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부채한도 협상 불확실성으로 하락한 점은 25일 국내 증시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하지만 미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장 마감 후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2분기 실적 전망치를 발표한 점은 국내 반도체주와 인공지능(AI) 관련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0.3% 내외 하락 출발 후 견조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미 증시가 여전히 이어진 부채한도 협상 불확실성과 연방준비제도 위원의 매파적인 발언으로 하락한 점이 한국 증시에 부담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가 1.68%, 러셀2000지수가 1.16%, 다우 운송지수가 1.52% 하락하는 등 한국 증시와 관련 깊은 지수가 여타 주요 지수에 비해 낙폭이 컸던 점도 외국인 투자 심리에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서 연구원은 "미 증시 마감 후 케빈 매카시 미 하원 의장이 상황이 조금 나아지고 있다고 주장해 심리적인 안정을 보인 점은 긍정적"이라며 "엔비디아가 시간외 급등한 점도 투자 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 약세 여파로 국내 증시는 하락 압력을 받으며 출발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장중에는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금리 동결이 기정사실화된 상황 속에서 관전 포인트는 연준처럼 추가 인상 가능성을 어느정도 열어두고 갈지가 될 것"이라며 "금통위 결과가 증시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겠으나, 환율 경로를 통해서 외국인 수급 변화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24일(현지시간) 다우존스30지수는 0.77% 하락한 32799.92로 거래를 마쳤다. S&P500지수는 0.73% 떨어진 4115.24로, 나스닥지수는 0.61% 밀린 12484.16으로 장을 마감했다.
미국 백악관 부채한도 협상단과 공화당 측 매카시 하원 의장 측은 이날 오전에 부채한도 협상을 위해 다시 회동했지만 타결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다.
매카시 하원 의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여전히 (타결과는) 거리가 멀다"고 언급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예고한 현금 소진일(X-데이트)까지 8일을 남겨둔 가운데, 이번 주 중에 합의안이 도출되지 않으면 미국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는 커질 것으로 보인다.
6월 FOMC 회의를 앞두고 5월 의사록 발표로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연준이 발표한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위원들 간에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쪽과 금리 인상을 중단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나뉘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이날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이 하락하고 있다는 명확한 증거를 보기 전까지는 6월에 금리 인상을 중단하는 것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올해 추가 금리 인상을 중단하기 위해서는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 있다는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하다고 언급해 추가 인상 가능성도 열어뒀다.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24일(현지시간) 시장 예상을 크게 웃도는 5∼7월(2024 회계연도 2분기) 실적 전망을 내놨다. 이에 힘입어 엔비디아는 시간외 거래에서 정규장 종가 대비 25% 이상 급등했다.
엔비디아는 2분기 매출이 110억 달러(14조5310억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이날 밝혔다. 이는 시장정보업체 레피니티브가 집계한 월가 전망치 71억5000만 달러(9조4451억원)를 50% 이상 웃도는 수치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데이터 센터 칩에 대해 급증하는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공급을 크게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처리장치(GPU) 개발 업체로 잘 알려진 엔비디아는 현재 AI 개발에 이용되는 반도체를 전 세계 시장에서 90% 이상 공급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AI 붐에 힘입어 이미 올해에만 주가가 100% 이상 뛰었다.
한국은행 금통위는 25일 오전 9시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현재 3.50%인 기준금리의 조정 여부를 결정한다. 경제·금융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2월과 4월에 이어 다시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압도적으로 우세하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3.7%)이 14개월 만에 3%대로 떨어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다소 줄어든 상태에서, 굳이 한은이 무리한 금리 인상으로 가뜩이나 위축된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다.
수출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1분기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분기 대비·0.3%)은 민간소비 덕에 겨우 두 분기 연속 역성장을 피했고, 3월 경상수지도 국내기업 해외 현지법인의 배당에 기대 힘겹게 석 달 연속 적자를 모면했다. 하지만 통관기준 무역수지는 4월(-26억2000만달러)까지 여전히 14개월째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최신 경제지표와 기대보다 약하고 더딘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 등을 반영해 한은은 이날 금통위 회의 직후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에서 1.5% 안팎으로 하향 조정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경기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면서 동시에 금리는 올려 경기에 부담을 주는 '모순적' 판단을 내리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023 규제개선 과제' 31건을 정부에 전달했다고 25일 밝혔다.
전경련은 회원사들로부터 의견을 수렴해 전날 건설·입지 10건, 보험 5건, 공정거래 4건, 에너지 4건, 환경·안전 3건, 유통 3건, 투자 2건 등 총 31건의 규제개선 과제를 제시했다.
공정거래 분야에서 전경련은 민자사업 특수목적법인(SPC)을 기업집단 범위에서 제외하고, 지주회사 소속 자회사들이 공동으로 손자회사에 출자할 수 있도록 규제를 개선해달라고 건의했다. 현행 규정상 민자 SPC도 대기업집단에 포함돼 각종 규제를 받아 대기업집단 소속 건설사들이 비용 등 부담을 느껴 민자사업 참여를 꺼린다는 이유다.
또 손자회사에 대한 복수 자회사의 공동출자를 금지하고 있어 지주회사 체제에서 다양한 투자를 시도하기 어려워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환경·안전 분야에서는 화약류 운반 시 책임자 외 경계 요원이 추가로 탑승해야 하는 현행 규정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경련은 경계 요원의 노령화에 따라 인력 충원이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야 하고, 디지털 장비를 설치해 안정성을 확보하는 등 제도를 개선할 방법이 충분히 있다고 덧붙였다.
건설·입지 분야에서는 건설 현장 축중기 설치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정 규모 이상의 건설 현장에는 차량의 무게를 측정하는 축중기를 설치해야 하는데, 현실적 제약이 큰 상하수도 및 도시가스 시설 공사 현장은 설치 의무를 면제하고 있으면서 유사한 환경의 열수송관 공사의 경우 설치 의무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산업본부장은 "경제 환경이 불확실하고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불합리한 규제가 기업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며 "시대에 뒤떨어지거나 현실에 맞지 않는 규제의 개선을 통해 기업의 경영 활동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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