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7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 참석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이 총재가 온라인 투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창용신'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는 이야기가 나왔는데요.
이 총재가 지난해 8월 "연말 이후에 금리를 올리지 않을 거라고 예상한 투자자가 있으면 자기 책임하에 손실을 보거나 이익을 보셔야 한다"거나 10월 "해외 위험자산 등에 투자하는 것은 상투를 잡을 위험이 있다"고 언급했는데 이 말들이 실제 현실화했습니다. 온라인 투자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이 총재에 대해 "주식했으면 한국의 워런 버핏이 됐을 것"이라며 그의 이름에 신(神)을 붙여 창용신이라는 별명을 만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총재는 가상화폐는 투자를 해봤을까요? 토론회에서는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일하면서 미국 워싱턴에 있을 때 가상화폐에 투자를 해봤느냐'는 질문이 나왔습니다.
이 총재는 "투자하지 않았다"며 "가상화폐를 투자 대상으로 보기에는 여러 위험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투자자가 단기적으로 (가상화폐로) 돈을 버는 건 자기 위험을 감수하고 (해야 한다)"며 "전 국민의 16%가 가상화폐 계좌를 가지고 있는 점에 대해 우려가 크다"고도 했습니다.
이 총재는 그러나 가상화폐 기술에 대해서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놓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는데요. 그는 "우리나라 젊은 층이 여러 (가상화폐 관련) IPO(기업공개)나 산업을 생각하고 있고, 대기업도 투자하고 있다"며 "가상화폐 환경에서 투기보다 산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총재는 전임 이주열 전 총재와는 달리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에 대해서도 긍정적입니다. 이 총재는 지난해 국회에서 CBDC 개발에 대해 "내부적으로 법적, 기술적으로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미국이나 유럽에서 CBDC가 도입되면 저희가 그에 맞춰서 금방 할 수 있도록 더 안전한 전략(을 쓰겠다)"고 했습니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이 총재는 "CBDC를 적극적으로 고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챗 GPT에 대한 이 총재의 견해도 토론회에서 들을 수 있었는데요. 이 총재는 "정말 영어로 얘기하면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라고 생각한다"며 "챗 GPT 능력에 놀랐고, 앞으로 더 빨리 발전할 것이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이어 "챗 GPT의 소스 코드가 공개돼 있으니 이걸 한은 내부망에서 보안 문제없이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연구해보라고 지시했다"고도 전했습니다.
이 총재는 "한글로 된 문서를 영문으로 빨리 올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영어로 된 내용들이 마치 진실인 것처럼 돌아다닐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한글이 영어로 덜 번역이 되면 외교적 문제나 정치적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우리와 반대되는 생각이 더 우세해질 수 있다"며 "(한글 문서를) 영어로 올려야 하고, 영어를 쓰는 게 시대적 과제가 될 것 같다"고 했습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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