰는 '박스테이프'부터 배터리용 테이프까지 취급한다. 전기차·전동공구 배터리용 테이프가 핵심 수익원이자 성장 동력이다. 전기차 배터리용 테이프 사업은 2020년 LG화학(현재 LG에너지솔루션)을 통해 테슬라 모델3에 납품하면서 본격적으로 크기 시작했다. 전기차 시장 급성장에 따른 배터리 수요 증가로 성장성에 대한 기대치를 높아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뿐만 아니라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를 모두 주요 고객사로 뒀다.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차전지·스마트폰·디스플레이용 테이프 등을 판매하는 전자재료 사업부의 매출 비중은 2021년 3분기 기준 54.7%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 63%로 늘었다. 2025년 이 비중이 73%까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테이팩스 한 영업직 직원은 "이중 2차전지용이 약 35%에 달한다"며 "배터리용 매출 비중은 확대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2020년 초까지만 해도 1만원 후반대에서 2만원 초반대를 맴돌던 테이팩스는 2년도 채 안 돼 주가가 장중 9만원대(2021년 11월 26일·고가 9만1500원)까지 폭등했다. 2년 새 수익률이 무려 5배에 달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주가는 내리막을 걸어 고점(9만1500원) 대비 40% 낮다. 실적이 꾸준히 상승하는 데다 2차전지 산업 성장세에 따른 기대감이 반영될 법도 했지만 딱히 주목받지 못했다. 주가 움직임도 작년 하반기 2차전지주 랠리에서 소외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하반기(2022년 7월 1일~12월 29일) 테이팩스는 19.88% 하락했다. 이 기간 포스코케미칼은 68.22%, 에코프로는 48.1%의 수익률을 냈다.
2차전지용 테이프 중에서도 매출 비중이 더 높은 전동공구 부문 판매가 지난해 건설 경기 침체 속 부진했던 게 주가 상승에 제한이 됐다는 분석이다. 익명을 요청한 A연구원은 "전기차 시장이 전동공구 시장의 6배 정도 되지만, 전동공구용 배터리에 들어가는 테이프가 전기차용보다 비싼 게 들어간다"며 "배터리용 테이프 매출 비중으로 보면 아직까지 전동공구 쪽이 더 높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향후 성장성을 고려하면 저평가됐다는 진단이다. 작년 7월 하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테이팩스는 포스코케미칼, 솔루스첨단소재처럼 2차전지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2차전지 소재 기업'으로 분류되지만, 이들 기업에 비해 낮은 밸류에이션(평가가치)를 적용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주가수익비율(PER)도 13.45배로 포스코케미칼(126.03배), 솔루스첨단소재(161.61배), 일진머티리얼즈(45.25배) 등 다른 2차전지 소재주 대비 한참 낮다.
전체 실적도 상승세에 있다. 2019년 1116억원이었던 매출액은 2020년 1177억, 2021년 1522억원 등으로 매해 늘었다. 2021년 영업이익은 196억원으로 2년 전인 2019년 90억에서 2배 넘게 증가했다. 작년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239억원으로 2021년 연간 영업이익을 넘어섰다.
성장세도 뚜렷하다는 전망이다. 특히 원통형 2차전지 시장 확대 수혜를 받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원통형 배터리는 기존 주류인 파우치나 각형 배터리에 비해 공간 효율성이 낮아 전기차 시장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모양이 원형인 만큼 배터리 개수가 많아질수록 빈틈이 생기는 구조다. 에너지 밀도가 떨어진다는 점도 문제였다. 이 때문에 테슬라를 제외하곤 사실상 원통형 배터리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기술 발전으로 에너지 밀도, 효율성 등이 개선된 제품이 출시되면서 수요가 늘고 있다. 원통형 전지는 대량생산이 가능한데다 고정비가 낮다는 장점도 있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원통형 배터리가 마진이 좋다"며 "전기차 후발주자인 업체들 입장에선 원통형 전지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그간 각형을 고수했던 BMW와 볼보는 원통형 배터리 도입을 확정했다. GM도 원통형 채택을 고려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전기차용 원통형 배터리 시장은 지난해 약 108기가와트시(GWh) 수준에서 2025년 241GWh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이같은 흐름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 국내 주요 2차전지 업체들도 원통형 배터리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설비투자도 늘리고 있다.
이들 업체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안(IRA)에 대응해 북미 지역에 원통형 생산시설을 추가로 구축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오랜 기간 이들 업체와의 파트너십을 유지해 온 테이팩스가 그 수혜를 온전히 누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구원은 "당장은 테이팩스 배터리 부문 매출에서 전동공구 비중이 높지만, 삼성SDI나 LG에너지솔루션 쪽으로 공급되는 물량이 많아지면서 비중이 조만간 역전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테이팩스는 지난해 10월 공시를 통해 신규 시설투자 계획도 밝혔다. 2차전지용 테이프 제조공장·생산설비 구축에 2025년까지 3년간 680억원을 투자한단 내용이다. 하늘 연구원은 "2025년 말 기준 2차전지용 테이프 생산능력이 약 2배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테이팩스의 생산능력 확장 속도보다 고객사의 2차전지용 테이프 수요가 더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며 "해당 기간 내 증설 계획을 앞당기거나 추가 증설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sha0119@hankyung.com)
블루밍비트 뉴스룸
news@bloomingbit.io뉴스 제보는 news@bloomingbit.io뉴스에 대한 의견과 질문을 자유롭게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