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프리미엄 자동차의 대명사 메르세데스벤츠도 테슬라 '충전 동맹'에 합류한다.
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벤츠가 자사 전기차에 테슬라 충전 규격인 북미충전표준(NACS)을 2025년부터 도입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 회사는 내년부터 북미 지역 테슬라 충전소인 '슈퍼차저'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벤츠는 자사 전기차가 슈퍼차저에서 충전할 수 있도록 결합 충전 시스템을 갖춘 어댑터를 내년부터 제공할 예정이다. 운전자는 차량 맵을 통해 슈퍼차저의 상황과 가격을 찾아볼 수 있게 된다. 또한 2030년까지 북미에 2500개 이상의 고출력 충전기를 포함해 400개 이상의 충전 허브를 설치하는 등 '벤츠 충전 네트워크'도 확장할 계획이다.
현재 테슬라 NACS 채택을 공식 선언한 완성차·전기차 기업은 포드, 제너럴모터스(GM), 볼보, 리비안, 폴스타 등이다. 스텔란티스는 도입을 고려 중이고 폭스바겐은 테슬라와 협상 중이다. 여기에 미국 최대의 직류 고속 충전 네트워크인 일렉트리파이 아메리카도 2025년까지 모든 충전소에 NACS 커넥터를 추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100년 역사의 '내연기관차 원조' 벤츠마저 합류하면서 테슬라의 전기차 충전 시스템은 글로벌 완성차 업계 표준으로 대세를 굳힌 모양새다. 테슬라 슈퍼차저는 미국과 캐나다 전역에 1만2000여개가 설치돼 있다. 미국 에너지부에 따르면 슈퍼차저는 미국 전체 급속 충전기의 약 60%를 차지한다.
전문가들은 벤츠의 테슬라 충전 동맹 합류를 '격세지감'으로 보고 있다. 벤츠와 테슬라의 과거 인연 때문이다. 2007년 테슬라는 자금난에 허덕였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독일의 벤츠(당시 다임러) 본사까지 찾아가 배터리팩 부품 판매에 나섰다. 콧대 높은 벤츠 고위 임원들은 '전기차 스타트업' 테슬라를 한 수 아래로 봤고 머스크를 문전 박대했다.
머스크는 궁리 끝에 벤츠의 미니카 '스마트'를 전기차로 개조했다. 밤을 새워 6주 만에 만든 이 차를 시승한 벤츠 임원들은 성능에 감탄했다. 2009년 벤츠는 테슬라에 5000만달러(약 650억원)를 투자하고 지분 10%를 확보해 2대 주주에 오른다.
이 투자 건으로 테슬라는 간신히 자금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글로벌 자동차 큰형님이 재능은 있지만 가난한 동생에게 통 크게 베팅한 셈이었다. 이후 벤츠는 2014년 테슬라 지분을 8억달러(약 1조400억원)에 전량 처분했다. 이미 큰 수익을 냈고, 테슬라의 성장 가능성이 더는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뼈아픈 실수였다. 이후 10년간 테슬라 주가는 약 3100% 상승했다. 7일 종가 기준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약 8800억달러(약 1145조원)다. 벤츠 시가총액(669억달러·약 87조원)의 13배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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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전 기자 jerry@hankyung.com
블루밍비트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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