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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 노리던 2030 코인족 '반토막'…"무서워서 앱 삭제했어요" [신현보의 딥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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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밍비트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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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이더리움 올해만 70%↑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사용자는 '뚝'
빚투·영끌 후유증에 젊은 층 여유無
최근 강남 납치·살인 사건에 공포↑


지난해 폭락했던 주요 암호화폐가 올해 들어 반등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코인 손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 앱의 사용자 수가 전년 대비 30% 급락하면서 일부 앱 사용자 수는 투자 광풍이 불기 전인 2021년 초로 돌아간 것이다.


불황에 투자 광풍을 견인해온 20~30대를 중심으로 투자자들 사정이 녹록지 않아지면서다. 여기에 최근 서울 강남 납치·살인 사건이 암호화폐와 적지 않은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암호화폐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이나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인 시장 반등세인데 국내 사용자는 뚝

6일 암호화폐 업계에 따르면 암호화폐 대장주격인 비트코인과 시가총액 2위를 달리는 이더리움은 각각 올해 들어서만 약 70% 상승했다.


이들 주요 암호화폐는 지난해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의 긴축적인 통화정책과 함께 '테라·루나 사태'와 FTX 파산까지 겪으며 '반토막'의 나락을 경험했다. 그러다 올해 1월과 2월 금리인상 종료에 대한 기대와 글로벌 경기 개선 여파로 상승 기류를 타기 시작했다.


특히 이달 들어선 실리콘밸리은행(SVB)과 크레딧스위스(CS) 사태 등 글로벌 은행이 잇달아 쓰러지면서 대체 자산에 대한 관심이 증가한 영향이 크다는 진단이 나온다.


그러나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투자 열기가 확 식은 모양새다. 2021년 투자 광풍이 불었을 당시 월별로 전년 동월 대비 1000% 증가율을 보이기도 했던 주요 암호화폐거래소 앱의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 안드로이드+iOS)는 지난해 4월부터 내내 전년 동월 대비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 월간 활성 사용자 수 /그래프=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암호화폐 거래소 앱 MAU 2023년 3월 전년 동월 대비 감소율 /그래프=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MAU 기준 국내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은 빗썸의 MAU는 지난해 4월 이후 매달 전년 동월 대비 약 20~50%가 빠지고 있다. 3월 MAU는 338만명으로 2021년 4월 이후 최저치다. 업계 2위인 업비트는 매달 10~34%, 3위인 코인원은 매달 10~40%가 하락하고 있다.


한국 투자자들은 그만큼 투자 여력이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그간 투자 광풍을 일으켰던 20대~40대 젊은 층의 여유가 불경기로 없어졌다는 것이다. 가장 최근인 3월 지표만 봐도 연령대가 낮을수록 전년 동월 대비 MAU 낙폭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요 앱에서 20대 MAU 낙폭은 전체 평균 낙폭을 크게 웃돌았고, 지난해 3월과 비교하면 대체로 20대 40~50%가 암호화폐 거래소 앱 사용을 멈춘 것으로 확인된다. 1년 사이 20대 투자자가 절반 가까이 날아간 셈이다. 이어 30대가 30% 안팎의 낙폭을 보여 MAU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모험할 엄두 안 난다"

최근 수년간 '빚투(빚내서 투자)'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이 낳은 후유증이 그만큼 크다는 해석이다. 지난 2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청년미래의 삶을 위한 자산 실태 및 대응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 원자료를 분석한 결과, 청년 4~5명 중 1명은 연소득 3배 이상의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주거 마련을 위한 부채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주거 목적이 아닌 부동산이나 금융자산 투자를 위한 부채가 늘어나는 현상이 보인다"며 "영끌과 빚투로 금융자산과 부동산을 구매한 이들은 향후 자산 감소, 부채 증가 등으로 사회적 약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암호화폐 투자를 해왔다는 박모씨(32)는 "빨리 은퇴하고 경제적 자유를 누리기 위해 그야말로 대박을 노려왔다"면서 "하지만 이제 빚투는 두려워졌고, 물가나 경기가 안 좋다 보니 더 이상 모험할 엄두가 안 나는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강남 납치·살해 사건에 코인 무섭다"

여기에 지난달 말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40대 여성을 납치·살해하는 사건이 가상화폐와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한동안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 코인 투자를 꺼리는 심리가 다소 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경찰 수사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가상화폐 투자 손실에 따른 원한 관계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사건 배후에 한 코인업체가 지목되면서 전날 한 관계자가 추가 공범으로 체포되기도 했다.


암호화폐 투자자 및 젊은 층이 애용하는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번 사건을 두고 "코인이 무섭다", "코인 투자 함부로 하면 안 되겠다", "누구한테 코인 투자한다고 얘기하면 안 되겠다" 등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한때 암호화폐 투자자였던 한모씨(26)는 "투자 열기가 높았을 때는 부모님께서 돈을 조금 빌려주시면서 투자 공부를 권하셔서 암호화폐 투자를 했었다"면서 "그러던 부모님께서 최근 강남 납치·살해 사건을 언급하시면서 '너 코인 다 손절했냐'면서 갑자기 화를 내시더라. 아마 걱정되서 그러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작년에 돈은 다 잃었고, 더 구할 돈도 없어 투자는 않는다고 말씀드렸다"면서 "부촌에서 사람이 납치돼 죽지 않았나. 그런 생각에 저도 무서워 앱을 아예 삭제했다. 이번 사건으로 저희 연령대뿐 아니라 좀 더 높은 연령대에서도 두려움 같은 게 조금 생긴 것도 같다"고 설명했다.


많은 대중은 이미 이 사건을 '코인 살인'이라고도 부르고 있다. 검색량 지표인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지난 7일간 '강남 납치 살인'의 급상승 관련 검색어 상위 5위 안에 '강남 코인 살인', '강남 납치 코인'이 각각 4위와 5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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