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대비 달러, 1년 만에 최저
일각에선 "투자자들 안전자산 선호
대형 악재 닥치면 달러 가치 오를 것"
미국 달러화가 장기적인 약세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올해 유럽과 중국 경제가 예상 밖으로 호전되는 데 비해 미국은 경기 둔화를 면치 못할 것이란 전망 등이 달러화에 추가적인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18일(현지시간) 레피니티브가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자료를 인용해 분석한 결과 지난 3월 중순 이후 달러에 대한 매도 포지션은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달 10일까지 주간 기준 달러 매도 포지션 규모는 107억3000만달러에 달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지난주 유로화 대비 달러화 가치는 1년여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는 18개월 연속 강세장을 계속하다가 작년 9월엔 20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하지만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으로 금융 위기 우려가 불거지자 시장에서는 미 중앙은행(Fed)이 금리 인상을 점진적으로 중단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렸다. 이에 따라 달러화 가치는 후퇴하기 시작했고, 추가 약세가 예상된다는 게 FT의 분석이다.
또한 이코노미스트, 애널리스트 사이에선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의 깜짝 경제 성장세와 영국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 등이 맞물리면서 달러에 하방 압력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분석이 계속되고 있다.
도이체방크의 알랜 러스킨 수석국제전략가는 "환상적 흐름을 보이던 강달러 추세가 방향을 틀기 시작했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제기된 유럽 경제 비관론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오는 6월까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연 3.75%대로 끌어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영국에서도 영국중앙은행이 9월까지 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반해 SVB 파산 등으로 인한 금융 위기 가능성을 고려해 미 Fed는 5월 0.25%포인트 인상을 끝으로 향후엔 금리 동결 또는 인하로 돌아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중국 경제 성장세가 빠르게 안정화되는 것도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위험선호 심리를 부추겼다. 전날 발표된 중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4.5%로, 시장 전망치(4.0%)를 웃돌았다. ING의 크리스 터너 외환전략책임자는 "전반적으로 중국의 경제지표가 호전된 날에는 원자재와 신흥국 통화가 강세를 띠고 달러화가 약세를 보여왔다"며 "제조업 부활로 호전된 중국의 경제지표는 통상 유로화에도 호재로 여겨진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정반대 관측도 내놓고 있다. 침체 공포 속에서 투자자들이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보이면 달러화 매력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제인 폴리 라보뱅크 외환전략책임자는 "세계 경제가 전반적으로 고금리에 적응하는 상황에서 또 다른 대형 악재를 감지한다면 달러화 가치가 급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타나시스 뱀바키스 뱅크오브아메리카 외환전략책임자는 "올해 1월까지만 해도 인플레이션 감소세 등을 토대로 '골디락스'를 꿈꿨지만 지난달 SVB 파산 등으로 공포가 갑자기 확산됐다"며 "올 한 해 달러화는 직선 흐름이 아니라 롤러코스터를 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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