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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다음은 이것" 삼성·현대차도 나섰다…대기업 3.5조 '베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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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밍비트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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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현대차·SKT 등 정부와 양자 기술 상용화

2035년까지 기술 수준 美 90%로 세계 4위 목표
양자 활용기업 1200개·관련 인력 1만명 달할 듯

현대자동차는 지난달부터 수소연료전지 촉매용 물질을 양자컴퓨터를 활용해 찾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SK텔레콤은 양자 난수생성과 암호통신 기능을 하나의 반도체로 구현한 양자 암호칩을 개발하고 지난달부터 국가정보원 검증 절차에 들어갔다.


11일 한국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삼성전자, 현대차, SK텔레콤, LG전자 등 정부와 민간은 2035년까지 3조5000억원을 양자기술 분야에 투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2019년부터 올해까지 정부가 양자기술에 투자한 금액(2761억원)의 열 배가 넘는다. 양자기술이 인공지능(AI)의 뒤를 잇는 '메가트렌드'가 될 것으로 판단한 기업이 앞다퉈 인력과 재원을 투입하고 있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분석이다.


주요 대기업이 시동을 건 양자 관련 연구개발(R&D) 프로젝트는 업종별로 제각각이다. LG전자는 파란색을 내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신물질과 군집(群集) 로봇 내비게이션 연구에 양자컴퓨터를 활용한다. 포스코홀딩스는 배터리용 신물질 등을 찾는 것에 양자컴퓨터를 적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양자컴퓨터에 적용할 수 있는 1테라헤르츠(㎔)급 차세대 반도체 소자 개발을 추진 중이다.


2035년까지 양자 분야 선도국인 미국의 90%에 해당하는 기술 수준을 갖추겠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양자기술을 활용하는 기업을 1200곳으로 늘리고 박사급 전문가 2000명을 육성하는 것을 골자로 한 세부 계획도 마련했다. 현재 1%대에 불과한 세계 양자 시장 점유율을 7.3%(4위)까지 끌어올리는 게 최종 목표다.


과기정통부 고위 관계자는 "양자기술은 정부와 기업이 함께 뛰는 이인삼각 경기"라며 "인력 양성과 기술 개발, 시장 창출 등을 위해 기업들과 보조를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양자컴으로 수소차 촉매 찾고…SKT, 양자암호통신 개발


현대자동차는 세계 수소차 시장에서 4년 연속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1만1179대가 팔린 넥쏘가 일등 공신이다. 일본 도요타의 경쟁 차종인 미라이(3691대)와 비교하면 판매 대수가 세 배를 넘는다. 수소차 분야에서 현대차의 고민은 비싼 촉매다. 수소차는 금속 촉매를 이용해 수소와 산소를 반응시켜 전기를 만든 뒤 모터를 돌린다. 현재 사용하는 촉매는 ㎏당 약 5000만원에 달하는 귀금속인 백금이다.

○기업, 양자기술 산업에 응용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11일 "수소차 연료전지 촉매인 백금을 대체할 값싼 물질이 무엇이 있을지를 찾는 양자컴퓨터 알고리즘을 지난달 개발했다"고 말했다.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같은 양의 수소를 이용했을 때 더 빨리, 더 많은 전기를 만드는 촉매를 찾는 것이 목표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현대차는 현재까지 10명 이상의 양자기술 전문가를 채용했다.


현대차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 양자컴퓨터 기업인 아이온큐와 협업하고 있다. 현대차가 '촉매 반응 에너지 양자컴퓨팅 알고리즘'을 개발해 아이온큐에 전달하면 아이온큐가 이를 양자컴퓨터에 돌려본 뒤 결과를 검토하는 식이다.


현재는 원자 하나로 구성된 물질인 '단원자 분자'를 분석하는 초기 단계다. 시간과 경험이 쌓이면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신물질을 찾는 것보다 더 많은 촉매 후보물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텔레콤이 삼성전자와 협업해 만든 '갤럭시 퀀텀' 시리즈는 2021년 출시 이후 현재까지 100만 대 이상 팔린 스테디셀러다. 통신사 전용폰 중 가격 대비 성능이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SK텔레콤이 개발한 양자난수생성 칩(QRNG)을 장착했다는 점이 이 제품이 인기를 끄는 배경으로 꼽힌다. QRNG를 활용하면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이 회사는 양자난수생성 칩과 암호통신용 칩을 하나의 반도체로 합친 양자암호 칩 'Q-KEV7'을 작년 말 추가로 개발했다. 지난달 3일부터는 국가정보원 암호모듈 검증 절차를 밟고 있다. SK텔레콤 고위관계자는 "양자암호통신이 적용되면 데이터를 도·감청하더라도 절대 내용을 풀 수 없다"며 "국정원의 암호모듈 검증 절차를 통과한 뒤 금융기관이나 국가기간통신망 등에 양자암호통신을 적용하는 프로젝트에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망 전체에 걸쳐 양자암호통신을 적용하기 위해 설치해야 하는 양자암호키 생성기의 단가를 낮추는 것은 숙제다. SK텔레콤은 양자암호키 생성기의 가격을 현재 개당 3억원에서 1억원 이하로 떨어뜨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정부·대학·출연연, 원천기술 개발


삼성전자는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를 중심으로 양자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1㎔(테라헤르츠)급 극초고주파·초저전력 차세대 반도체 소자를 개발해 양자컴퓨터에 적용할 예정이다. 양자통신용 빛(광원)을 상온에서 구현하는 연구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출시된 '갤럭시Z 폴드4'에는 최소한의 전력 소비로 실시간 이미지 복원을 가능하게 하는 첨단 양자화 기술도 적용했다.


LG전자는 구글, 서울대 등과 협업하며 전자제품의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는 등의 실용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자컴퓨팅을 연구하고 있다. 양자 인터넷 원천기술 개발도 작년부터 시작했다. 포스코는 2차전지 양극재 등에 적용할 수 있는 후보물질을 찾고 있다.


정부와 대학, 출연 연구소는 기업이 양자기술을 다양한 분야에 응용할 수 있도록 원천기술 연구에 집중할 예정이다. 우선 2030년대 초까지 1000큐비트급 양자컴퓨터 개발을 지원하기로 했다. 전국에 양자통신망을 구축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2030년대 중반 양자 인터넷을 상용화한다는 목표로 100㎞ 양자 네트워크 개발 및 실증, 500㎞ 전국망급 유선 양자암호통신 구현 등의 프로젝트를 단계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양자 센서는 2027년 바이오, 2031년 국방, 2035년 전 산업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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