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증권사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관련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한 선제 조치들을 추진한다. 아울러 증권사의 건전성 감독비율(NCR)을 전면 재검토하여 향후 부동산 PF 관련 사업이 적절하게 관리되도록 유도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4일(수) 부동산 PF 관련 증권사의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완화하기 위한 조치를 발표했다. 금리 인상 관련 글로벌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증권사들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이 지속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연말 기준 증권사 PF대출 규모 및 연체율은 각각 4.5조 원, 10.38%로 파악된다.
PF-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보증 규모도 지난해 말과 유사한 규모에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증권사 PF 신용공여 규모는 2022년 12월 말 21.5조, 올해 3월 말 20.8조 원 수준이다. 금융당국이 향후 시장 상황 악화 시 리스크 요인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보는 이유다.
세부 방안으로 첫째, 증권사가 보증한 단기 ABCP를 해당 사업과 만기가 일치하는 대출로 전환한다. 만기 불일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현재 부동산 사업장의 만기는 1~3년인 반면, 자금을 공급하는 ABCP는 통상 1~3개월마다 지속적으로 차환이 필요하다. 단기 금융시장 경색 시 대량의 ABCP의 차환을 위한 단기 시장 금리 급상승, 차환 실패 시 증권사 리스크 급증 등의 문제가 연이어 생길 수 있는 구조다.
만기 일치는 지난 3월 말 현재 지급보증한 PF-ABCP 등 유동화증권에 적용시켜 순자본비율(이하 'NCR') 위험값(100%)을 ABCP에 준하는 32%로 낮춰 전환을 유도한다. 이를 통해 20조 원이 넘는 증권사들의 부동산 관련 유동화증권 중 약 4.9조 원이 연내에 대출로 전환될 예상이다.
둘째로 부실채권의 신속한 대손상각을 추진한다. 현재 증권업계의 부동산 PF 대출규모는 약 4.5조 원으로 자기자본의 6% 수준이다. 다만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로 연체율이 큰 폭으로 뛰어 증권업계의 건전성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따라 충당금을 바탕으로 증권사가 '추정손실'로 분류한 자산은 빠른 시일 내 금감원에 상각을 신청하도록 하고, 금감원은 이를 신속하게 심사하여 승인할 계획이다.
증권사는 매 분기 자산건전성 분류를 실시해야 하고, 상각 승인을 위해서는 분기 말 1개월 전까지 금감원에 상각 신청을 해야 한다. 금감원은 증권사들이 해당 절차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할 계획이다.
셋째로 이달 종료 예정이었던 1.8조 원 규모의 증권사 보증 PF-ABCP 매입프로그램을 내년 2월까지 연장 운영한다. 해당 프로그램은 현재 자금시장 안정화에 따라 매입 잔액이 1,032억 원으로 줄어든 상태다.
자금을 출연한 바 있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들은 해당 프로그램의 효과 및 향후 유사시를 대비한 연장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추가로 통상 금융회사들이 연말 자금관리에 애로를 겪는다는 점을 감안해, 연말까지 매입 기간을 연장하고, 내년 2월까지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더불어 올해 6월 말까지로 예정돼있던 자사보증 PF-ABCP 직접 매입 관련 NCR 위험값 완화조치도 연말까지 연장한다. 기존 규정에 따르면 일시보유하는 경우에만 NCR 위험값을 32%로 적용하고, 장기보유 시 100%로 올라간다. 완화조치에 따르면 2023년 6월까지 매입, 만기가 2023년 7월 이내인 ABCP에 대해 NCR 위험값을 32%로 정한다.
이에 따라 현재 ABCP 차환발행 실패로 증권사가 보증이행을 위해 유동화증권을 직접 매입한 후 장기간 보유하는 경우 위험값 32%를 적용 중이다. 이는 지난해 말 단기시장 경색 때에 증권사들이 위험값 관리를 위해 유동화 증권을 투매(fire-sale) 하여 시장 금리를 급상승시키고 차환여건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차단하는 데 일조했다.
금융당국은 단기자금 시장이 완전히 호전되지 않은 상황에서 완화조치의 중단이 또 다른 시장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감안해 연장을 결정했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부동산 PF 관련 NCR 위험값을 전면 재검토한다. 향후 지난해 말과 같은 증권업계의 위기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관리하겠단 의지로 풀이된다.
지금까지 자금이 대출로 공급되면 증권사의 NCR 위험값을 100% 차감하고 ABCP로 공급되면 18%만 차감하는 방식이었다. 부동산 PF 사업장의 실질 위험도나, 변제순위, 증권사 규모별 실질 위험 감내능력 등에 대한 고려는 반영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는 만기 불일치 문제가 있는 ABCP 형태의 자금공급 급증의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나아가 중소형사들의 경우 고수익 획득을 목적으로 브릿지론, 후순위 등 고위험 PF 취급을 늘리는 문제도 발생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대출이나 채무보증 등 자금공급 형태에 따른 규제차익은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부동산 PF 관련 NCR 위험값 적용방식을 개선한다. 회사규모(종투사·중소형사 등)에 따른 실질적 위험감내능력과 사업단계·변제순위 등 실질 리스크를 감안할 계획이다.
위 조치 가운데 'PF-ABCP의 대출전환 유도'는 금감원 비조치의견서 발급을 통해 즉시 시행에 들어간다. '부실채권의 상각유도'는 분기별로 독려해 나갈 예정이다. '증권업계 PF-ABCP 매입프로그램'과 '자사보증 ABCP 직접매입시 NCR 위험값 완화조치'는 각각 5월, 6월 중 연장을 위한 절차를 마무리 짓는다.
금융당국은 "부동산 PF 관련 NCR 위험값 개선 세부방안을 올해 안에 확정하고, 향후 부동산 시장 상황 등을 감안하여 적용 시기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승완 기자 pswan@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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