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 멈추며 달러 가치 하락 전망
인플레이션이 크게 둔화한 모습을 보이자 달러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 미 중앙은행(Fed)이 통화 긴축을 조기 종결할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됐다. 반면 유럽은 통화 긴축을 이어가며 유로화가 강세를 보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 월가에선 달러화 가치가 정점을 찍은 뒤 약세장에 진입할 것이란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Fed가 긴축 기조를 곧 전환할 것이란 기대감에 달러 강세가 중단될 것이란 설명이다.
세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14일 99.77로 마감했다. 전날 100선이 무너진 후 소폭 반등했으나 이를 다시 돌파하지 못했다. 달러인덱스가 100 아래로 떨어진 것은 미국의 금리 인상이 본격화됐던 지난해 4월 이후 15개월 만이다. 금리 인상으로 인해 상승한 달러 가치가 올해 들어 약세를 보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통화 긴축 중단으로 인해 달러 가치가 더 떨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내년부터 Fed가 긴축 기조를 폐기하고 금리를 인하하게 되면 달러 가치가 급격히 하락할 것이란 주장이다.
스탠다드뱅크의 G10(주요국 10개국) 전략 책임자인 스티븐 버로우는 "달러 가치가 떨어질 것이란 전망의 근거는 Fed의 피벗(통화정책 전환)이다"라며 "통화완화가 시행되고 나면 다른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하해도 달러 가치는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투자자들은 달러를 매각하고 신흥국 투자에 나섰다. 강달러 현상으로 인해 수출난에 시달렸던 신흥국 경제가 반등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달러로 거래되는 신흥국의 수입품 가격도 내려간다. 달러 표시 외채 상환도 수월해지는 효과가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영국 자산운용사 M&G인베스트먼트, 스위스 UBS자산운용 등은 최근 달러를 대량 매도하고 신흥국 통화를 매입했다. 피터 바살로 BNP파리바자산운용 펀드매니저는 "앞으로 수 개월 동안 달러 가치가 급격히 하락할 것"이라며 "호주 달러, 뉴질랜드 달러, 노르웨이 크로네화 등이 반사이익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달러 약세론이 섣부른 판단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인플레이션이 둔화했지만, Fed의 목표치(2%)에는 못 미쳐서다. 미국 경제가 활성화되고 인플레이션 지표가 다시 악화하게 되면 달러가 다시 반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미국 최대 자산운용사인 인베스코는 아직 포트폴리오 내 달러 비중을 축소하지 않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외환투자 전략가인 마이클 케이힐은 "미국 경제가 강한 회복세를 나타내며 달러 하락 폭은 예전만큼 깊지 않을 것"이라며 "달러화 가치의 가장 큰 변수는 인플레이션이다"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미국 경기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경우 달러화 가치가 하락할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경기 침체가 오면 달러 가치가 상승하고, 회복세를 보이면 하락하는 '달러 스마일' 이론이다. 다만 회복세가 과도하게 강할 경우에는 달러가 급격히 상승하게 된다. 파레시 우파다야 아문디자산운용 이사는 "만약 미국 경기가 통제 가능한 범위에서 확장한다면 달러 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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