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 투자 자금이 기술주 중심인 미국에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이점이 있는 독일, 프랑스, 한국 등으로 이동하고 있다. 긴축에 따른 경기 둔화와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면서 가치투자의 상대적 매력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독일 DAX지수는 연초부터 11일(현지시간)까지 12.44% 상승했다. 프랑스 CAC40지수(14.16%), 한국 코스피지수(13.93%) 등도 같은 기간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다. 미국 S&P500지수는 7.02% 오르는데 그쳤다. 중국 상하이지수(7.26%), 홍콩 항셍지수(3.56%)도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흐름에 대해 "글로벌 투자자금이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은 곳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상원 미래에셋증권 투자센터판교WM 선임매니저는 "글로벌 증시의 기관 자금이 주가수익비율(PER)이 낮은 곳으로 옮겨가는 중"이라며 "일종의 가치투자 장세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주가지수가 많이 오른 국가를 보면 PER이 낮거나, 고금리 환경에서도 수익이 잘 나오는 산업 구조를 가진 곳이다. 독일 증시를 추종하는 글로벌 대표 ETF인 '아이셰어즈 MSCI 독일 ETF'는 PER이 12.9배(지난 10일 기준)로 'SPDR S&P500 ETF 트러스트'(20.6배)의 절반 수준이다. 독일은 자동차, 화학 등 제조업이 강한 국가다.
코스피지수를 반영하는 '아이셰어즈 MSCI 한국 ETF'도 PER이 9.0배로 다른 선진국 지수 추종 상품 대비 저평가돼 있다. '아이셰어즈 MSCI 프랑스 ETF'는 PER이 16.11로 비교적 높지만 저성장 환경에서 강점이 있는 식음료, 명품 회사들을 담고 있어 프리미엄이 반영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주가 상승세가 더딘 홍콩 증시도 밸류에이션 매력이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아이셰어즈 MSCI 홍콩 ETF'는 PER이 19.6배에 달한다. 중국 역시 주가 회복이 더딘데, 밸류에이션 매력이 낮아서라기보다 '관치 리스크'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아이셰어즈 MSCI 중국 ETF'는 PER이 12.9배로 높지 않지만 최근 공산당의 기업 개입 우려가 외국인의 투자를 꺼리게 만들고 있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신흥국으로의 자금 유입은 지난해보다 좋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외국인이 지난해에는 코스피200 선물을 순매도하다가 올 들어 순매수로 전환했는데, 이는 올해 국내 증시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반론도 있다. 신흥국으로의 자금 이동은 일시적일 뿐, 장기적으로는 여전히 미국 증시가 우세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선임매니저는 "인공지능(AI), 전기차, 메타버스 등 차세대 산업의 주도권은 여전히 미국 기업이 쥐고 있다"며 "장기 투자의 측면에서는 여전히 미국 증시에 이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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