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만 레벨업' IP 보유
디앤씨미디어 본사를 가다
최원영 대표 취임 후 첫 인터뷰
"슈퍼 IP 확보해 한국의 마블 꿈
오디오 드라마, 내년 상반기 공개"
삼성증권 "목표가 2만2000원"
글로벌 조회 수 143억 회를 자랑하는 작품이 있는데도, 주가는 힘없이 내리막길이다. 이 회사는 '나 혼자만 레벨업'(이하 나혼렙)이라는 IP(지식재산권)를 보유한 디앤씨미디어. 지난달 30일 주가는 1만6350원이다. 연초(1월 2일 종가 2만4850원) 대비 34.21% 하락했다. '킬러 콘텐츠'를 다수 보유해 웹소설·웹툰 강자로 불리는 디앤씨미디어를 지난달 30일 찾았다.
서울특별시 구로구 디지털로 26길 111에 위치한 디앤씨미디어. 2호선 구로디지털단지역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다. 5층에 들어서자 최원영 대표이사를 만났다. 지난 4월 21일 취임한 최 대표의 언론 인터뷰는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만화출판의 원조인 서울문화사 출신이며 34년 경력으로 다수의 만화잡지 창간과 만화 사업의 경험이 있다. 대표 기획작으로 '코믹 메이플스토리'가 있다.
최 대표는 하반기 사업 계획을 묻는 질문에 "4분기 넷마블에서 액션 RPG 게임 '나 혼자만 레벨업: ARISE'가 출시될 예정이며, '나혼렙' 애니메이션도 연말 또는 내년 초에 글로벌 팬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넷마블에서 '나혼렙' 게임이 나오면 디앤씨미디어는 매출의 일정 비율을 원작 수수료(러닝 개런티 형태)로 받게 된다. '나혼렙'은 노블코믹스(웹소설 기반 웹툰)로 국내에서 18~34세 남성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고 일본·미국·중국 등 해외에서도 인기가 많은 작품이다. 디앤씨미디어는 웹소설 '이번 생은 가주가 되겠습니다'(이하 이가주) '황제의 외동딸' 등 로맨스 판타지 작품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최 대표는 "원천 IP 확보에 집중해 한국의 마블이 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를 위해 디앤씨미디어는 지난해 7월 한일 합작 웹툰 제작회사인 스튜디오붐(지분 100%)을 만들었고, 국내 1위 웹툰 제작회사 디앤씨웹툰비즈(지분 96.2%)를 계열사로 두고 있다. 또 웹툰 스튜디오 더앤트(지분 84%)와 애니메이션 전문 기획·제작회사인 쏘울크리에이티브(지분 63%)도 보유하고 있다. 원천 스토리 및 IP 확장을 위한 콘텐츠 제작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셈이다.
최 대표는 "북미 시장을 겨냥한 '나혼렙' '이가주' 오디오 드라마도 내년 상반기 한국·일본·북미에서 선보일 것"이라며 "오디오 콘텐츠 전문기업 사운디스트와 지속적으로 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향후 고성장이 예상되는 인도·사우디·아랍 시장도 개척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말 기준 14개 언어로 67개 작품이 해외에 진출했는데, 수출 국가를 더 확대한다는 것이다. 디앤씨미디어는 2012년 회사 설립 후 매출이 수직 상승했다. 당시 49억7000만원을 기록했는데, 지난해 612억1000만원으로 불어났다. 10년간 연평균 매출 성장률은 28.5%에 달한다.
재무상태는 어떨까. 김현효 상무(CFO)는 "1분기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이 500억원 정도 된다"며 "창업주인 신현호 회장의 뜻에 따라 무차입 경영을 지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자산으로는 파주에 물류센터가 있는데, 5년 전 20억원에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주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냐는 질문에 "상장사는 실적으로 증명해야 한다"며 "장기적 성장이 곧 주주에게 환원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 상무는 "수익성 회복에 200여 명의 전 직원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어떤 회사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재미로 세계를 감동시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우린 제조업이 아닌 콘텐츠 회사이기 때문에 1+1이 아닌 그 이상이 될 수 있다"며 "하나의 콘텐츠를 기반으로 확장하는 원소스 멀티유즈(OSMU) 전략으로 '제2의 나혼자만 레벨업'을 탄생시키겠다"고 말했다. 이어 "공격 경영으로 올 들어 30% 빠진 주가도 레벨업하겠다"고 덧붙였다.
디앤씨미디어의 주주구성은 어떨까. 총 주식 수 1227만5111주 중 신현호 회장과 배우자인 이미자 씨가 지분 46.2%(567만1134주)로 최대주주다. 2대 주주는 전략적 파트너사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다. 지분 23.13%(283만9761주)를 보유하고 있다. 유통물량은 30% 정도다.
최민하 삼성증권 연구원은 "OSMU 전략 가시화에 따른 수익모델 확대, 화제작 '나혼렙'의 웹툰 외전 연재와 스핀오프 작품은 웹소설 '나 혼자만 레벨업: 라그나로크'가 공개되면서 점차 이익 흐름이 개선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인기 IP를 활용한 게임, 애니메이션 출시가 예정돼 있어 신성장의 기회가 될 것이다"고 분석했다. 올해 매출액은 730억원(전년 대비 19.9% 증가), 영업이익은 80억원(44.2% 증가)을 전망했다. 목표주가는 2만2000원을 유지했다. 현 주가 대비 34.56% 상승 여력이 있는 셈이다.
한편 웹툰 제작 과정은 어떻게 될까. 자세히 나누면 기획(작품 선정)-각색-캐릭터 시트(캐릭터 이름 등 설정)-콘티(장면 구성 그림)-선화(작화)-채색-배경-대사-편집-변환(웹 전송)으로 이뤄진다. 이 과정을 PD 시스템(일본식)과 스튜디오 시스템(영미식)으로 구분한다. 먼저 PD 시스템은 작가와 PD가 1대1로 매칭되는 것으로 제작사는 배타적 발행권, 즉 2차 저작물에 대한 독점적인 권한을 확보한다. 흥행 실패 시 손실 리스크가 최소화되지만 계약 정산율에 따른 수익 배분으로 영업 레버리지 효과는 낮다. 스튜디오 시스템은 회사 측에서 원천 IP 확보가 가능하며 수익을 극대화하는 장점이 있다. 다만 편집자 등 다양한 직원들을 팀으로 꾸려야 하기에 흥행 실패 시 고정비 부담은 늘어난다.
윤현주 기자 hyunj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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