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물가만 여전히 상승세
기업 마진 늘린 탓…獨선 63%↑
각국 중앙은행이 벌이고 있는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 식품 가격 상승이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급등했던 에너지와 식량 가격은 진정되고 있지만, 식품 회사들이 자사의 수익 확대를 위해 제품 가격을 올리고 있는 게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가계 소비에서 식음료 제품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이들 제품의 소비자가격이 오르면 대표적 물가 지표인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상승하게 된다.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20개국)의 3월 식품, 주류 및 담배 가격은 1년 전보다 15.4% 급등했다. 지난해 유로존 인플레이션의 주범이었던 에너지 가격이 같은 기간 0.9% 하락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미국의 2월 식품 가격도 1년 전보다 10.2% 올랐는데, 같은 기간 에너지 가격 상승률(5.2%)의 두 배 수준이다.
막상 식품의 주원료인 식량 자원 가격은 하락하고 있다는 게 시장의 의문이다.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지난해 3월 159.7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12개월째 하락세다. 3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정점 대비 18% 가까이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식품 기업들의 가격 인상을 핵심 원인으로 보고 있다. 식품 기업들이 가공 및 포장, 운송, 유통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 증가 폭보다 더 크게 제품 가격을 올리고 있다는 추정이다. 클라우스 비스테센 판테온거시경제연구소 이코노미스트는 "식품 가격 인상을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단서는 식품 기업의 이익 증가"라고 했다. 금융회사 ING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독일 식품업계의 마진은 3년 전보다 63% 급증했다.
식품 가격 상승은 각국 중앙은행에 골칫거리다. 중앙은행은 통화정책을 수립할 때 가격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하고 산출하는 근원 인플레이션을 중시하긴 하지만, 식품과 에너지까지 포함되는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이 가계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식품을 비롯해 물가가 전반적으로 상승하면 근로자들은 임금 인상을 요구하게 되고, 이는 인플레이션 자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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