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중국의 부동산 사태와 관련해 금융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몇몇 회사에서 금융 불안이 나타나고 있지만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나오면 상황이 반전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이번 문제를 해결하더라도 정보비대칭으로 인한 해외 투자자들의 우려는 커질 것으로 예상됐다.
21일 한은 북경사무소가 내놓은 '최근 중국 부동산 시장의 주요 이슈와 향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부동산 판매 1위 업체인 컨트리가든의 이자미지급와 중릉신탁의 환매 연기 등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 은행 등 금융시스템의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은 제한적으로 평가됐다. 컨트리가든의 차입금 총액은 1625억위안인데, 전체 은행 자산의 0.05%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부동산 개발시장이 분산돼있어 실물 부문의 파급도 적을 것으로 제시됐다. 현재 유동성 이슈가 제기된 컨트리가든, 완다, 시노오션 등 3개사의 시장점유율도 5% 중반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알려졌다. 2021년 하반기 헝다사태가 벌어졌을 때 헝다의 점유율 6%보다 적은 규모다.
컨트리가든의 이자미지급 사태의 경우엔 소유 경영인의 재산권 유지를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지적됐다. 작년말부터 경영진이 재산권과 경영권을 보호하기 위해 시도한 일련의 조치(관계사 채무를 통해 주식을 부채로 전환, 제3자 배정방식 주식발행 절차 중단, 10억달러 규모의 부동산서비스 자회사 주식의 자선재단 편입 등)와 맥을 같이 한다는 것이다.
중릉신탁이 신탁의 환매를 연기한 신탁회사 이슈의 경우에도 확산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중릉신탁의 경우 은행권과 연계성이 낮고, 부동산 분야 투자규모가 전체 운영자금에 10.7%에 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신탁상품과 관련된 CDO 등 파생상품이 없어 투자자들의 손해도 제한적일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다만 토지사용권 매각 수입이 감소하면서 지방정부의 세입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의 부동산 시장은 2020년 정부의 규제 강화 이후 위축되고 있는 모습이다. 2021년 헝다 사태를 거치면서 이같은 흐름이 고착화했다. 올해 초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이후 개선 조짐이 나타나다가 3월 중국 양회 이후 부진이 심화되고 있다.
중국의 부동산 시장 침체는 건설투자 위축뿐 아니라 가전 가구 인테리어 등 주택관련 소비부진과 가계의 소비심리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7월 산업생산 및 소매판매 증가율은 각각 전년동기대비 3.7%, 2.5% 증가에 그쳤다. 시장예상치(4.4%, 4.5%)를 모두 하회하는 수치다. 올해 1~7월(누적) 부동산개발투자 증가율은 –8.5%를 기록했다. 전국 분양주택 판매면적(-6.5%) 및 분양주택 판매액(-1.5%)도 부진한 상태다.
중국 정부는 이같은 상황을 반전하기 위해 적극적인 부동산 부양책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달 당 중앙정치국회의에서 수년간 고수해온 '부동산은 주거용이지 투기나 투자 대상이 아니다(房住不炒)'라는 문구를 제외한 것이 이같은 입장 변화를 암시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중국 인민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위안화 고시환율 절상 등도 부동산 등 실물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조치로 파악된다.
최근 사태에 대해 시장 참가자들은 컨트리가든의 경우 30일간의 지급유예 기간 중 정부가 해결책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헝다와 달리 우량 부동산 개발기업으로 분류된만큼 다른 우량 기업으로의 신용리스크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당국이 조치를 취할 것이란 전망이다. 신탁회사에 대해서는 정부 지원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평가됐다.
다만 정부의 이같은 개입에도 불구하고 중국 시장에 대한 투자심리는 빠르게 얼어붙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번 사태로 해외 투자자들의 경계감이 대폭 높아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중국 시장의 폐쇄성으로 인한 정보 비대칭 때문에 유사한 사례가 반복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시장에 퍼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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