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 가격 급등에 힘입어 일본 종합상사들이 '순이익 1조엔(약 9조8454억원) 시대'를 열었다. 최대의 승자는 종합상사들의 주가가 급락하던 시기 과감하게 투자한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이라는 평가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미쓰이물산은 지난 2일 일본 4대 종합상사 가운데 가장 먼저 2022회계년도(2022년 4월~2023년 3월) 실적을 발표했다. 미쓰이물산은 지난해 순이익이 1조1306억엔으로 1년 전보다 24% 늘었다고 밝혔다. 일본 종합상사의 순이익이 1조엔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일본 대표기업 소니그룹의 지난해 순익( 9371억엔)보다 많다.
미쓰이물산의 종합상사 순익 기록은 열흘을 넘기지 못할 전망이다. 오는 9일 실적을 발표하는 일본 최대 종합상사 미쓰비시상사의 지난해 순익은 1조1500억엔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작년 순익을 1조300억엔으로 예상했던 미쓰비시상사는 지난달 예상치를 1200억엔 상향 조정했다.
종합상사 순익 1조엔의 일등 공신은 원유와 천연가스 등 자원 가격 급등이라는 분석이다. 세계 경제가 코로나19의 충격에서 회복하면서 자원 수요가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일본 종합상사 대부분은 자원 사업을 주력으로 한다.
미쓰비시상사와 미쓰이물산은 전체 순익에서 자원 사업의 비중이 60%에 달한다. 미쓰이물산은 지난해 액화천연가스(LNG) 거래로 대박을 내면서 에너지 부문 순익(3094억엔)이 1년새 3배 늘었다.
이토추상사의 순익 예상치가 8000억엔으로 주춤한 것과 대조적이다. 4대 종합상사 가운데 유일하게 비자원 사업 비중이 80%에 달하는 이토추상사는 매출 2위 자리도 내주게 됐다. 미쓰이물산의 지난해 매출은 14조3060억엔이었다. 이토추상사의 매출은 13조4460억엔에 머물 전망이다.
4대 종합상사의 순익은 3조5600억엔으로 2년 전보다 3배 넘게 급증했다. 일본 최대 기업 도요타자동차의 올해 순익 예상치(2조3600억엔)를 크게 넘어섰다.
실적이 좋아지면서 4대 종합상사의 주가도 올들어 15% 안팎씩 올랐다. 주가가 급등하면서 다시금 주목받는 인물이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이다.
세계 주식시장이 코로나19의 충격으로 휘청이던 2020년 8월31일 워런 버핏은 "지난 12개월 동안 미쓰비시상사와 이토추상사, 미쓰이물산, 스미토모상사, 마루베니 등 일본 5대 종합상사의 주식을 5% 이상씩 사들였다"고 발표했다.
2020년은 ESG(환경·사회·기업 지배구조) 경영과 투자가 대세로 자리잡던 때였다. 종합상사와 같은 자원주들은 철저히 외면받았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지면서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던 시기였다. 종합상사의 수익과 주가가 모두 부진했다. 2018년 9월 3065엔이던 미쓰비시상사의 주가는 2020년 7월 2118엔까지 빠졌다.
버핏은 세계 중앙은행들이 경기침체에 맞서 유동성을 무제한 공급하는 만큼 경기가 회복되고 원자재 가격이 뛸 것으로 내다봤다. 자원주를 대표하는 상사주는 결과적으로 유망한 투자처였지만 대부분의 투자자는 당장의 경기침체와 원자재값 하락에만 주목했다.
2020년 8월말 1375~2724엔이었던 4대 종합상사의 주가는 현재 2462~5032엔으로 두 배 이상 올랐다. 워런 버핏은 지난 4월11일 일본을 12년 만에 방문했다. 그는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인터뷰에서 "일본 종합상사의 지분을 7.4%까지 늘렸다"며 "일본은 미국 이외의 최대 투자처"라고 밝혔다.
일본의 종합상사를 주목한 이유에 대해서는 "전 세계에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는 점이 벅셔해서웨이와 매우 닮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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