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통화안정을 위한 장치인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과 국민연금 간 통화스와프를 추진한다. 국민연금의 해외투자가 매년 큰 폭으로 폭증하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에 이어 기획재정부가 관리하는 외평기금까지 범위를 넓혀 '이중 안전판'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관계부처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단은 28일 이사회를 열고 거래가 가능한 기관으로 '한국은행'뿐 아니라 '정부'까지 추가하는 것을 골자로 한 국민연금 운용규정 개정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국민연금이 지난 13일 외환당국(기획재정부, 한국은행)과 올해 말까지 350억달러 규모의 외환스왑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규정으로 명시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이번 규정을 통해 외환보유고(한은)뿐 아니라 외국환평형기금(기재부)까지 직접적으로 국민연금과 통화스와프 등 계약을 맺을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에 대비해 향후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사전적으로 준비하는 차원"이라며 "당장 외평기금과 국민연금 간 스와프가 예정된 것은 아니지만 필요시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외평기금과 국민연금 간 통화스와프를 추진하는 것은 최소한 2040년까지 매년 폭증할 예정인 국민연금의 해외투자에 따라 커질 환율 상승 압력을 줄이기 위해서다. 외환당국은 지난해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까지 오르는 과정에서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확대가 환율 상승 압력을 구조적으로 높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현재 900조원 규모인 국민연금기금은 2040년 1755조원으로 정점을 찍을 전망이다. 앞서
국민연금은 2020년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45% 수준인 해외투자 비중을 2025년까지 55%까지 높인다는 계획을 내놨다. 전체 기금 규모와 해외투자 비중이 동시에 높아지며 늘어난 국민연금의 달러 수요가 환율 상승에 불을 붙였다는 판단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국민연금은 2018년부터 이어오던 '환오픈(환헤지 비율 0%)' 전략에서 벗어나 환헤지 비율 상한선을 기존 5%에서 15%로 10%포인트 높였다.
환헤지 없이 국민연금이 해외투자에 나서게 되면 국민연금은 갖고 있는 원화로 현물시장에서 달러를 매수해 해외 자산에 투자하게 된다. 이 경우 외환시장에선 달러 수요가 높아지며 환율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
국민연금이 환헤지를 하면 그 비중만큼 미래에 받을 돈을 현재의 환율로 고정시켜주는 선물환을 외환시장에 자금을 공급하는 은행간시장을 의미하는 외화자금시장에 매도하게 된다. 국민연금으로부터 선물환을 매입한 은행들은 포지션을 맞추기 위해 현재 환율로 해외에서 달러를 차입해 현재의 외환시장에서 팔아 원화를 확보한다. 이 경우 외환시장엔 달러가 공급되며 환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
당국은 현재 국민연금의 해외자산(3500억달러)의 10%인 350억달러가 환헤지 정책 변화에 따라 필요한 달러화 규모로 보고 최근 스와프 계약을 체결했다. 향후 구조적으로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수요가 늘어나는만큼 외평기금 등 정부와 직접 계약을 통한 달러 공급이 가능하도록 여유를 두겠다는 계획이다.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확대 추세는 정부가 올해 5차 재정계산을 계기로 추진 중인 연금개혁 과정에서 국민연금의 운용수익률 제고를 핵심 목표로 추진하고 있어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5차 재정계산 결과 국민연금기금의 운용수익률을 1%포인트 높일 경우 고갈 시점을 5년 늦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정부는 5월 중 기금수익률 제고를 위한 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정부는 수익률 제고의 핵심을 해외투자 확대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1988년부터 2021년까지 해외주식의 연평균 수익률은 14.05%에 달했지만 국내주식은 8.71%에 불과했다. 채권 수익률 역시 해외채권이 4.75%로 국내채권(4.04%)보다 높았다. 해외투자가 70%를 차지하는 대체투자의 수익률도 10.13%에 달했다.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선 현재 전체 투자액에서 45%에 불과한 해외투자와 16%수준인 대체투자의 비중을 구조적으로 높여야 한다는 판단이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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