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국채 금리 상승에도 불구하고 오른 점은 국내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4일부터 시작되는 중국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대규모 경기 부양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국내 증시에는 호재가 될 수 있다. 다만 미국 달러화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미국 증시에 상장한 MSCI 한국 지수 ETF는 2일(한국시간) 0.44% 하락했다. MSCI 신흥 지수 ETF는 0.41% 상승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3일 원·달러 환율은 7원 하락, 코스피지수는 0.7% 내외 상승 출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서 연구원은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하자 미 증시가 하락 출발한 점은 한국 증시에 부담"이라며 "마이크론이 다음 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1.59% 하락한 점, 미국의 칩스법 가이드라인 발표 내용에 대한 우려도 반도체 업종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이라고 했다.
그는 "미 증시가 금리 급등과 달러 강세에도 불구하고 장 초반 하락 이후 반발 매수세가 유입되며 견고한 모습을 보인 점은 긍정적"이라며 "더 나아가 의결권을 가지고 있는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은행 총재가 기준금리 25bp(1bp=0.01%포인트) 인상을 확실히 찬성한다고 주장하는 등 덜 매파적인 발언을 하자 미 증시가 상승 전환한 점도 우호적"이라고 분석했다.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는 "국내 증시는 0.5% 이상 상승 출발이 유력하다"며 "미국이 금리 상승에도 뒷심을 발휘한 점이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의 지표 호전은 1회성이 아닌 올해 내내 지속될 이슈인만큼 한국 증시와 경기가 급격히 위축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현재 지표는 최악이나 그렇기에 반전의 속도도 빠를 전망"이라고 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보스틱 연은 총재는 기준금리 25bp 인상을 지지한다고 했고 최종 금리 전망치를 5.0~5.25%로 제시했다"며 "이는 작년 12월에 제시된 최종금리 수준과 동일하며 현재 시장은 최종금리 5.5%까지도 반영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3월 FOMC 이후 반등 탄력이 오히려 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경기와 동행하는 소재, 산업재 업종의 매력도가 상승하는 구간"이라며 "중국 소비주들은 단기 트레이딩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이 유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환율 급등 및 유가 안정은 국내 수출에 우호적인 환경이며 1월을 저점으로 수출 턴어라운드 기대감 형성되고 있으므로 디스플레이, 자동차, 운송 등 수출주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미구 증시는 국채금리 강세에도 미 중앙은행(Fed)의 긴축 우려가 다소 완화되는 발언이 나오면서 상승했다.
2일 다우존스지수는 1.05%, S&P500지수는 0.76%, 나스닥지수는 0.73% 각각 올랐다.
최근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경제 지표 강세로 연준이 예상보다 오래 더 높은 수준으로 금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오름세를 보여왔다. 전날에는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으로 4%를 돌파했으며, 이날도 4.08% 수준까지 올랐다.
이날은 경제 지표가 강한 모습을 보이면서 금리를 끌어올렸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25일로 끝난 한 주간 신규 실업보험 청구자 수는 전주보다 2000명 감소한 19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 19만5000명보다 적은 수치로 7주 연속 20만명을 밑돌았다. 특히 이날 발표된 4분기 단위노동비용이 연율로 3.2% 올라 예비치인 연율 1.1% 상승에서 상향 조정됐다. WSJ에 따르면 이코노미스트들은 1.4% 상승을 예상했다.
4분기 생산성은 전분기 대비 연율 1.7% 오른 것으로 예비치인 3.0% 상승에서 하향 조정됐다. 실업은 줄고, 노동 비용은 예상보다 높아지면서 인플레이션 우려는 계속됐다.
금리선물시장에서 Fed가 3월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도 전날의 70% 이상에서 이날 67% 수준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오후 들어 분위기가 반전했다.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가 자신은 여전히 0.25%포인트 금리 인상을 강하게 선호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안도 랠리를 촉발했다.
그동안 연준 내 매파 위원들이 3월에 0.50%포인트 금리 인상을 선호하거나 그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을 내놓으면서 3월 고강도 긴축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하지만 이날 보스틱 총재는 여전히 0.25%포인트를 선호하고 있다며, 지금은 우리가 신중한 것이 적절하다고 언급해 고강도 긴축에 대한 우려를 낮췄다.
지난 2월 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도 연준 위원들의 대다수는 0.25%포인트 금리 인상을 지지했으며 일부만이 0.50%포인트 금리 인상을 지지했다.
보스틱 총재의 발언은 중도성향 위원들의 시각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시장이 일부 안도한 것으로 보인다. 보스틱 총재의 최종 금리 전망치는 현재 5.0%~5.25%로 지난 12월 위원들이 제시한 금리 전망치 중간값과 같다. 다만 보스틱 총재는 자신의 금리 전망치보다 더 높게 가게 될 수 있는 근거도 있다고 언급했다.
기업 실적은 종목별로 엇갈렸다. 세일스포스의 주가는 실적이 예상치를 웃돈 데다 올해 1분기 실적 전망도 기대를 웃돌면서 11% 이상 올랐다. 데이터 소프트웨어 업체 스노우플레이크의 주가는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에도 1분기 실적 예상치에 대한 실망에 10% 이상 하락했다.
메이시스의 주가는 4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웃돌고 가이던스도 긍정적으로 내놓으면서 11% 올랐다. 베스트바이의 주가는 실적이 예상치를 웃돌았으나 연간 전망치에 대한 실망에 2% 이상 하락했다.
테슬라 주가는 회사가 전날 투자자의 날 행사에서 차세대 모델의 조립 비용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내놓았음에도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는 실망감에 5% 이상 하락했다.
뉴욕 유가는 중국의 경기 회복세에 대한 기대가 유지되며 상승했다.
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47센트(0.6%) 오른 배럴당 78.1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는 3거래일 연속 올라 종가는 지난달 16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세븐스 리포트 리서치의 타일러 리치 공동 편집자는 마켓워치에 "중국 경기 회복에 대한 낙관론이 유럽과 미국의 뜨거운 인플레이션 지표를 상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의 경제 지표가 여전히 강한 모습을 보여 이는 달러 강세를 촉발해 유가에 부담이 되고 있다.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미국의 노동시장이 약해진다는 징후를 보이지 않고 있어 강달러 거래가 다시 돌아오고 있다"라며 "이는 중국 경기 회복 기대에 따른 유가 랠리를 제한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리치 편집자도 "끈질긴 높은 인플레이션은 Fed와 유럽중앙은행(ECB)의 더 많은 행동을 촉발할 것 같다"고 했다.
中 양회 내일 개막
중국 당·정·군에 걸친 시진핑 집권 3기 공식 출정식인 양회가 4일 베이징에서 개막한다.
국정 자문기구인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14기 1차 회의가 4일,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14기 1차 회의가 5일 각각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개회해 이달 중순까지 진행된다.
정기국회격인 이번 전인대 회의에서는 시진핑 3기 파워 엘리트 집단이 당·정·군에 걸쳐 완성된다. 지난해 10월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때 시 주석을 정점으로 한 당 수뇌부 인선이 마무리된 데 이어 이번에 정부와 전인대 등의 수뇌부 인선이 이뤄짐으로써 시진핑 장기 집권 체제를 각 부문에서 뒷받침할 인물들이 확정된다.
인사의 경우 '원톱'인 시진핑 국가주석이 2018년 헌법 개정으로 가능해진 국가주석직 3연임을 이루고, 국가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으로 재선출될 것이 확실시된다.
2012년 제18차 당 대회에서 최고 지도자가 된 시 주석은 이미 지난해 당 대회에서 당 총서기 및 당 중앙군사위 주석으로 각각 재선출된 바 있어 이번 양회를 통해 당·정·군 1인자 자리를 재확인하게 된다.
또 2인자인 신임 국무원 총리는 시 주석 최측근인 리창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사실상 확정됐고, 부총리는 딩쉐샹·허리펑·류궈중·장궈칭 등 4명이 유력한 것으로 홍콩 언론 등에 보도됐다.
중국은 지난해 경제 성장률 목표치로 '5.5% 안팎'을 제시했다. 하지만 고강도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상하이 2개월 봉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따른 공급망 위기 등 영향 속에 3.0% 성장에 그쳤다.
작년 말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기한 중국은 '위드 코로나' 원년인 올해 경제 활동을 정상화하게 된 데다 기저효과까지 등에 업게 된 만큼 5%대 성장률을 목표를 제시할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그와 더불어 2023년 경제운용 방향을 공개하는 작년 말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공개한 소비 및 내수의 대대적 진작, 민간기업 및 플랫폼 기업 중시 기조, 적극적 재정 정책 등이 보다 구체적인 이행 계획과 함께 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국방 예산은 작년 전인대 때 제시한 7.1% 증액(2022년)을 능가하는 수준의 증액이 이뤄질 것이라고 중국 관영지 글로벌타임스가 전문가 예상을 인용하는 형태로 2일 보도한 바 있다.
미국의 끊임없는 반도체 디커플링 시도 속에 시 주석이 핵심기술 자립을 강조해온 만큼 과학기술 관련 예산도 상당한 증액이 예상된다.
미국 정부가 중국군 현대화 지원, 대(對)이란 제재 위반 등의 이유로 중국 기업을 무더기로 수출 제재 명단에 추가했다.
상무부는 2일 연방 관보에 이런 내용을 게재했다. 제재 대상 기업은 AIF 글로벌 로지스틱, 갤럭시 일렉트로닉 등 중국 기업 28개, 파키스탄 기업 4개, 미얀마 기업 3개, 러시아 및 대만, 벨라루스 기업 각 1개 등 모두 37개다.
상무부는 중국 기업 중 AIF 글로벌 로지스틱 등에 대해서는 제재 대상인 이란 법인에 물품을 공급했거나 공급을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또 쑤저우 센텍 커뮤니케이션 등의 기업은 중국의 군 현대화를 위해 미국 제품을 확보하려고 했다는 것 등을 이유로 제시했다.
바오딩 자이언트 수출입 등 일부 중국 기업은 탄도 미사일이나 핵 활동 관련성 등이 이유로 제시됐다. 중국 최대 유전자 기업인 BGI 그룹의 연구소와 BGI 테크솔루션 등도 제재 대상에 올랐다. 상무부는 이 기업의 유전 데이터 분석 등이 중국 정부의 자국 내 감시활동에 사용될 수 있다고 봤다.
러시아, 벨라루스, 대만 소재 기업 등은 러시아 방위 산업 기반에 기여한 것이 제재 이유로 제시됐다.
한편 미국 상무부, 재무부, 법무부는 공동 자료를 내고 기업들에 러시아의 서방 제재 회피용 거래에 주의하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특히 기업들에 "상품이 합법적으로 구매된 뒤 러시아나 벨라루스로 보내는 환적 지점에 주의해야 한다"며 "여기에는 중국, 홍콩, 마카오나 러시아와 인접한 아르메니아, 터키, 우즈베키스탄 등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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