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대형 유통주들의 '수난시대'다. 여전한 고물가에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 감소까지 겹치면서다. 슈퍼마켓·대형마트 등을 운영하는 글로벌 기업들은 실적 부진으로 주가가 하락세다.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으로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 것이란 기대가 컸던 중국 대형마트들도 주가 하락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한미일 대형마트 모두 '부진'
24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미국 대형 유통사인 타깃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10억1000만달러(약 1조3305억원)였다. 전년 동기 21억달러 대비 52% 줄었다. 주당순이익은 2.19달러로 시장 컨센서스(추정치)보다 40% 적었다. 실적 악화 우려에 타깃의 주가는 지난 1개월 사이 10.24% 하락했다.
또다른 유통 공룡인 월마트도 상황은 비슷하다. 월마트의 1분기 순이익은 16억7000만달러로 지난해 1분기 대비 18.7% 감소했다. 타깃과 비교해 '선방'했다는 시장의 평가도 나오지만 실적부진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강하다. 월마트의 주가는 1개월간 2.91% 하락했다.
미국 주요 유통업체가 예상보다 가격 전가력 및 방어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대형마트들의 입장에선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비용 상승을 소비자들에게 전가해도 그만큼 소비가 줄어들지 않으면 실적은 유지될 수 있다. 하지만 올해 경기·소비 침체로 인해 가격탄력성(가격 변동 대비 소비 변동폭)이 높아지면서 제품가격 상승이 그대로 이익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과 일본의 대표 대형 유통업체들도 같은 이유로 실적 부진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이마트는 1분기 지난해 대비 60%가 넘게 하락한 137억원의 영업이익을 발표했다. 600~700억원대 영업이익을 예상한 증권사들의 컨센서스 대비 20~30% 수준이다. 증권업계도 예측못한 큰 부진이었다는 의미다. 주가는 지난 1개월간 10.6% 떨어졌다. 남성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외형 성장을 위한 모멘텀이 보이지 않아 실적 반전이 쉽지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이온몰 역시 전년 대비 9%의 이익 감소가 나타나면서 지난 1개월 사이 주가가 2% 하락했다. 같은 기간 일본의 증시가 이례적으로 크게 올랐던 점을 고려하면 대형유통주만 소외됐던 셈이다.
○예상 못한 중국 유통시장 침체
중국의 대형 유통주들에 대한 시장 전망은 더 크게 빗나가고 있다. 카이신글로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 대형마켓 체인 14개 상장사 중 7개가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역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중 30% 가량은 적자를 기록할 것이란 관측이다. '제로코로나' 정책으로 인한 경기 침체로 집단 시위까지 벌어졌던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은 실적을 내고 있다는 평가다.
중국 최대 마켓 기업인 썬아트리테일은 대표적인 실적 부진 기업으로 꼽힌다. 이 회사는 시장 예상치에 못미치는 실적을 낼 것이란 분석에 지난 1개월간 주가가 34.76% 하락했다. 리안후아슈퍼마켓그룹도 마찬가지다. 이 기업의 주가는 적자가 지속될 것이란 예상에 같은 기간 14.29% 하락했다.
카이신글로벌은 "중국 대형마트 소비의 회복이 생각보다 더딘데다, 온라인으로의 채널 전환이 예상보다 빨리 나타나면서 대형 유통주들의 실적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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