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주요국 증시에서 이달 들어 3주 사이에 3조달러 가량이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MSCI 세계 지수(선진국시장지수)는 작년 9월 이후 최악의 성적표를 기록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영국 AJ벨증권이 분석한 금융정보업체 리피니티브 자료에 의하면 지난 21일까지 3주간 미국 S&P500지수, 유럽 스톡스600 지수, 중국 CSI300 지수에 편입된 종목들의 누적 손실 규모가 총 2조800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3개 지수의 총 가치의 5%에 이르는 규모다. 영국 런던 FTSE100 지수 종목들의 총 시가총액(약 2조파운드)보다도 많다.
MSCI 세계 지수는 전날 소폭 반등에도 불구하고 8월 들어 현재까지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세계 증시는 호황을 보였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금리 인상)이 정점에 달했다'는 기대감,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 등이 맞물려 미 나스닥종합지수가 40년만에 최고치를 찍기도 했다.
하지만 이달 들어 상황이 급반전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의 침울한 경기 전망과 미국의 긴축 유지 우려 등 '마녀의 비약(witches' brew)'이 투자 심리를 짓누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8월 미국에서 상승장을 보인 업종은 에너지가 유일하다. 상반기 랠리장을 주도했던 아마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메타(페이스북 모기업), 엔비디아, 테슬라, 알파벳(구글 모기업) 등 7개 빅테크(대형 기술기업)는 이달 들어 주가가 계속 빠지고 있다.
'하베스트 변동성 관리'의 마이크 지그몬트 리서치 책임자는 "중국 부동산 부문에서 연일 계속되는 악재, 투자심리 위축 등 갖가지 부정적인 요인들이 더해져 일종의 마녀사냥식 위험회피 세력이 주식시장에 형성되고 있다"며 "또한 지난달 말 S&P500 지수의 일부 과매수 종목이 조정을 받는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유럽 은행 바클레이즈의 엠마누엘 카우 유럽주식 전략 책임자는 "주요국 정부의 경기 연착륙 자신감이 일종의 과대광고일 수 있다는 불안감이 시장에서 급격히 퍼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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